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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의 아들이 보낸 어버이날의 영상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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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경희 작성일2004.08.28 조회4,389회 댓글7건

본문

나의 아버지


6.25를 겪고 월남전까지 참전하시면서도

꿋꿋이 살아남으신 엄청난 생명력을 바탕으로 22년간

나의 최고의 적이 되어오셨다

그래서 나의 강인한 적응력과 화려한 화술, 독립적인 성격을

아주 강하게 키워주셨다

현재 62세 대학교 교수님으로 학생들을 20년 넘게 괴롭히고 계심

어떻게 12살 어린 어무니의 사랑을 얻으셨는지 알 수 없지만

나와 같은 O형의 피를 지녔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내가 잘못하면 언제나 때리셨고 그 다음 3시간동안 나에게

강의를 해주셨다

물론 난 3시간동안 내 의견을 피력해야 했으므로

학교에서 내주는 발표수업 따위는 내겐 떡먹기가 되었다

따뜻한 말 한마디 할 줄 모르는 한국 남자지만

이제 나이가 드셨는지 흰머리도 보이고 어깨도 쳐지고 계시다

17살 때인가 산소가는길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아버지에게

따지는 3명의 젊은이를 한팔로 막고 경찰서 가서 얘기 합시다 라

고 했을 때, 바로 그때 내가 더 강해져있었다

17살 때에 비로소야 내가 팔씨름을 이길 수 있었다

17살까지 하루도 안빼놓고 나를 아침에 바득바득 깨워 같이

운동을 해주신 분이고 나에게 농구를 지면 내가 없을 때

연습해서 날 이기려고 사활을 다 하신 분이다

지금이야 내가 져드리지만

월남전에서 배운 당구로 나와 당구도 가끔 쳐주시는 아버지

아직도 내 적이며 배울 것 별로 없는 아버지지만

가끔 내 자신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는 빼다박은 아버지 모습

그게 아들의 모습이 아닐까

술한잔, 담배 한모금을 공부를 하려고 안하시고

아직도 9시에 뉴스를 보시다 주무시고 3시에 일어나 7시까지

공부를 하시는,

책만 2만권을 가지고 계셔서 이사때면 날 고문하시는,

학생 200명의 수필을 받아서 하나하나 맞춤법까지 보시는

이 고지식한 아버지가 나의 아버지이다


나의 어머니

엄부자모여야 하는데 엄부엄모가 되어버린 내 가족의 살림꾼

대학 강사가 직업이셨는데 요즘은 이상한 거(?) 하시느라 바쁘심

할머니 생신 때 집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몇백명을 대접하시며

내게 베품이라는 것을 가르쳐주셨고

밤 하늘이 이쁜 날이면 내게 그 쓰던 원두커피를 주시며

11살 먹은 아들을 밖의 정원으로 부르시던 어무니

12살이나 더 먹은 늙은이와 집안의 반대를 무릎쓰고

결혼한 깡을 지닌 여자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결혼이 인생 최고의 오점이라 부르짖으시는

아햏햏 여사

자기는 지독하게 반대된 결혼하고 잘 살면서

딸이 맘에 안드는 남자랑 사귄다고 반대하는 언행불일치 여사

십여년을 엄마 가야금 소리에 자고 일어났기에

엄마 공연 때도 자버린 나...그러나 엄마가 틀리면 깨곤한다.

가야금을 30년 넘게 타면서 아직도 공연하면 실수하는 허무 여사

하지만 언제나 넉넉하게 날 챙겨주고

나 없어지면 전화를 울려서 내가 좋아하는 캐논을

듣기 싫은 벨소리로 만들어 놓은 여사

계란찜 세상에서 젤 잘만드는 여사

내가 바느질이랑 요리하면 잘한다고 칭찬해 주는 여사

쌍커플 세계 최강인 여사

마법에 걸리면 돈 주면서 집을 나가버리라는 여사

중학교 때 1000일을 사귄애와 뽀뽀도 못했다고 놀리며

...그럼, 손잡으면 껴안고 껴안으면 섹스하냐? 란 한마디로

성교육을 끝내버린 여사

해지기 전이 아닌 해뜨기 전에는 들어오라는 여사

해외에 있는 아들한테 소포붙이면서 편지 한통 안쓰는 어이없는 여사

하지만 내겐 제일 친한 여사

죽어도 어머니라고 안부르고 언제나 엄마라고 하며

내가 뛰어가 “밥줘”를 외칠 그 여자

엄마 아빠지 어버이날입니다-_ -

(한글 모를 때인 6살 때 내 어버이날 카드엔

아버지가 아닌 아빠지라고 적혀있다 -_ -;; )

선물로 보낸 영상 메일 잘 받으셨죠-_ -;;

사랑합니다

 공부는 못해도 몸과 마음 건강하게 잘 사는 아들이 될게요
 
 *** 친구들은 유치원으로 학원으로 다 가고 없어 심심한
    6살 짜리 아들은 4층을 향해 엄마를 부르다 부르다
    대답없는 엄마에게 누나의 이름을 붙여 "정음이 엄마..
    정음이 엄마...하며 불러놓고 새털구름으로 덮여있는
    하늘을 가르키며 "엄마!하늘 좀 봐 이쁘지?"하던 아들
    이젠 친구가 되어 가끔 재즈바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맥주 코로나도 사준답니다(비싼 맥주마신다고 한 소리
    듣지만 맥주 보다는 아들 주머니 터는 맛이 더 좋지요) 
    아직도 제 어릴떄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22살의 아들,
    12월이 되면 돌아 온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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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법련화님의 댓글

법련화 작성일

이것이 선배님께서 말씀하신던 아드님의 편지이군요. 부럽습니다.

홍경희님의 댓글

홍경희 작성일

그 편지는 어디다 보관 했는지 못찾았다우!

이성균님의 댓글

이성균 작성일

멋지고 재미있게 사시는 거 참~~좋습니다.
이게 홍여사님 아들 편지라는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꼬??

명경미님의 댓글

명경미 작성일

넘 재밌고, 사랑이 담뿍 있는 글이네요. 언제 선배님의 그 옛날 러브 스토리도 올려주시겠어요?

원유자님의 댓글

원유자 작성일

그 아버지와 그 어머니, 훌륭한 어머니에 장한 자제입니다.

박일님의 댓글

박일 작성일

좋네요...아들의 마음깊이가 느껴집니다.아주 잘 키우셨네요...

홍경희님의 댓글

홍경희 작성일

이리씨! 그런가요? 더 가관 인것은 두 놈다 엄마가 지들을 잘 키웠데요...그러면서 즈이 아이들 저만큼 키울 자신 없다고 이담에 절더러 다 키워 달래요...너무 속 들여다 보이지요? 그 뻔~한 수법에 제가 넘어 가나요? 그래서 저는 모다들 라훌라는 갖지 말라고 한 술 더 뜹니다요... 내가 낳아 키운(?) 아이에게 보여진... 조금은 떨어져서 본 그 아이의 엄마인 내 모습..지나간 어느 시절 까지는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고 함꼐하길 원했던 그 아이가 이젠 스스로 일어나 제길을 가면서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그 아인 알고 있다는거..놀라운 일이었거든요..그러면서 생각했읍니다. 나는 후배들에게 어떤 빛깔을 지닌 선배이며 또 선배들에겐 어떤 후배로 비춰지며 또한 진정한 내 모습은 어떤것인지를 말입니다...아들놈! 나처럼 50살이 되면 그떈 뭐라고 쓸지 궁금하네요..저는 그떈 몸을 바꿔 그놈 근처 어디에선가 서성대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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