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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경희 작성일2014.06.17 조회3,8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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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남는 것은 비전이다. 재가자로서 불교운동에 헌신하자니, 역시 불안한 미래가 걸린다. 불교운동에 헌신하더라도 최소한 품위는 지키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바로 청년들에게는 가장 설득력 있는 비전이다. - 본문 중에서

대학에 들어와서야 불교를 접했단다. 뮤지컬, 축구 등 여러 동아리에 가입했는데, 그중 하나가 불교 동아리였다. 대학생임을 감안해도, 그는 빨리 컸다.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했는데, 전북지회 회장을 거쳐 지금은 한국 대학생 불교 연합회(대불련) 중앙 회장이 되었다. 회장 활동을 위해 휴학을 했고, 낯선 서울에 머물고 있다. 대불련 회장 신경선 씨. 올해 스물 둘이다. 역시 젊은이들은 빠르다. 여러 동아리 중의 하나였고, 불교도 처음이었는데, 불과 2년 만에 전국 불자 대학생들의 대표가 되었다.

하지만 단독 출마였다. 남들이 꺼려하는 자리였던 거다. 결단이 필요했다. 불교 동아리만의 사정은 아니다. 명맥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문을 닫은 동아리들도 많다. 시대적 소명이 분명했고, 3저 호황으로 일자리가 넉넉했던 1980년대와는 너무 다른 풍경이다.
공부에다 아르바이트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니, 대학생 활동 전반이 주춤해질 수밖에 없다. 하긴 요즘 대학생들에게 동아리 활동은 호사일지도 모른다. 신 회장은 그래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단다. 불교포커스 인터뷰로 알게 된 그의 바람은 소박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대불련 법우들을 다 불러 모았으면 한다는 거다. 맞다. 함께 모이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대불련이 활발하게 움직일 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예전 같지 못해 아쉬울 수도 있겠다. 그래서였을까. 신 회장은 젊은이들을 너무 질책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어려운 사정을 적극적으로 이해해주고, 어렵지만 이런 활동을 하면 어떤 미래가 보일 거라며 청사진도 보여주면서 다독여달란다. 맞다. 무조건 희생만 강요하는 건 곤란하다. 그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일만한 여건 자체가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간단하다. 젊은이들이 큰 걱정하지 않고도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거다. 그리고 이런 활동들이 자신을 얼마나 성장시키는지에 대한 명확한 전망을 제시하면 된다. 대불련 등 젊은이들에 대한 지원은 아무래도 조계종과 여러 사찰들이 맡아야 한다.
각 교구 본사들이 대학생 한 명씩만 책임지겠다고 해도 충분하다. 장학금을 내고 생활비를 댈 테니, 걱정하지 말고 활동만 하라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 당장 25명의 대학생 불자 활동가가 만들어질 수 있다.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해외 연수나 유학 기회도 주자. 돈 말고도 도울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다양한 교육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할 수도 있다. 대불련 학생들과 스님들을 멘토 관계로 묶어줄 수도 있다. 언제든 원하면 쉴 수도 있고, 기대고 싶으면 기댈 수 있는 다양한 자리를 만들면 된다.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사람을 모을 수 있다.

종단에서 청소년, 청년 시절부터 관심을 갖고 미래의 지도자로 키울 사람들을 찾아야 한다. 불교에 정통하되, 세상에서 쓸모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 돈이나 권력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철저한 신념을 지닌 사람들, 그야말로 불심이 깊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비전이다. 재가자로서 불교운동에 헌신하자니, 역시 불안한 미래가 걸린다. 당장 스펙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 미래에 대한 불안이 거의 공포 수준이다. 불교운동에 헌신하더라도 최소한 품위는 지키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바로 청년들에게는 가장 설득력 있는 비전이다. 하지만, 불교계에 그런 모델이 있는지 모르겠다.

1980년대 이래 많은 불교 청년들이 결단을 했고, 의기투합을 거쳐 운동판에 나섰지만, 지금도 불교계 활동가로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활동가들은 소리도 없이 사라져갔다. 얼마 안 되는 활동가들은 운동과 생계를 동시에 해결하느라 등골이 휘었고, 그나마 후배들이 충원되지 않아 노쇠해갔다. 불교계는 그들에게 무관심했다. 사람을 키우지 않았고, 많은 경우 그저 비판만 하는 사람들이라며 부담스러워했다.

불교는 출가자만의 공동체는 아니다. 아무리 좋은 진리여도 따르는 사람이 있어야 빛나는 법이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나는 것처럼, 불교도 출가자와 재가자라는 좌우의 날개가 부지런히 퍼덕거리며 날갯짓을 해야 한다. 더구나 세상일은 재가자들이 잘 안다. 종단이나 사찰 일, 특히 세상일과 관련된 일들에는 재가자들의 경험과 역량이 절실하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할 사람 자체가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을 키우지 않은 탓이다. 형편이 좋지 않다면, 그럴수록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한다.

여전히 대형불사가 잇따른다. 불사는 고작해야 더 큰 불상, 석탑, 사찰에만 머물러 있다. 기껏해야 눈에 띄는 구조물이 전부다. 사람을 키우는 대형불사는 불가능할까. 향기 나는 사람이 거대한 청동불상보다 훨씬 더 위대하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불사를 일으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까.

<편집자 주> 필자인 오창익 사무국장(인권연대)은 불교계와 인연이 깊다. 불교계(종교자유정책연구원)에서 대광고 강의석군 종교자유소송을 적극적으로 도왔는데, 그 결과 승소하여 대광학원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았다. 이 배상금을 인권연대에 기탁하기로 하였고 이 기금으로 종교자유인권상을 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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