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전공(한국불교신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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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호석 작성일2013.09.17 조회3,820회 댓글1건본문
스님의 ‘전공’이 뭐예요?
서울 근교의 한 사찰에서 스무 평 남짓한 요사를 신축할 때의 일이다. 주지스님께서 건축자재를 구입한다고 혼자서 목재소를 가신다. 목재를 잘 아는 신도나 시공자에게 맡기면 될 일을 무엇이 못 미더운 지 전문가도 아닌 당신이 직접 다닌다. 결국 좋은 목재를 값싸게 구매했는지는 고사하고, 수요예측을 잘못해 남은 목재가 담장 뒤편에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뿐이 아니다. 중장비와 고급기술이 필요한 자연석 쌓기 축대공사를 하면서 뜨락이 넓으니 좁으니 하더니만 쌓은 축대를 헐고 다시 쌓기를 반복했다. 결국 공사비가 두 배가 들었다고 한다.
건축이라는 것이 설계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하여 소요자재와 공사비를 산출하고, 또 예산에 따라 자재와 공법을 결정해야 하는 전문분야의 기술이다. 그래서 설계와 시공 분야의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도면도 볼 줄 모르는 비전문가의 어설픈 열정이 삼보정재를 낭비하고, 공기(工期)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현대사회는 실로 다양한 전문가들에 의하여 운영되는 사회다. 세상에는 직업의 종류가 2만여 가지에 이르고, 우리나라의 통계청이 공식적으로 분류하고 있는 직종만 1천 2백여 가지가 넘는다. 그래서 혹자는 말한다. “전문가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회가 가장 이상적인 사회고, 전문가나 비전문가가 대충 일하는 사회는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비전문가가 열심히 일하는 사회보다는 위험하지 않다.”라고.
스님은 전공이 무엇일까?
두 말할 나위 없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공부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설법하는 것, 즉 수행과 전법일 것이다. 재가가 스님을 존경하고 삼보(三寶)로 받드는 것도 스님들은 바로 수행과 전법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님은 세속의 명리를 포기하고 수행과 전법이라는 전공에 매진하는 거룩한 존재들이 아니신가.
그런데 요즈음은 자기 전공은 하지 않고 세속의 가요나 댄스 등 대중예술에 빠진 스님이 있는가 하면, 역학이나 무속, 심지어 정치나 사회 활동이 전공인 스님들이 간혹 있다. 그리고 더욱 한심한 것은 재가자들도 엉뚱한 전공에 몰두하는 스님들을 더 따른다는 사실이다. ‘우리 스님은 가수야’, ‘우리 스님이 얼마나 용하다고’, ‘우리 스님은 무슨 단체의 위원이고 실력자야’ 라고 자랑을 일삼는다. 그게 어디 흉이지 자랑할 일인가.
물론 그것이 중생을 제도하는 한 방편이라 주장할지 모르지만 부처님도 금하신 일을 방편이라는 명분으로 굴리는 것은 옳지 않다. 또, 자기 ‘전공’은 도외시하거나 부실한데 단순히 취미정도를 넘어 남의 영역을 기웃거리는 것은 세속에서도 졸부들이나 하는 짓으로, 자신은 물론 이 사회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지금은 작은 절 살림도 그렇지만 종단을 운영하는 데에도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정치·경제·사회 ·문화·예술 등의 다양한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업무들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법률이나 세무 등은 전문 소임자가 배치되어야 할 만큼 활용도가 큰 분야이고, 심지어 스님들의 본업으로 여겨지는 포교와 문화재 관리에도 심리·엔터테인먼트·역사·유물 관리 등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적어도 외부 자문을 받아야 하는 일들을 불교 집안에서는 대부분 스님이 처리한다. 종단의 의사결정기구에 일정부분 재가가 참여하는 종단도 있지만 대부분은 스님들이 결정하고 집행한다. 재가종무원들이 집행부에 있어도 그들은 솔직히 스님들 심부름이 고작이다. 더구나 전문적인 식견과 능력을 필요로 하는 불교계의 신문, 방송, 교육기관 등의 대표와 이사, 심지어 편집국장 자리까지도 비전문가가 독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 불교가 발전할 수 있겠는가?
종단에 따라서는 아직 전문가를 고용할 형편이 못돼 스님이 소임을 맡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 문제는 재가의 전문 인력을 적절히 활용하면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재가는 자신이 종단의 일원으로 불사에 참여하는 것을 부처님 은혜 갚는 일이라고 영광스럽게 여길 것이다. 그런데 왜 스님이 다 하는 것일까? 왜 재가와 함께하지 못하고 기회조차 주지 않는가? 대승의 승가는 사부중(四部衆)이라 가르치면서 한국불교 대부분의 종단에는 우바새 우바이가 없는 것일까?
지금은 자급자족하던 농경사회가 아니다. 재가의 전문 인력을 활용하여 불교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종단을 진정한 사부중으로 구성하여야만 비전문가의 무모한 열정으로 야기되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불교신문 2013. 9>
박 호 석(前 농협대 교수, 삼보회 법사회장) |
건축이라는 것이 설계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하여 소요자재와 공사비를 산출하고, 또 예산에 따라 자재와 공법을 결정해야 하는 전문분야의 기술이다. 그래서 설계와 시공 분야의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도면도 볼 줄 모르는 비전문가의 어설픈 열정이 삼보정재를 낭비하고, 공기(工期)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현대사회는 실로 다양한 전문가들에 의하여 운영되는 사회다. 세상에는 직업의 종류가 2만여 가지에 이르고, 우리나라의 통계청이 공식적으로 분류하고 있는 직종만 1천 2백여 가지가 넘는다. 그래서 혹자는 말한다. “전문가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회가 가장 이상적인 사회고, 전문가나 비전문가가 대충 일하는 사회는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비전문가가 열심히 일하는 사회보다는 위험하지 않다.”라고.
스님은 전공이 무엇일까?
두 말할 나위 없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공부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설법하는 것, 즉 수행과 전법일 것이다. 재가가 스님을 존경하고 삼보(三寶)로 받드는 것도 스님들은 바로 수행과 전법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님은 세속의 명리를 포기하고 수행과 전법이라는 전공에 매진하는 거룩한 존재들이 아니신가.
그런데 요즈음은 자기 전공은 하지 않고 세속의 가요나 댄스 등 대중예술에 빠진 스님이 있는가 하면, 역학이나 무속, 심지어 정치나 사회 활동이 전공인 스님들이 간혹 있다. 그리고 더욱 한심한 것은 재가자들도 엉뚱한 전공에 몰두하는 스님들을 더 따른다는 사실이다. ‘우리 스님은 가수야’, ‘우리 스님이 얼마나 용하다고’, ‘우리 스님은 무슨 단체의 위원이고 실력자야’ 라고 자랑을 일삼는다. 그게 어디 흉이지 자랑할 일인가.
물론 그것이 중생을 제도하는 한 방편이라 주장할지 모르지만 부처님도 금하신 일을 방편이라는 명분으로 굴리는 것은 옳지 않다. 또, 자기 ‘전공’은 도외시하거나 부실한데 단순히 취미정도를 넘어 남의 영역을 기웃거리는 것은 세속에서도 졸부들이나 하는 짓으로, 자신은 물론 이 사회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지금은 작은 절 살림도 그렇지만 종단을 운영하는 데에도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정치·경제·사회 ·문화·예술 등의 다양한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업무들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법률이나 세무 등은 전문 소임자가 배치되어야 할 만큼 활용도가 큰 분야이고, 심지어 스님들의 본업으로 여겨지는 포교와 문화재 관리에도 심리·엔터테인먼트·역사·유물 관리 등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문가를 고용하거나 적어도 외부 자문을 받아야 하는 일들을 불교 집안에서는 대부분 스님이 처리한다. 종단의 의사결정기구에 일정부분 재가가 참여하는 종단도 있지만 대부분은 스님들이 결정하고 집행한다. 재가종무원들이 집행부에 있어도 그들은 솔직히 스님들 심부름이 고작이다. 더구나 전문적인 식견과 능력을 필요로 하는 불교계의 신문, 방송, 교육기관 등의 대표와 이사, 심지어 편집국장 자리까지도 비전문가가 독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 불교가 발전할 수 있겠는가?
종단에 따라서는 아직 전문가를 고용할 형편이 못돼 스님이 소임을 맡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 문제는 재가의 전문 인력을 적절히 활용하면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재가는 자신이 종단의 일원으로 불사에 참여하는 것을 부처님 은혜 갚는 일이라고 영광스럽게 여길 것이다. 그런데 왜 스님이 다 하는 것일까? 왜 재가와 함께하지 못하고 기회조차 주지 않는가? 대승의 승가는 사부중(四部衆)이라 가르치면서 한국불교 대부분의 종단에는 우바새 우바이가 없는 것일까?
지금은 자급자족하던 농경사회가 아니다. 재가의 전문 인력을 활용하여 불교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종단을 진정한 사부중으로 구성하여야만 비전문가의 무모한 열정으로 야기되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불교신문 2013. 9>
댓글목록
김연호님의 댓글
김연호 작성일
존경하는! 박효석 선배동문법우님의 글 잘읽었습니다.
우리 승가가 사회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제역활을 찾아서 실천하는 현장에서 부처님이 보여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일반 상식이지요.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스님들의 전공에 대한 말씀 적절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들 세상에 올려주시길 희망합니다.
나무대지문수보살 김연호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