제190회 조계종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사찰예산회계법 제정안 등 ‘쇄신법안’이 모두 통과됐다. 쇄신법안이 성안됨에 따라 종단 쇄신 행보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이에 본지는 쇄신법안 통과를 한국불교 중흥의 계기로 삼고자 릴레이 기고를 소개하고 있다.  
 
   
 
제190회 중앙종회 임시회가 지난 6월21일과 22일 양일간 진행됐다. 이번 종회가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다행히 주요 쇄신안이 대부분 통과되며 우려하던 최악의 사태는 피하게 됐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전 회원은 이번 쇄신안 통과에서 한국불교의 꺼지지 않은 희망을 보았다. 더 나아가 흔들리던 신심을 바로잡아 다시 정진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학생의 열정 가득한 시각으로는 아직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한국불교는 총체적인 위기이다. 설상가상이라는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다. 내적으로는 도박 사태를 계기로 스님들 사이에 있던 많은 갈등이 곪아 터져 나왔고, 외부에서는 훼불에 맞먹는 불법사찰이 사실로 밝혀졌다. 이 모든 문제의 책임은 한국불교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부대중에게 있을 것이다.
 
제190회 임시중앙종회에서는 그동안 보기 힘든 정도의 쇄신이 이루어졌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모든 회원들은 이번 종회의 결과를 두 팔 벌려 환영한다. 하지만 법은 규칙을 만드는 것일 뿐이다. 실제로 쇄신 법안을 시행하는 것은 한국불교의 위기를 초래한 사부대중 우리 모두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입법된 내용이 얼마나 충실하고 성실하게 시행될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더 나아가 쇄신안이 통과됐지만 문제의 본질이 해결이 된 것은 아니다.
 
이번 쇄신안 입법과 통과과정을 살펴보며 대학생 불자들이 가장 많이 제기한 의문은 두 가지이다.
 
첫째로 ‘종단은 과연 진정한 쇄신을 원하는가’, 두 번째로는 ‘종단의 근본적인 문제는 소통이 안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의문이다.
 
사부대중이 한마음 한뜻으로 사부대중 공동체의 미래를 걱정해도 부족한 상황인데, 쇄신 과정에 사분오열돼 자신의 길이 진정한 쇄신이라 외치는 모습은 대학생 불자들에게 적잖은 실망을 안겼다. 쇄신안이 통과되었다고 사분오열 됐던 세력이 서로를 인정하고 진정한 마음으로 쇄신안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는 분명 앞으로도 이와 같은 파열음을 이끌어 낼 잠재적 위험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우리 대학생 불자들은 종단 쇄신 법안의
중앙종회 통과가 마음에서 울려퍼지는
불교의 희망이 되길 염원합니다
 
두 번째 의문에 대해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사찰예산회계법 제정으로 재정운영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고 사찰운영위원회법의 개정으로 사부대중이 참여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사부대중이 공동으로 집행하는 사찰운영 과정에 소통이 잘 안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일들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이 괜한 기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대불련 회장으로서 나는 올 한해를 종단과 소통의 문제로 시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불련은 작년 8월부터 포교원과 신도단체 재등록사업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모두 대학생 불자가 보다 잘 살아가길 바라는 것이고, 더 많은 대학생 불자가 생기기를 바라는 한 마음이겠지만 서로의 이야기가 너무 달랐다.
 
신도단체 재등록 사업을 통하여 나는 종단과 소통하는 것이 어렵고, 특히 당장 사찰에 도움이 되지 않는 힘없는 대학생 불자들의 의견은 무시당하기 쉽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불편하지만 명백한 이와 같은 사실을 말하는 것조차 다른 많은 이유로 얼마나 무참히 묵살되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또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빠르게 확대, 재생산되는 속도에서는 절망감마저 느끼게 한다. 만약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소통도 스님으로부터 명령하달의 기존 체계를 바꿔 나갈 수 없다면, 한국 불교의 발전을 위해 과감히 제언할 수 있는 재가자들의 용기와 기존의 관행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스님으로서 갖고 있는 권위의식을 조금씩 줄여 나가야 한다.
 
재가자는 출가자를 마음의 스승이자 훌륭한 귀의처로 귀하게 여기고 존경해야 하며, 출가자는 스스로가 재가자들에게 정신적 지주가 될 수 있도록 청렴하고 존경받아 마땅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개혁과 혁신의 전문가라고 일컬어지는 짐 콜린스는 그의 저서에서 훌륭한 경영자들이 혁신과 개혁의 마지막 과정에서 혁신에 실패하는 원인은 ‘빠르게 든 샴페인 잔’이라고 하였다. 한국불교는 조선조 이래로 가장 길고 혹독한 정치적 탄압을 견뎌내고 지난 500년을 버텨왔으며 내적으로 많은 갈등을 부처님 법에 따라 해결하고 넘어 왔다.
 
그리고 그 마지막 고비에 복합적으로 터져 나온 많은 문제점은 제190회 임시종회에서 보여주신 스님들의 현명한 판단과 행동으로 잘 넘겨냈다.
 
하지만 혁신하고 개혁해야 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은 아직 성공의 기쁨이 가득한 샴페인 잔을 들어 올릴 때는 아니라는 것 또한 명확하다. ‘천릿길도 한걸음부터’ 라는 속담이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세월동안 묵어왔던 잘못된 관행을 버리고 전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불교를 향한 첫 걸음을 겨우 떼어낸 것이다.
 
이번 쇄신안 통과에는 많은 희생과 또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염원이 녹아들어 있다. 그러한 노력과 염원을 녹여낸 대학생 불자들은 이번 쇄신안의 입법과 통과가 단지 최근에 발생한 많은 문제를 무마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억되길 원하지 않는다.
 
우리 대학생 불자들은 이번 쇄신법안 통과가 단순히 정치적 수단이 아닌 마음으로부터 울려 퍼지는 쇄신의 필요와 부처님 법대로 살아가길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의 염원으로 일궈낸 결과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번 쇄신안 통과가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지난 1600년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는 진한 향기를 남기는 첫 걸음으로 기억되기를 서원한다.
 
[불교신문 2829호/ 7월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