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눈에 너그러움을 담으시오-박근혜 대통령에게/윤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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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산이성균 작성일2014.07.11 조회3,751회 댓글1건본문
[특별기고] 슬픈 눈에 너그러움을 담으시오 - 박근혜 대통령에게 / 윤구병 |
등록 : 2014.07.10 18:54 수정 : 2014.07.1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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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구병 농부철학자 |
박근혜 대통령이 평화를 사랑한 대통령으로 국민과 인민의 기억에 남기 바란다. 그러려면 지금 바로 나서야 한다. 자비롭게 북녘에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훨씬 더 나쁜 환경에서 마뜩잖아하는 미국의 압력까지 견디며 ‘7·4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던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야 한다.
온 나라에 슬픔이 가득하다. 세월호 참사의 가위눌림이 풀리지 않고 있는데다 남녘과 북녘 사이가 꼬이기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서로 어깃장 놓고 삿대질하기를 그만두고 함께 손잡고 같이 살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 자비로워져야 한다. 자비의 뒷글자 ‘비’는 슬플 비(悲) 자다. 이 글자를 눈여겨보라. 아닐 비(非) 자 아래 마음 심(心) 자가 놓여 있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가시 돋친 사람들을 끌어안는 마음가짐이 바로 슬픔이다.(슬픔의 말뿌리는 싫음에 닿아 있다.) 이 슬픔을 나누는 것이 자비의 첫걸음이다. 자(慈)란 무엇인가. 이 글자를 따로따로 떼어놓고 보면 현현심(玄玄心)이 된다.(한자로는 파자(破字)라고 한다.) 현은 하늘을 나타낸다. 천자문 첫머리에 나오는 천지현황(天地玄黃)은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르 황, 다시 말해서 하늘은 검이고 따(땅)는 누리라는 말이다. 현현심은 하늘의 마음이자 마음의 하늘이다. 하늘같이 너른 마음으로 아니라고 앵돌아지는 마음을 달래는 것이 자비심이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도 이 민족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빌고 싶다. 쓴소리는 귀에 거슬리기 마련이다. 받아들일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충고는 비난으로 들린다. 그래도 지금은 박근혜도 김정은도 쓴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할 때다. 손호철 교수가 어느 신문에 총리를 새로 뽑을 생각 거두고 차라리 정홍원을 주저앉히라는 쓴소리를 했다. 따로 생각이 있었는지, 그 말을 그럴싸하게 여겼는지 모르겠으되 대통령은 정 총리의 사표를 반려했다.(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정 총리의 사표 수리는 세월호 침몰의 책임을 물어 국가개조를 앞세우면서 단행했던 일이어서 여도 야도, 심지어 극우세력까지도 혀를 찼다. 안대희도 안 된다, 문창극도 안 된다,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 언론 탓이고 국회 탓이라고 탓을 돌림직도 하다. 그러나 이것은 남의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취임 뒤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초반으로 곤두박질하고 잘못하고 있다는 말이 잘하고 있다는 말보다 더 많았던 시점에서 벌어진 일이니, 국가개조도 관피아 척결도 물 건너갔다는 뒷말이 나옴직하다.
박근혜 정부가 이 위기를 벗어날 길은 하나뿐이다. 이미 이야기했던 대로 북녘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나 한반도의 비무장지대화, 조선반도의 세계평화공원화에 뜻을 모으는 수밖에 없다.
새로 당선된 새누리당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새정치민주연합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연립을 모색하는 모습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지역 살림을 제대로 꾸리기 힘들겠다고 여겨서 하는 고육지책이 아니겠는가. 이를 본받아 박근혜 정부가 새정치민주연합과 연립정부를 세울 길이 있을까. 그러기 힘들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영남과 호남의 지역감정 해소와 국론통일을 내세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연립정부를 수립할 뜻을 비추었을 때 박근혜 현 대통령이 매몰차게 뿌리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몸담거나 우호적인 사람마저 종북좌파로 몰아치는 사람들이 아직도 청와대와 새누리당 당사에 두터운 벽을 쌓고 있다. 그러니 에둘러 갈 수밖에 없다.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뿌리내릴 길이 없다’는 말은 대통령도 귀에 더께가 앉을 만큼 여러 차례 들었을 것이다.
남녘과 북녘이 통일을 대비하여 먼저 평화공존의 디딤돌을 놓아야 하는데 야당과 함께 실마리를 풀 길이 막혀 있으니, 이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통 큰 거래(빅딜)를 해야 한다. 세월호 침몰은 이미 이명박 정부 때부터 예정되어 있었다고 보지 않았는가. 그래서 관피아 척결과 국가개조를 내세우지 않았던가. 더 이상 우물쭈물 머뭇대다가는 언제 ‘대한민국호’가 덩달아 침몰할지 모른다. 김일성 주석과 박정희 대통령 사이의 ‘7·4 공동성명’은 비록 남녘에서는 유신 선포로, 북녘에서는 핵무기 개발로 빛이 바래고, 그 뒤로 역대 정권이 가닥을 잘못 풀어 진의가 의심받기는 했으나 아직도 이 나라 이 민족이 살 길이 어디 있는지를 가리키는 나침반 노릇을 하고 있다. 그 나침반이 가리키는 대로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녘을 찾아가 김정일을 만났고 그 뒤로 개성공단이 만들어지고 금강산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러시아로 나라 이름이 바뀌기 전에 ‘빨갱이 나라’ 소련과 외교의 물꼬를 튼 사람은 김대중도 노무현도 아닌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지금까지도 종북좌파의 덤터기를 쓰고 있는 김대중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면 그런 통 큰 거래가 쉽지 않았으리라.) 머지않아 고철로 바뀔 값비싼 최신 무기를 미국에서 마구 사들여 국방을 튼튼히 하는 길보다 더 좋은 길이 있다. 또 한반도 남과 북을 잇는 가스관을 묻어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값싼 가스를 시베리아를 통해서 들여오는 것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고물 원자로를 무리하게 돌리고, 몸에 해로운 전자파의 위험을 무릅쓰고 밀양 같은 데에 송전탑을 세우는 것보다 훨씬 더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되는 길이다.
이 땅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이번에 시진핑을 대한민국에 보낸 ‘빨갱이 나라’ 중화인민공화국도, 남의 땅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쳐들어갔다가 나랏돈은 나랏돈대로 거덜내고, 애꿎은 젊은이들을 무더기로 죽이면서도 10년이 넘게 수렁에 빠져 있는 아메리카합중국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그것을 바랄 사람은 나라 안팎의 전쟁광들과 무기 상인들밖에 없다.)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도 중국도 발 뺄 길이 없다. 자칫하면 그 불길이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 있다. 그러니 이 기회에 영세중립 평화통일의 밑그림을 남과 북이 뜻을 모아 함께 그려가야 한다.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평화를 사랑한 대통령으로 국민과 인민의 기억에 남기 바란다. 그러려면 지금 바로 나서야 한다. 전에 노태우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이른바 ‘보수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만이 이 일을 추스를 수 있다. 전교조 같은 교사단체를 법 밖으로 내칠 마음일랑 접고 자비롭게 북녘에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그리고 북녘에서도 자비롭게 그 손을 맞잡아야 한다. 당장에 수뇌들이 한자리에 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밑 작업이 앞서야 하는데, 박 대통령이 야당에 몸담고 있던 시절에 북녘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던 일을 본보기 삼아 이번에는 야권 인사를 특사로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날 북녘을 오가면서 서로 믿음을 쌓은 사람 가운데 한 분을 보내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정동영이나 정세현이나 임동원 같은 분도 그런 일을 감당하기에 손색이 없는 분 아니던가.)
물론 나라 안팎의 극우세력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을 수 있고, 온갖 방해를 다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나쁜 환경에서 마뜩잖아하는 미국의 압력까지 꿋꿋이 견디며 ‘7·4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던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야 한다. ‘7·4 공동성명’이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서 온 나라 구석구석에 퍼져나갔을 때 남과 북을 가리지 않고 온 민족이 한마음으로 환호와 갈채를 보냈던 일을 상기하기 바란다.
지금이야말로 ‘자주·평화·민족’의 이름으로 이 일을 추진하기에 가장 알맞은 때다. 슬픔(悲)을 추스르며 하늘같이 너그러운 마음(慈)으로 민족의 미래를 보라. 세상 소리를 눈여겨보라. 바로 이런 뜻이 대자대비관세음(大慈大悲觀世音)보살이라는 염불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윤구병 농부철학자
댓글목록
김연호님의 댓글
김연호 작성일
이시대 철학자로서의 삶의 표본이자 마즈막 보루인 윤구병선생님1 존경합니다.
충북대 철학과교수로서 현실을 구가하며 살 수있는 환경인데도 구지 학교를 떠나 농촌에 묻혀 흙속에서 삶을 관조하며 인생이란? 불교란?우주란?을 얻고자 고행 수도와 같이 살고있는 윤구병교수님!
한달에 한번씩 기고하는 현실의 문제를 깊히 파악케하는 옥고에서 그래도 초야에 선지식이 계시다는데 삶의 보람을 얻습니다. 작금 우리는 유명인사의 친불교적인 삶이나 글에서 직접 감사하며 교훈이 되어야하는 지극한 현실앞에서 "대자대비관세음보살"이라는 마즈막 귀결에 숙연치 않을 수없을 진저!
이 훌륭한 글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서 우리 계시판에 올려주신 이성균 법우의 혜안에 고개숙여 多사다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