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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경희 작성일2005.06.16 조회3,615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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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두 시간 전 .....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빗줄기는 굵어지고...
국악원 광장에 더운 김이 피어 오른다.
 
효산 강태홍 선생님꼐선 지우산 받쳐드시고 창밖을 내다보는 나를 바라 보시며..

아가!...이 소리다!!

들리나?

알았지?

휘모리...기름 바른 종이 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

이른 시간 도착한 친구들의 젖은 머리...


이번 독주회는 세 번째였다.

그저 공주 박물관의 정원의 아름다움에 취해...
뭐가 뭔지도 모르고 통과의례처럼 치루어낸 33살에 첫 독주회

두 번째는 5년 전...
 어제의 그 자리에서,가야금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고 그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인연을 갖게된 지 30년...
그래서...한번 정리하고 싶었던..

그리고, 어제
내 인생에서는 마지막으로, 효산 강태홍 선생님의
가락과 인연을 가진 지 23년을 정리하는 자리...

23년 전...결혼과 동시에 가야금과는 멀어졌던 삶.

무서운 꿈에 시달림...
무대에 불은 켜져 있는데,아무것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무대로 나가야 하는 나 ...

이사하던 중 악기가 쓰러지며 안족이 부러지는 순간
아! 이제는 포기할 수 있겠구나... 하며 안도했던 그 때

그러나...
둘째 녀석 낳고 6개월 후
1983년 12월 구연우 선생님과의 만남..
1984년 3월 말 ,신촌의 허름한 건물의 추운 옥탑방,
구연우 선생님의 가야금 산조, 명고수였던 김명환 선생님의 반주

한 달 뒤 4월 27일 구 선생님 간암으로 돌아가심
100일 남짓한 만남..
지금 나의 선생님이신 그의 아내...

그래서..그 날 두분의 소리는 나의 소니 카세트에 마지막 유음이 되었다

 
작년, 보유자 후보를 지정받고, 수년간 산공부 때마다
느꼇던 그 자리를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주위의 전공자들은 말린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니까..

드러내서 피멍이 들더라도 있는 대로 그냥 그대로 가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냥 털어내고 싶었다..또한, 투병 중이신 나의
선생님께 희망을 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항상 허물을 벗겨 주실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 
자랑하고 싶었다...


세상에 익숙하지 않은 미숙아로서 그저 제 멋에 한 번 겨워 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서 있는 이 자리를 상상해 본 적도, 꿈을 꾸어 본 적도..없었습니다..

이제, 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그저 지나가는 사람이 바람결에
제멋에 겨운 소릴 듣고 "차~암 좋다 ! " 하며 무거운 마음 덜어 줄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습니다..

그저 편하게 오셔서 아주 특별한 체험을 해 보셨으면 했는데
민폐를 많이 끼쳐 마음이 무겁습니다.

진행되는 동안 얼룩이 있었다면, 용서하십시요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아직은 학생이니까요...

보내 주신 동문들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공연 30분 전, 무더운 열기는 완전히 물러갔고
    우면산 바람이 달큰하다...

    효산 선생님! 휘모리 그 대목 맘에 드셨는지요...
 
 한바탕 소나기로 꺠끗해진 국악당 마당 자판기 앞
 노상 카페에서 담소 나누신 마지막 손님들 편안히
 잘 가셨지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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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원유자님의 댓글

원유자 작성일

정말 함께 하고 싶어서 마음 조렸는데 1학년체험학습 인솔책임자로서 문막석화청소년수련회에 갇혀 있었습니다. 이제 물이 오를 때 아닌가요? 열린음악회에서 홍경희씨의 연주를 기대합니다. 마음껏 환희의 소리 길이 열리길 합장합니다.

신재은님의 댓글

신재은 작성일

어느 누가 그랬답니다. 사랑은 아름다운 저주라고... 근데 예술도 사랑과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요즘 홍위원장님덕분에 제 귀와 코가 호강합니다. 그리고 마음까지도요...

전명철님의 댓글

전명철 작성일

정말, 조직위원장 선배님의 연주 모습을 꼭 보고 싶었는데...
참석 못해서 죄송 합니다.

최성규님의 댓글

최성규 작성일

정말 가보고 싶었는데.......

노가다에게는 아직 호강 이였을까????/

다음자리가 펴지면 들을수있는
인연의 마당이 되겠지.......

홍보살님....
마음으로 전해주는 소리를 다음 멍석판에서
내 꼭 함께 하려 합니다.

이연재님의 댓글

이연재 작성일

곡 보고 싶었던 공연이었는데... 그넘의 '삶'이란것이 무엇인지 가고 싶은 발길을 막았습니다. 

황부남님의 댓글

황부남 작성일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 가슴으로 느껴집니다.
화려한 테크닉이 아니더라도 예술철학과 애정의 빛이 납니다.
선배님의 앞으로 가시는 걸음걸음에 예술 혼이 깃들여
강태홍류 산조와 행복의 물결이 춤추기를 바랍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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