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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이 세월호 참사 불러…종교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 한겨레신문 8월27일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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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항원 작성일2014.08.27 조회3,9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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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이 세월호 참사 불러…

 

  종교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등록 : 2014.08.26 19:25 수정 : 2014.08.27 10:14 (한겨레신문)
 
술락 시와락 박사

[짬]한국 찾은 세계적 불교사상가
술락 시와락 박사

세계적인 불교사상가 술락 시와락(시바락사·81) 박사가 불교단체 로터스월드의 초청으로 방한해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강연했다. 술락 박사는 영국에 유학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뒤 <비비시>(BBC) 방송에서 프로듀서로 근무한 데 이어 런던대 조교를 거쳐 1960년대 초 고국인 타이로 돌아와 인권과 영적 각성을 위한 사회운동가 및 잡지사 편집자로 활동했다. 달라이 라마, 틱낫한 등과 함께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를 설립한 그는 1994~95년 2년 연속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고, 대안 노벨상인 스웨덴의 ‘바른삶상’과 간디밀레니엄상 등을 수상했다. 25일 서울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쟁과 관련해 “가족들을 잃은 슬픔을 함께 공유하며, 그들의 처지가 되어서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희생자 가족들의 고통을 진지하게 함께 나눠야 한다. 그런 다음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해 가야 한다.”
 
그는 또 불교계가 늘 동체대비와 자비를 말하면서도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행동엔 가장 더딘 것과 관련해 “엄마가 자기 자식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몸을 던지듯이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는 것이 불교지만, 우리가 수행하고 가르친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동남아시아 불교계의 실상도 들려주었다.
 
“미얀마에서 승려들이 군부독재에 항거하는 비폭력 시위(2007년)를 벌였을 때다. 타이는 미얀마와 같은 불교국가이고 수많은 승려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미얀마를 돕지 않았다. 그러나 타이에서 기독교는 소수인데도 그들이 미얀마 승려들의 항거를 돕고 나섰다. 그때 군부독재의 압제로부터 상당히 벗어난 승려들은 기독교인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술락 박사는 “붓다의 가르침대로 고통이란 우리 삶의 조건인데도, 우리는 고통으로부터 멀어지려고만 해 고통받는 사람들과도 떨어지려고 한다”며 “그런 마음이 들수록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연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세월호 참사는 현대 생활이 탐욕과 소비주의, 자본주의와 얼마나 깊이 연관돼 있는지 보여준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종교도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불교 신자든 기독교 신자든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영적인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돈·권력 같은 물질주의와 자본주의의 희생양이 되고 만다. 그들은 종교를 믿지만 영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된다.”
 
그는 물질주의를 부추긴 서구 문화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기술과 발전을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발전한 일본에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 보듯 맹목적인 발전만 추구하면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서구 의학이 발전돼 있지만, 한편으로는 일부 제약회사들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에 결국 부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의학”이라며 언제든 대안을 찾아야 함을 역설했다. 그는 어떤 사회든 질문을 잊어버려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유가족들 입장서 생각하고
재발 않게 조심스런 접근을
종교도 자본주의 사로잡혀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평화 위한 호흡 통해
‘탐진치’ 우리 자신부터 바꿔야”
 
“산업사회의 서구 문명은 모두가 환호했지만 가정과 자연을 파괴하는 데도 지대한 구실을 했다. 또 부자들은 더욱더 부자가 되고, 빈자들은 더욱더 가난해졌다. 이런 구조는 전혀 변화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런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 스스로 자신부터 변화시켜가야 한다.”
 
그러면서도 변화를 위해 내적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빈부 구조 개선을 위해 공산주의도 생각은 앞서갔지만 가슴에 평화가 없었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불교인답게 평화를 위한 호흡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우리는 쉴 새 없이 호흡을 한다. 보통 근심과 증오, 탐욕을 호흡하기 쉬운데, 깨어 있는 정신으로 호흡하면 사랑과 열정, 자비로 바꿀 수 있다. 호흡이 이렇게 달라지면 의식도 재구성할 수 있어서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남을 이기려는 게 아니라 모두를 친구로 받아들인다. 자연도 존중하게 되고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게 된다. 심지어 적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적은 우리가 어떻게 변해야 할지 알려주는 존재다. 마침내 불교에서 말하는 탐진치(탐욕·분노·어리석음)를 관용과 자비,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바꿀 수 있다.”
 
그는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호흡”이라며 “호흡으로 뇌와 심장을 동기화하면 오만하지 않고 겸손해진다”고 말했다.
 
술락 박사는 불교계의 달라이 라마 초청 움직임과 관련해 “중국의 지배 아래 있을 필요가 없으며, 도덕적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한국 정부에 일깨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자존심을 지켜내고 달라이 라마를 초청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처럼 말이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한겨레신문 8월 27일자에서 따왔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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