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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간, 그 쉽고도 간단한 해결책을 보면서 -<불교평론> 폐간 소식을 듣고 (이미령/불교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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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경희 작성일2012.10.03 조회3,4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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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불교라는 세계에 발을 조심스럽게 내디딜 때 '경허'라는 스님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분은 무척 훌륭하고 위대하며 그 깊이를 아무나 쉽게 가늠할 수 없다고 한다.
감탄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길가다 어느 여인을 희롱했다고 하던데,
나는 그 스님의 그 걸림없는 행동보다
느닷없이 희롱 당한 여인이 그날 이후 어찌 지냈을까가 걱정되었던 거다.
큰스님의 무애행이니 아무렇지도 않다고 넘겨버렸을까,
혹시 혼인을 한 처자라면,
행세보따리를 어떻게 하고 다녔기에 그런 성희롱을 당했느냐며
남편이나 시댁에서 모진 구박과 소박을 맞지는 않았을까,
혼인을 하지 않은 처자라면, 시집가기는 애저녁에 틀렸다고
혹시라도 치마를 거꾸로 쓰고 차가운 강물에 몸을 던지지는 않았을까?
이런게 은근 걱정되기 시작했다.
 
둘,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쓰잘데 없는 걱정은 살포시 접혀졌다.
그 심오한 경지를 내달리는 분에게
이 무슨 불경스럽고 하잘데 없는 딴지걸기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걸림없이 사는 분은 걸림없이 사셔서 좋지만
매사가 걸려서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그걸 과연 그렇게 걸림없이 소화할 수 있을지 의아해졌다.
걸림없는 경지를 구름처럼 노니는 자와
콩 심은 데 콩나고 팥 심은 데 팥나는 걸 철썩 같이 믿고 사는
중생이 어우러져 사는, 그게 사람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님의 깊은 경지는 훌륭하고 흠모할만하나 그 행동은 따라하지 말라는
한암스님의 말씀은 매우 지당하다고 생각했다.
 
셋,
경허스님이 말년에 자취를 흐리셨다는 건 참으로 깊이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었다.
그걸 중생교화나 포교 입전수수 혹은 윤창화 대표의 말마따나
반성과 후회의 차원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명산대찰도 아니요, 제자들이 빽빽하게 숲을 이루는 총림도 아닌,
저잣거리 누항에서 그 거침없는 행위의 마침표가 찍혔다는 건
"그렇지, 그렇지!"하며 묘하게 나를 수긍하게 만들었다.
 
넷,
<불교평론>이 '경허스님의 주색'을 제목으로 단 글 한 편으로 폐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체 그간 일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갔으면 '폐간'이 아예 기정사실로 되어버렸는지 모를 일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래 전 어느 고위 정치가가
한국과 일본의 외교에 독도가 걸림돌이 되니
차라리 폭파해버리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는 게 생각났다.
애초에 갈등과 오해의 씨앗이 되는 건 싹둑 잘라버려라?
언젠가 매듭 풀기가 귀찮아서 가위로 싹둑 오렸다가 야단을 맞은 적이 있다.
"매듭은 잘라내는 법이 아니다
너는 세상사는 일, 그렇게 싹둑싹둑 뎅겅뎅겅...그런 식으로 살 거냐?"
'불교'의 경지에는 발톱 끝도 딛지 못한 인물에게 그런 야단을 맞았지만
그건 내게 아주 뼈에 저릴 정도의 일깨움을 안겨주었다.
갈등이 생기면 잘 풀어야 한다.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바로 우리 공부의 수준을 가늠하고
더욱 연마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겠는가?
평론지에 실린 글이 '찬미와 찬양'일색이어서는 안 된다는 건 당연할 테고,
우리가 감히 언급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에서 한 번 짚어보는 글을 싣는 것이 평론지의 역할일 수도 있겠다.
물론 폐간이 '불가'할 것도 아니다. 세상사란 본래 덧없는 것 아니겠는가!
 
다섯,
그런데 대체 그 글이 폐간을 결정할 정도로 위험한 글이었던가?
나 역시 윤창화 대표의 글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글이 나오고 다른 분의 반박글이 나오면서
주변에 "경허스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을 했다.
경허스님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거다.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도 들어보면서
21세기에 경허스님이란 분의 경지를 짐작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는 말인가?
 
황송하게도 <불교평론>지에 편집위원이라는 이름을 얹은 적이 짧게나마 있어
지금 편집위원들이 주고받는 메일이 내 메일함에도 들어오고 있다.
그 분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어 다행이다.
차라리 이 위기를 자립의 기회로 삼자는 의견도 있다.
어쩌면 경허스님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껄껄껄 파안대소하실 것이다.
맞아 ,맞아, 그게 바로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이야.
쪼잔하게 글 한 편에 파리목숨처럼 벌벌 대지 말고
한 번 살아내 봐.
삼수갑산으로 자취를 감추신 경허스님이 가장 큰 응원을 보내주실 것 같다.
만해스님의 박수소리는 벌써부터 들려온다.
(이미령/불교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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