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템플스테이 거부, 종단 왜 안 나서나
2014년 1월 1일자 <미디어붓다>에 본인의 제보로 게재된 양평 용문사와 강화 전등사의 청소년(공고생) 템플스테이 거절 기사를 읽으면서 일부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잘못된 관행이 시정되겠구나 기대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보도가 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당해 사찰이나 템플스테이문화사업단 등 관련 기관에서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는 것에 대해서 의아함과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공업고등학교에서 오랜 시간 교편을 잡았던 불자 교사의 입장에서 ‘왜 청소년지도에 국가와 사회가 나서야 하는지’에 대하여 강조 하고, 종단과 사찰의 안일한 의식을 환기시키고자 다시 한 번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각 종교단체에 청소년 지도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생활지도, 인성교육 등에 각 종교단체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달라는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템플스테이 장면. 대부분의 사찰은 청소년 관련 템플스테이에 관심을 갖고 배려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고문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본인은 당시에 그러한 사안으로 조계종으로부터 청소년 지도에 관한 자문 협의를 해달라는 초청을 받아 회의에 참석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회의에는 종단에서 포교원 차장과 총무원의 기획차장 등이 참석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회의에서는 청소년 지도는 이제는 가정과 학교를 떠나 국가와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에 공감하고 이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요즈음 청소년 지도는 옛날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그런 인식에 회의 참석자들이 공감한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었습니다.
옛날에는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통할 정도로 학생들이 교사들의 지도에 순응하였으나 요즈음은 그 때와는 청소년들이 성장 배경이 많이 달라졌고, 청소년들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과거 통제 일변도의 학교생활도 많이 자유스러운 분위기로 변화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청소년의 생활지도는 과거보다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성적위주의 학교생활에 스트레스를 받는 청소년들에게 학교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학생 인권 조례와 맞물려서 자칫 잘못했다가는 불이익을 받을까 교사들이 몸을 사리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심지어는 학생이 교사에게 주먹을 휘둘렀다는 기사를 보고 놀라는 것도 이제는 만성화 된지 오래입니다. 오죽하면 국가가 각 종교단체에게까지 청소년 지도에 다함께 참여해달라는 협조를 요청했으랴 싶습니다.
본인이 조계종의 청소년을 위한 협의회에 참석했던 지가 엊그제이고, 종단 한 쪽에서는 예산을 투입하면서까지 청소년단체(파라미타)를 운영하고 있는데, 종단의 다른 쪽 사찰에서는 청소년 템플스테이는 돈을 줘도 귀찮고 힘들어서 안 받겠다는 곳이 있으니, 이렇게 어긋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러한 기사를 보고도 공개적인 사과 한마디 없는 해당사찰과, 사후 대책에 대하여 공식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 종단 관계자들이며, 본인은 이런 황당한 현실을 주목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템플스테이가 정녕 공익과 무관하다면 국가를 상대로 템플스테이 지원금 반납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고, ‘청소년’을 기피한, 특히 ‘공업고등학생’들을 마치 ‘혐오스러운 집단’으로 매도한 데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할 판입니다.
문제가 더 복잡해지기 전에 부디 원만한 해결을 위해 종단에서 나서주시기 바랍니다. 종단에서 끝내 개선조처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와 관련된 문제점을 각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널리 알리는 것도 사양하지 않을 생각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2014년 1월 10일 보성 거사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