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백양사의 불씨를 바라보며
올해 5월은 한국 불교에 큰 상처가 생겼던 달입니다.
불교계 최대 명절인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급작스럽게 터져 나온 승려도박사건은 여러 가지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모든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아야 했고, 그 결과 불교계는 만신창이의 모습으로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당시에 지부장 한명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는 ‘우리가 대학 내에 포교를 위해 포스터를 천장 붙여도 소용이 없다.’고 하며 오열했다. 우리 대학생 불자들은 학내에서 불자를 한명이라도 더 만들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는 상황에 터져버린 이런 큰 문제를 마음의 상처 없이 견뎌내기 쉽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불자로서 우리의 몫이 있다고 믿고 열심히 신행과 포교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지속되는 백양사의 문제들을 지켜보면서 대학생 불자들이 느끼는 회의감은 단순한 회의를 넘어서 절망과 좌절을 맛보게 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불자들이 불교를 믿는 대부분의 이유는 고결하고 청렴한 수행자의 모습을 동경하고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학생 불자들도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고 더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 법대로 살아가길 서원하는 마음으로 포교를 하는 것입니다. 최근 백양사에서 들어난 많은 문제점들은 대학생 불자들의 이런 원대한 꿈을 산산이 짓밟는 일일뿐 아니라, 한국불교 전체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이기적이고 야만적인 행동일 것이, 수행자들의 행동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일 것입니다.
최근 열린 ‘호국안민 기원법회’에서 종정예하의 명의를 도용하는 일은 수행자가 아닌 일반인 사이에 일이라고 하여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큽니다. 더욱이 명의를 도용한 대상이 조계종의 정신적 지주이자, 법맥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종정예하 아닙니까. 더 참을 수 없고 안타까운 일은 이번 일에 관계된 사람들이 불자로서 지켜야할 가장 기본적인 다섯 가지 약속인 오계에서 두 가지 계율을 어긴 것입니다. 이번 일에 관계된 사람들은 거짓말 하지 말라는 계율과 훔치지 말라는 계율을 어긴 것이 자명합니다. 전국의 대학생 불자들은 이런 기초적인 계율조차 지키지 못하는 스님들께서 한국 불교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교육기관이자 상징성을 지닌 고불총림의 방장이 누가 되느냐를 가지고 다투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작금의 사태를 눈물로 바라보고 차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통탄하며 가슴으로 웁니다.
전국의 대학생 불자들은 이번 백양사 사태가 마무리 되는 길에서 단순히 총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서 조계종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성과 쇄신의 모습과 발 맞추어 앞으로 뻗어나갈 조계종의 새로운 100년을 약속할 수 있는 기회로 발돋움하길 바란다. 아무쪼록 이번 사태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빠르게 마무리되어 대학생 불자들도 납득할 수 있는 한국불교의 새로운 모습으로 함께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2012년 8월 17일(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