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송 스님의 발자취와 사상비를 세우는 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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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017.11.27 조회5,539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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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송 스님의 발자취와 사상비를 세우는 취지
- 사상비 건립에 부쳐 -
자취를 남기지 않는 게 불교의 가르침이고, 또한 고인의 뜻이지만, 이렇게 진정 스님을 존경하고 아꼈던 분들을 모시고 조촐한 모임을 갖는 의의를 지면을 통해서나마 밝히고자 합니다.
1944년에 태어나 일찍이 가족과 친지, 주변인들의 촉망을 받으며 어린 시절을 지낸 스님은 부산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62년 부산대 공대에 입학하였습니다. 공대생으로서 꼼꼼히 제도설계를 하던 어느 날, “내 인생도 이렇게 자로 재고, 혹은 저울질하면서 살아갈 것인가?”하는 회의가 생겨 학업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이후 청운의 뜻을 품고 서울로 올라와 이듬해인 63년, 서울법대에 입학하게 됩니다. 어수선한 시대의 청년학도로서 사회정의를 부르짖으며 데모에도 앞장서고 불의와 맞서 싸우기도 했지만, 당대의 석학과 사회 저명인사들을 모셔 특강을 듣는 서울법대 행사에서 소천(韶天)선사님을 만나게 된 것이 스님의 일생을 결정짓는 운명적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법대생으로서 정치보다는 종교와 사상에 관심이 지대할 즈음 만나게 된 소천선사의 ‘활공사상(活功思想)’은 그의 잠자던 영혼을 깨워 일으켰으며, 그야말로 그의 운명을 돌려놓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인은 술회합니다.
소천사상의 영향을 받은 그가 반듯한 세상을 이룩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발원한 꿈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청소년수련원-수행을 겸하여 바른 인생관을 정립하고 세상을 반듯하게 만들어갈 인물양성소-, 또 하나는 봉로원-양로원이 아니라 노인을 봉양하는 곳, 노인으로 하여금 인생경륜을 통해 얻은 지혜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수행을 통해 다음 생을 준비하게 하는 곳- 건립입니다.
소천선사에게 영향 받은 활공사상을 펴고자 동체대비사상에 입각한 인간방생불사를 기치로 들고 ‘새생각실천회’라는 모임을 만들었으며, 재가신도와 교사를 대상으로 불법을 펴는 등 꿈의 실현을 위한 작은 첫걸음을 떼어놓게 됩니다. 한 끼니에 한 술씩 아낀 쌀을 모으는 등 자급자족의 재정운영을 시도하며 소규모의 봉로원을 꾸려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대학의 부름이 있으면 어디든 사양치 않고 달려가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특강을 하기도 했지요.
함께 모시고 살던 어머님이 타계하신 이듬해인 2004년 4월, 홀연히 출가의 길을 떠납니다. 청년기엔 아버님의 만류로 접을 수밖에 없었고, 출세간적인 스승과도 같았던 어머님을 모시던 시절 또한 출가의 염을 낼 수 없었지만, 청년기부터 지녀온 출가에 대한 열망은 가슴 한구석에 깊이 자리했던 것입니다.
회갑이 넘은 나이에 궁벽한 산골로 들어가 아무의 도움도 없이 손수 식사를 해결하며 홀로 지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신도도 없는 사찰을 혼자 운영, 꾸려가는 외롭고 고된 생활 속에서 오직 자연만이 벗이요 스승이었고, 부처님 공부하는 게 그의 유일한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 중에도 원하는 이들이 있어 사중법회를 열고, 원주 횡성 지역의 군법회를 지원하고, 군청 직원이나 군민들에게 특강을 하거나 환경문제 등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해왔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오직 부처님 말씀에 탐닉하여 공부하고 수행하면서 佛恩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저술활동을 하고, 2013년부터 천일기도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몸은 점점 약해지고, 끝내는 병을 얻어 2년 세월 투병하면서도 1000일을 약속한 기도와 저술활동에 몰입했습니다. 금년에 발간하여 오늘에야 배부하는 이 ‘고쳐 풀이한 법성게’가 그만 유고집이 되고 말았네요.
스님은 마지막 저술인 법성게를 탈고하면서 “부처님 제자 된 밥값은 한 셈인데, 世人에게 남기고 떠나려는 나머지 책은 언제나 쓰게 될꼬?”라고 말하며 몸이 쇠해질수록 더욱 안타까워했습니다. 점점 무너져가는 몸으로 단 한 권만이라도 이 세상에 남기고 갈 수 있도록 그 시간을 허락해 주십사고 불보살님께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한 권의 책이란? 평생 지녀온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이승을 떠나야 한다면 그 꿈의 내용을 글로라도 남겨 언젠가 눈 밝은 후인에게 읽혀져 그 꿈이 이어지길 소망하면서 책 한 권 저술하고자 한 것입니다. 그러나 끝내 그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한 달간 묵언 수행자의 모습으로 고요하게 누워있던 그분은 2016년 6월 18일 영면의 길로 떠나셨습니다.
스님의 유골을 안장한 이곳 도피안사에 사상비를 세우는 뜻은 스님 평생에 이루고자 염원했던 꿈의 내용을 축약하여 늘 머리맡에 두고 한시도 잊지 않으셨던 그 글을 비석에 새겨 스님의 간절한 뜻을 영원히 알리고자 함입니다.
스님의 깊은 사상을 이해하고자 하시면 그분의 저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비석 앞면은 스님이 世人에게 남기고자 한 꿈의 축약이요, 뒷면은 학송 스님을 스승으로 받들고 따르던 동료 교수의 추모시(한시)를 풀이한 것입니다.
2017년 11월 11일
사상비 제막과 유고집 발간을 기하여
李 慈 玉 合掌
학송 스님의 유고집 ‘고쳐 풀이한 법성게’는 ‘도서출판 운주사’나 교보, 영풍 문고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이자옥 동문(010-8072-2370)에게 문의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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