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 인터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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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태형 작성일2014.12.19 조회4,275회 댓글0건본문
"조계종은 혼인 증명서가 있어도 문서견책으로 끝나고, 상습도박, 원정도박, 성매수, 성폭력, 성추행, 심지어 룸살롱 풀코스를 밟았다는 의혹이 제기돼도 징계를 안 한다. 그런데 '법인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이하 법인관리법)에 반대했다고 멸빈했다. 권력승과의 친분관계에 있는 사람은 징계를 못했다. 징계의 령이 서겠는가? 멸빈을 당했어도 살아난 사람이 많다."
그는 거침이 없었다. 조계종 총무원(총무원장 자승)의 법인관리법은 "독재적 발상으로 시작된 악법"이라면서 "사부대중이 북을 치면서 총무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 법인관리법이 뭐길래? 지금 불교계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에 있는 선학원에서 그를 만났다.
불교계의 '큰 별' 송담스님마저도...
조계종은 종단 내 모든 법인의 등록을 의무화한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법인관리법)'을 앞세워 지난 9월 30일까지 학교법인을 제외한 교계의 모든 법인 등록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법인 등록 마감시한까지 총 17개 대상 가운데 9곳만 등록했다. 선학원은 이 법이 재정권, 인사권 등 자율적인 법인 운영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종단에 제적원을 제출했다. 조계종단은 징계절차에 착수해서 지난 9월 15일 '해종행위'라고 판단해 법진 이사장을 멸빈했다.
파장은 확산됐다. '마지막 선지식' '불교계의 큰 별'이라고 추앙받는 송담 큰스님이 조계종 탈종을 선언했다. 송담 스님은 인천 용화선원의 원장으로 '법보선원'을 이끌고 있다. 법보선원 역시 선학원처럼 조계종의 법인관리법에 따른 등록절차를 밟지 않고 제적원을 제출했다. 당시 송담 스님이 법인관리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법진 이사장은 조계종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10월 5일 자 '한국 불교, 몽키 비즈니스(협잡사기)'라는 제목으로 조계종의 부패를 폭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총무원장의 도박 연루 의혹, 토지 불법 매각, 선거 때 오가는 돈봉투, 심지어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기자회견하려는 스님을 불법 연행해 고문에 가까운 폭력을 행사하고도 유야무야 넘어갔다.
송담 스님은 이런 모습에 실망한 것이다. 큰스님이 탈종하면서 뭐라 말했나. 스님은 제적원을 제출하면서 '조계종의 수행전통과 법보선원의 수행전통이 맞지 않아서 조계종 승려로서의 의무를 내려놓는다'고 젊잖게 표현했지만 사실상 조계종은 수행집단이 아니라고 사망선고를 한 것이다."
선학원 소속의 조계종 승려는 1000명에 달한다. 선학원에 등록된 분원은 580여개다. 법인관리법 등록 대상 법인 중 최대 규모다. 그런 선학원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난 10월 1일부터 승적과 신규사찰 등록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2002년 조계종과의 합의에 따라 조계종 승려가 창건한 사찰의 경우 조계종단에 등록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등록을 받지 않았는데, 이같은 방침을 바꾼 것이다. '종단'을 만들 각오를 한 것일까?
"종단을 만들 생각은 없다. 그런데 조계종은 선학원 이사장인 저의 승적을 박탈했다. 선학원의 자구책이다. 신규사찰 등록업무는 법인의 고유 업무인데, 그간 종단에서 조계종 스님들이 만든 신규사찰을 등록받지 못하게 해서, 그런 합의에 따랐다. 하지만 종단이 먼저 합의를 깨고 법인관리법을 만들었기에 우리도 고유 업무를 재개한 것이다."
"선학원은 조계종의 모태다"
사실 선학원은 조계종의 모태다. 선학원은 일제 강점기 때 조선총독부 사찰령에 따른 왜색화에 대응하려고 도봉, 석두, 남전 스님 등 민족정신이 투철했던 불교계 지도자 스님들이 3.1운동으로 투옥됐다 출옥한 만해 한용운 스님과 함께 1921년에 건립했다. 선학원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사'(寺)나 '암'(庵)을 쓰면 사찰령에 따라 조선총독부의 관장을 받아야 했기에 '원'(院)을 사용했다.
선학원은 사찰령에 의해 사라지는 민족불교의 법맥과 수행승을 지원하려고 1922년 '선우공제회'를 만들었는데, 창립발기인으로 만해, 용성, 성월, 남전 스님 등 35명의 선지식이 참여했다. 해방 이후에는 왜색 불교와 대처승의 주지 전횡제도를 척결하려고 정화운동을 전개했고, 이 과정에서 1962년 대한불교 조계종이 탄생했다. 정화운동의 주역이었던 청담, 석주 대종사는 선학원 이사장을 역임했고 조계종 종정과 총무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조선총독부는 주지 임명권을 행사했다. 우리 불교는 비구 독신승 제도였는데, 일제시대부터 결혼을 한 대처승들이 주지로 임명됐고, 그들에게 모든 권한을 주었다. 주지 전횡제도를 만든 것이다. 요즘도 절에 가면 주지스님부터 찾는데, 이게 일제의 산물이다. 주지 맘대로 절 땅을 팔아먹고 해외 도피하고, 시줏돈으로 도박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도 왜색 불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전통 불교는 대중공의제였다. 대중들이 모두 모여서 의사 결정을 했기에 주지를 견제할 수 있었고 승려는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 사실, 조계종 소속의 법인이라면 당연히 종단에 등록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선학원과 조계종은 한 뿌리이지만 불교재산을 관리하는 틀이 다르다. 조계종은 사단법인격인 임의단체이고 선학원은 주무관청의 관리감독을 받는 재단법인이다. 선학원은 민법에 의해 설립됐는데, 사단법인 규약으로 규제하겠다는 것 자체가 법리상으로 맞지 않다."
사명대사 선친 묘자리도 팔아먹은 주지
총무원 쪽은 '법인의 재산권, 인사권 등의 권리는 보장하면서 종도로서 기본 의무를 지키고 공공성을 유지하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에 반대하는 것은 '이사회의 전횡으로 챙겨야 할 이권들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재단법인 선학원의 주무관청은 정부다. 지난 100년 동안 이사나 이사장이 재단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해서 사적으로 취한 전례가 없다. 재단의 기본재산은 재단 명의이고 (처분 등은) 재단이사회를 거쳐서 주무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개인이 법인의 재산을 사유화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역으로 조계종단이 재산을 잘못 관리한 예는 많다. 작년 표충사 주지가 100억 원대의 사명대사 선친묘가 있는 땅을 팔아먹었다. 제답까지 팔아먹고 해외로 도피했다. 우리 같은 재단법인은 그게 불가능하다. 그런데 사단법인인 임의단체는 재산을 장악할 능력이 없다. 봉은사, 관악산 염불암, 아차산 대성암, 신촌 봉원사, 돈암동 홍천사, 제주 관음사, 화순 용암사 등 재산 불법처분 사례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 인사권 침해 우려는 어느 정도인가?
"종단은 이사회의 4분의1을 추천하겠다는 거다. 종단의 뜻대로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의도로 본다. 우리 재단의 이사는 재산을 출연한 사람들도 있는데, 그 분들을 배제하겠다는 거다. 우리는 주무 관청으로부터 정관 개정을 승인받는데, 법인관리법에 따르면 총무원장 승인도 받아야 한다. 법인을 해산하면 종단에 귀속해야 하고, 법인 대표자를 뽑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런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총무원장이 징계할 수 있다. 말로는 인사권을 보장하겠다지만 내용으로 보면 인사권과 운영권을 침해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법인을 보호하고 육성하겠다는 법인가?"
- 그렇다면 자승 총무원장이 법인관리법을 제정하려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결론적으로 지금 법인들을 종단으로 끌어들여서 인사권과 재산권, 운영권을 장악해 재원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 자승 총무원장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조계종의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지.
"지금 많은 의혹이 나오고 있다. 룸살롱 출입, 도박, 재정 문제 등으로 시끄럽다. 옛날에는 총무원장되면 조계사 초하루 법문은 꼭 했다. 그런데 법문도 안 한다. 수행과 포교가 중의 기본 사명이다. 서산대사가 말하기를 '머리 깎고 중된 게 어찌 작은 일이냐, 잘 먹고 잘 살려고 한 것도 아니고 오직 속혜명(부처님의 진리를 수행을 통해 이어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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