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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한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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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레박2 작성일2011.07.15 조회1,9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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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여:이 글은 한겨레신문 7월 7일(목)일자 29쪽에 있는 고정 칼럼난인 [왜냐면]에 박호석님이 "새 주소 전면 재검토해야"라는 제목으로 쓰신 칼럼입니다. 좋은 글이라 여겨 이곳에 그대로 옮겨 놓았읍니다.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박호석의 [왜냐면]

새 주소 전면 재검토해야

 

박호석(우리문화지킴이·전 농협대 교수)

 

새 도로명 주소 시행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논란과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개운사길’을 ‘인촌로’로 바꾸었다가 친일 시비에 원상회복이 되었는가 하면, 뚜렷한 이유도 없이 예전부터 써오던 ‘화계사길’을 ‘덕릉로’로, ‘보문로’를 ‘지봉로’로 바꾸려다가 시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지명은 그저 부르는 땅 이름이 아니라 조상 대대로 이어지는 우리 역사와 문화, 풍속을 담고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그런데 길을 따라 주소를 정하는 것이 아무리 편리하다고 해도 새 주소를 정하면서 수백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써내려온 전통 지명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행태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지금의 읍면이나 동리의 법정 지명이 그 지역의 길 이름 하나를 대신하지 못하고 주소에서 사라지고 만다면 이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생매장시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간혹 별다른 의미가 없이 동서남북의 방위나 일이삼의 순서로 정한 지명이나 일제강점기에 왜곡되었던 지명이라면 몰라도, 엄연히 역사와 전통이 숨 쉬는 우리 고유의 지명을 함부로 바꾸고 없애는 것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생명을 끊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거주하는 곳에서도 ‘세수동’, ‘가시골’과 같은 전통 지명이 사라지고 ‘삼송로 ○○번길’이라는 새 주소가 정해졌다. ‘세수동길’이라고 하면 마을 이름도 살리고 훨씬 더 품위가 있을 텐데, 큰길에서 순차적으로 매겨온 번호가 주소가 되었으니 새로 된 주소 체계가 다분히 편의적이고 졸속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특별시 성동구 도선동에서 ‘도선’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의 ‘가야’는 ‘가야시장로’에 의탁해 겨우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온 국민의 가슴을 도려내던 ‘단장의 미아리 고개’가 있는 서울특별시 강북구 미아동이 미아 9동까지 있는 데도 새 주소에는 ‘미아’가 없다.

 

이런 사례는 전국적으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큰길 이름을 차지할 수 없다 하더라도 ‘미아’나 ‘도선’이라는 지명은 새 주소 어디에는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어떻게 수백년을 지켜온 ‘가야’가 큰길 이름도 아니고 시장길에 붙어 있어야 하는가? 어떻게 ‘○○번길’이 아름다운 ‘세수동길’을 대신할 수 있겠는가?

 

또 이런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 몇 곳 남지 않은 매향 유적이 지명으로 살아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인 경기도 화성시 우정면 매향리는 향을 묻은 곳이라서 ‘埋香(매향)’인데, 최근에 ‘梅香(매향)’으로 바꾸더니만, 새 주소에서는 한 술 더 떠 ‘매화로’라고 했으니 참으로 소가 웃을 일이다.

 

지명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숨 쉬고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리고 고도의 산업화·정보화 사회에서 지역을 알리는 훌륭한 문화상품이다. 다소 시행을 늦추더라도 지역의 전통을 보존하고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지킨다는 안목에서 새 주소 체계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적어도 지금의 법정 지명은 물론, 법정 지명이 아니더라도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마을 이름, 그리고 신도시 개발 따위의 여파로 사라진 지명들을 살려서 새 주소로 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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