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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주소 시행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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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레박 작성일2011.07.16 조회3,193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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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문회 지도위원인 박호석(68, 충북대) 동문이 정부가 시행하는 도로명주소를 철회시키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근 현대불교에 게재된 기고내용을 올렸으니 읽어보시고 힘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새주소 시행을 막아야 한다 
 
 2011년 07월 15일 (금) 13:46:34 박호석(포교사ㆍ前 농협대 교수)  phoseok@hanmail.net 
     
 
청량(淸凉)은 부처님의 지혜가 맑고 시원한 것이 찬물과 같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찬탄의 말이다. 그래서 경북 봉화의 청량산에는 부처님의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께서 상주하시므로 온 산이 불교이름이었다. 1544년 봄, 이 산에 풍기군수 주세붕(周世鵬)이 당도하여 “불경의 말과 음란한 이름은 청량산 선경에 대한 모독”이라는 이유로 청량산 열두 봉우리가운데 열 개의 이름을 바꾸었다. 그래서 주봉인 의상봉은 장인봉으로, 보살봉은 자소봉, 치원봉은 금탑봉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숭유배불의 시대라도 예전부터 사람이 살아오던 땅이름은 함부로 바꾸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지명에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비들은 꾀를 내어 지명에 나타난 불교 색을 지웠다. 이를테면, 절을 뜻하는 寺(사)를 沙나 舍․泗․巳․蓑 따위로 쓰던가, 寺에 言(언)을 더해 詩(시)로 바꾼 것이다. 또 미륵(彌勒)을 미력(彌力)이라 하거나 용화(龍華)를 龍化로 썼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에는 행정개편이라는 미명하에 엄청난 불교지명이 사라졌다. 전라도 익산군과 광산군에 있던 제석면(帝釋面), 미륵면(彌勒面), 극락면(極樂面)이 없어진 것이 바로 이때다.

불교를 국교로 했던 삼국과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온 나라는 이름만으로도 불국토였다. 조선조의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타난 불교관련 지명을 보면 불타․불암․불견․불족․불대․불정․불명․불모․불용․천불․미타․문수․관음․미륵․지장․나한․가섭․화엄․도솔․반야․보리 따위로, 웬만한 불교 말이 다 등장한다. 그리고 필자가 조사한 바로도 현존하는 지명가운데 불교 말이 500여 가지에 달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1960년대에 조사된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의 지명에서 ‘절골’이 무려 80여 곳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진 바가 있다.

불교의 암흑기라 할 수 있는 조선 500년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명의 훼손과 왜곡이 있었지만, 이렇게라도 버텨온 것은 지명이 가지는 강인한 생명력 때문이었다. 지명은 자신이 태어난 유래와 그 지역의 역사와 풍속을 고스란히 이름 속에 담고 살아온 생명체이다. 그래서 불교나 유교의 지명이라고 함부로 그 생명을 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유형의 문화재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면면히 이어온 지명도 소중히 간직하고 보전해야만 하는 문화유산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런 유산을, 수백 년 아니 천 년을 넘게 지키고 써온 지명을 하루아침에 생매장하는 일을 지금 이 정부가 하고 있다. 그것이 종교 편향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2001년에 인류최고의 문화재인 바비안 석불을 폭파한 탈레반 정권과 다를 바 없는 폭거이고, 그런 동기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무지몽매하고 한심한 정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결과는 종교편향이 유독 심한 이 정부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점에서 의혹의 눈길을 떨칠 수 없게 한다.

어떻게 수백 년 써온 보현리와 관음리를 팽개치고 ‘가마들길’ ‘갈올길’로 바꿀수 있는가? 어떻게 천년을 써온 가야면의 이름이 시장길에 의탁해서 목숨을 부지한단 말인가? 해당 지역의 수많은 길 이름을 숫자로 대신하면서 그 가운데 하나라도 본래의 지명을 부여하면 될 것을 왜 깡그리 없애려 하는가?

정부당국은 새로 바꾸려 하는 도로명주소의 시행을 즉각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우리 세대를 역사와 전통을 말살한 죄인이 되게 해서는 아니 된다. 확정된 새 주소는 3년 이내에는 수정이 불가능하고, 3년 이후라도 사용자의 동의가 있어야 수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새주소체계의 시행 이후의 혼선을 막기 위한 조치일 것으로 이해는 되지만 이는 행정폭력이 아닐 수 없다. 정부당국이 이런 입장을 풀지 않고 시행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그 길에 나가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우리 국민의 열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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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박호창님의 댓글

박호창 작성일

일전에(7.15)에 박호석 단장님이 불교방송을 방문하시어 방송으로 관련 내용을 전국 불자들에게 아주 강력하게 전달하셨습니다. 박호석 단장님이 직접 용역을 받아 누락된 불교관련 지명을 모두 조사하였다고 합니다.

강손주님의 댓글

강손주 작성일

침묵만이 최선이 아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을 동안 시간은 흐르고
또 잊혀져 간다.
지금 조계종단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박호석 선배님의 무수한 메아리가
이제사 되돌아 오는것이다.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의 논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박호석님의 댓글

박호석 작성일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서 용역을 받은 것은 아니고, 2년전부터 틈틈히 조사했던 것이 유용하게 쓰였을 뿐입니다.

두레박님의 댓글

두레박 작성일

대불동이 이런 일에 적극적으로 앞장설 때 대불련의 자긍심을 심어주며 동참하는 계기가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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