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마음을 적시는 단비를 기다리며..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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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경희 작성일2008.09.23 조회3,291회 댓글0건본문
국민의 마음을 적시는 단비를 기다리며
2008년 09월 22일 (월) 11:32:26 *불교포커스 webmaster@budgate.net
하루 순례 중에 낮선 분으로부터 서울에서 오는 중이라 전화가 왔습니다. 온라인에서 순례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사전 연락이나 계획 없이 순례단을 만나고 싶어 오는 중이라 하였습니다. 한참을 순례단의 위치를 확인하는 연락을 한 후 하루 일정이 끝나기 얼마 전 휴식을 취하는 저희와 만났습니다. 비가 오는 와중에 두 순례자와의 아주 짧은 인사말을 하고 채 5분도 되지 않아 되돌아서며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서울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은 순례단이 드려야 합니다. 여러분이 우리 시대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 하더니, 서울 등은 낮에 비가 왔다 합니다. 그러나 여기 순례단이 머물고 있고 남원에는 한 밤이 되어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이번 비는 오랜 가뭄을 해결해 주어야 하는데, 가뭄이 얼마나 해소될 지 걱정입니다. 비단 가뭄 해소를 위한 단비만이 아닙니다. 아이의 미래를 염려하는 엄마의 정당한 활동조차 처벌하는 황당한 상황에 힘겨워하는 국민의 마음을 따스하게 할 단비를 기다립니다.
사실 순례단은 매일 하늘만 바라봅니다. 이른 아침 햇살이 일찍 대지에 다가서는 날에도, 오늘처럼 잠시나마 비가 오는 날에도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하루의 순례길을 예상합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하늘을 바라보며 몸을 엎드려 대지를 만나면서 수많은 거리를 걸어왔고, 앞으로 그보다 몇 배의 거리를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순례단에게는 하루의 순례길, 한걸음의 발걸음이 전부입니다. 단 한 번의 발걸음이 오체투지 기도순례의 전부입니다.
오늘 순례길 남원 대복사 마당에서 출발준비로 시작되었습니다. 6시 아침 식사 이후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오늘은 비가 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금새 출발준비를 하고 순례길을 나섰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수경스님이 순례단의 화제였습니다. 수경스님은 밤 사이 삭발을 하여 진행팀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또한 수경스님과 과거부터 인연이 있는 문수보살님은 6시를 조금 넘긴 이른 새벽에 음료수를 준비하여 대복사로 찾아왔습니다. “스님. 제가 준 것이니 맛있죠?”, “맛있네요.” 서로 더 말이 없습니다. 그저 같이 바라보고 걸으며 서로의 건강을 기원할 뿐입니다.
오늘 순례길은 어제와 같이 남원시 관내 19번 국도 경로상에 있는 ‘척문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요천교’와 ‘고죽로터리’를 거쳐 17번 국도에 진입하였고, 오후에는 고죽동의 고래를 거쳐 ‘율지천이 17번 국도와 만나는 ’광치로터리‘까지 진행하였습니다. 모두 19번 국도와 17번 국도가 만나는 지점으로 대형 컨테이너 트럭들이 굉음을 내고 다니며, 신호등 하나 없어 차량의 속도가 매우 빠른 직선의 도로입니다. 오늘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은 아침부터 차량에서 날리는 먼지에 연신 고통스러운 기침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문규현 신부님은 휴식시간에 죽비로 시간을 알려주는 지관 스님의 머리를 차가운 수건으로 식혀드리는 배려를 합니다.
오늘 이곳 남원에서는 오후 순례길이 마무리되어가던 5시경 비가 내렸습니다. 요 몇일 불볕 같은 가을 더위를 이야기하였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구름 낀 날씨에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왔고 하루 일정을 마무리할 즈음에는 비를 맞으며 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라지만 여전히 순례자는 온 몸이 땀으로 범벅입니다. 이제 17일차에 이른 순례길에서 두 분 성직자는 그렇게 하루 하루 땀으로 범벅이면서도 낮은 곳으로 임하며 함께 나눌 새로운 희망을 기도하며 앞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순례는 광치로터리에서 마무리되었으며, 순례단은 남원 도통동 성당의 도움으로 성당에 숙박장소를 마련하였습니다. 순례단은 내일(21일) 하루 휴식을 취한 후 22일(월)에 다시 순례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오늘 순례길에는 오체투지로 하루 순례에 나선 참가자들이 많았습니다. 광주 가톨릭대학교의 학생들과 부산 지역 아고라 모임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오체투지로 순례에 참여하였고, 그 중에는 하루 종일 오체투지를 진행한 분들도 계십니다. 종일 오체투지로 참가한 몇몇 분은 일정이 끝나갈 무렵 매우 피곤한 모습을 보였지만, 대부분 무탈하게 하루 일정을 마치었습니다.
순례에 참여하는 분들은 순례를 통해 무엇을 주장하기보다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볼 시간을 가진다고 합니다. 지난 추석 이전에 가족과 함께 목포에서 와서 순례에 참여하였던 이윤선 님은 오늘은 혼자 참여하였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오체투지로 일정을 참여하신 이윤선님은 “저 두 분들을 통해 개인적 성찰이 더불어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빠르게 달리는 차와 오체투지 하는 두 분이 대비될 때 나름대로의 영감이 생겼습니다. 결국 저의 성찰도 이 기회를 통해 얻는 것 같습니다. 길에 대한 성찰이 상당히 많은 것을 주는 것 같아요 . 어찌 보면 길 없는 길 위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생명, 평화, 사람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여러 명의 카톨릭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오체투지로 오후 일정을 참여한 두성균 님은 “오체투지를 함께 따라한 이유는 그동안 너무 남일 처럼 살아 온 것 같습니다. 잠깐이나마 신부님께 힘을 실어 드리고 싶어 오체투지를 했다.”고 하셨습니다. 오체투지로 오후 일정을 진행하였는데, 직접 체험한 결과 “하면할수록 힘이 드네요. 하지만 땅에 몸을 붙일수록 마음이 편안해 졌습니다. 특별히 해법이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비효과(카오스이론)처럼 그래도 작은 몸짓이 세상에 영향을 주리라 생각한다.”고 하셨습니다.
아빠와 함께 참여한 꼬마 참가자는 딱 5번만 하기로 했다며, 이후 과자를 들고 다니며 참가자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했고, 우리 시대를 밝혔던 촛불의 마음을 담아 부산지역 아고라 모임에서도 오후 순례 일정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오늘로 17일째에 순례길에 이른 문규현 신부님은 휴식시간에도 끊임없이 메모를 하며, 수경스님은 여전히 염불을 독송하여 하루 일정을 진행합니다. 오늘도 두 분 모두 오전 일정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고통과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입니다. 오전과 오후 순례 중간의 휴식시간에는 흥건히 땀으로 젓은 상의를 탈의하여 말려야 할 지경입니다.
그러나 오늘도 두 순례자는 매번의 출발에 앞서 서로 작은 소리로 ‘힘들지 않은지, 기운내서 함께 가자’고 서로를 격려합니다. 하지만 순례 시작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소리는 신음소리로 바뀝니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신음소리가 들리고 불거진 얼굴에는 땀이 범벅입니다. 오전 일정 마지막 구간에서는 휴식 이후 첫 발걸음을 뛰자마자 ‘헉헉(문규현 신부) 소리와 아이고(수경 스님)’ 소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이 비움의 과정이라 하시며 더욱 정성스럽게 발걸음을 내딛고, 함께 참여한 모두와 더불어 사는 삶을 기원하고 희망합니다.
그렇게 오체투지는 순례자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한 걸음은 한 걸음 대지와 호흡하는 과정입니다. 머리는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 두발로 대지를 향해 걸으며, 어머니 땅 대지에 한없는 존경을 바치고 모든 것을 귀의하는 과정입니다.
오체투지 순례는 그렇게 매일 매일이 하루 같고, 하루 하루가 단 한순간의 과정처럼 진행입니다. 매일같이 약 25~30번의 출발과 휴식을 반복하고, 매번 세 발걸음과 오체투지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 과정은 우리 사회의 아픔을 되돌아보는 묵언의 수행과정이며, 참회의 과정이며, 기도의 과정이며, 염원의 과정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를 되돌아보며
단순 반복적으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순례단에는 매일 단 하나의 동작을 매 시간 반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체투지 순례를 수행하는 두 분 성직자뿐만이 아닙니다.
순례단에서 ‘아름다운 청년들’ 혹은 ‘촛불청년들’이라 불리는 진행팀원과 고향을 떠나 이국에서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평화운동가,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청년 등 다양한 분들이 서로 역할을 바꾸어가며 하루 종일 도로에서 교통 지시봉을 들고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차량으로부터 순례단과 참가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하루 순례길 참가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교통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들은 쉬지 않고 도로에서 달려오는 차량을 마주서고 있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도로에 앉아 작은 돌을 골라내던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오체투지 순례길에서 차도에 놓인 작은 돌들이 몸에 피멍을 들게 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순례단보다 앞서 나가며 차도에 있는 돌과 쇠붙이 등 다양한 이물질을 찾아 제거합니다. 주말을 이용하여 참가한 전재우 님은 오늘 하루 종일 순례길에 앞서 작은 돌들을 정리하였습니다.
외부의 시선으로 살기도 바쁜 시간에 뭐하는 짓인가 하겠지만, 단순한 행동의 반복을 통하는 시간이지만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내 안에 놓인 평화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이분들을 보며 하루 순례에 참여하신 분들이 ‘기계로 해도 저렇게 하지 못하겠다’ 할 정도로 단순 반복 과정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분들의 노고에 의해 순례길은 무사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순례단을 이끄는 보이지 않는 정성입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기도 순례는 남에게 무엇인가를 주장하거나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합니다. 밖으로 무엇을 보이고 장식하기보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되돌아보는 과정입니다. 오체투지 순례 자체가 두 성직자만의 순례 과정이 아니라, 하루 하루 참여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현장에 있지 않지만 마음의 울림을 함께 해주는 모든 분들이 순례를 만들어갑니다.
순례에 처음 오신 분도 여러 번 오신분도 있습니다. 순례에 참여하는 이유 역시 다양합니다.고흥에서 오신 김정 님은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 정책이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며, “(순례)에는 개인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돌보는 데 소홀히 한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목포에서 오신 이윤선 님은 “일전에 참여했는데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정지훈(서울 카페 액션대로망)님은 “소식을 접하니 너무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았다. 뒤따라가면 그래도 힘이 되실 것 같아 왔다.”고 합니다. 김정 님은 “오체투지가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서 걱정도 많이 했는데 순례 출발 전 두 분이 유쾌하고 장난스럽게 행동하시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막상 시작할 때는 머리가 복잡했지만 계속 걸으면서 제가 낮추지 않아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굅? 하셨습니다.
순천에서 친구들과 함께 참여한 대학생 김혜민 님은 “방송을 보니 뭔가 보여주는 것 같고 상징적인 순례로 생각을 했었는데 직접 보니 자기수양의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인 것 같아요. 그동안 내 것만 생각하다가 다른 이외의 것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서울에서 오신 정지훈 님은 “직접 뵈니 슬프네요. 자기 몸을 불사르시는 이유는 그래도 세상에 무엇이 중요한가, 무엇인 행복의 길인가 깨우쳐 주기 위해 몸소 실천하신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우리라는 생각을 못하고 자기 안에 갖혀 있는 이기주의가 문제입니다. 좀 어렵게 살더라도 나누면서 사는 것이 이 세상을 순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들이 다양한 시각과 의미를 가지고 자신을 찾아가는 순례를 진행합니다. 더불어 가는 사회를 꿈꾸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는 것은 비단 이들만의 염원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와 함께 마음으로 울림을 함께 해주는 모든 사라들의 염원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송희철, 정재권, 유병희(서울) / 김형근 (평화동 성당) / 박장건(구미) / 전재우 / 김정(고흥) / 이선진, 김혜민(순천대) 등 3명 / 이삼형, 김규화(전주) / 이윤선(목포) / 김광철(구례 수평교회) / 전미숙(남원) / 전준형(전북전주교구사제단) / 임종오(공무원노조남원시지부) / 이성채(남원) / 김범뇽(남원) / 임종은(남원) / 송찬연(서울) / 두성균 외 7명(광주카톨릭대학교) / 한근춘, 방현 (수원대학교) / 정지훈 외 3명(서울 카페 액션대로망) / 양해석(남원불교대학) / 강석훈(임실) / 부산지역 아고라 모임 등이 함께 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9월 21일(일) : 휴식
● 9월 22일(월) : 광치동 광치로터리(태양원룸 인근. 시작) - 춘향터널(경유) - 오리정 휴게소(종료. 예정)
● 9월 23일(화) : 오리정 휴게소(시작) - 17번 국도(경유) - 대정리 분두고개(종료 예정)
● 9월 24일(수) : 대정리 분듀고개(시작) - 오수관광농원(경유) - 의견공원 앞(종료 예정)
● 9월 25일(목) : 의견공원 앞(시작) - 오수휴게소(경유) - 군평리 SK 주유소(종료 예정)
● 9월 26일(금) : 군평리 SK 주유소(시작) - 봉천역 인근 17번 국도(경유) - 봉강리 보건진료소 앞(종료 예정)
● 9월 27일(토) : 봉강리 보건진료소 앞(시작) - 월평로터리(경유) - 임실제일교회 앞(종료 예정)
● 9월 28일(일) : 휴식 예정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남원 도통동 성당에서 식사와 숙박장소를 제공해주셨습니다.
- 공무원노조 남원시지부에서 생수와 얼음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부산아고라에서 생필품과 마음을 모아 후원해 주셨습니다.
- 남원 원각사에서 음료수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2008년 09월 22일 (월) 11:32:26 *불교포커스 webmaster@budgate.net
하루 순례 중에 낮선 분으로부터 서울에서 오는 중이라 전화가 왔습니다. 온라인에서 순례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사전 연락이나 계획 없이 순례단을 만나고 싶어 오는 중이라 하였습니다. 한참을 순례단의 위치를 확인하는 연락을 한 후 하루 일정이 끝나기 얼마 전 휴식을 취하는 저희와 만났습니다. 비가 오는 와중에 두 순례자와의 아주 짧은 인사말을 하고 채 5분도 되지 않아 되돌아서며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서울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은 순례단이 드려야 합니다. 여러분이 우리 시대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 하더니, 서울 등은 낮에 비가 왔다 합니다. 그러나 여기 순례단이 머물고 있고 남원에는 한 밤이 되어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이번 비는 오랜 가뭄을 해결해 주어야 하는데, 가뭄이 얼마나 해소될 지 걱정입니다. 비단 가뭄 해소를 위한 단비만이 아닙니다. 아이의 미래를 염려하는 엄마의 정당한 활동조차 처벌하는 황당한 상황에 힘겨워하는 국민의 마음을 따스하게 할 단비를 기다립니다.
사실 순례단은 매일 하늘만 바라봅니다. 이른 아침 햇살이 일찍 대지에 다가서는 날에도, 오늘처럼 잠시나마 비가 오는 날에도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하루의 순례길을 예상합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하늘을 바라보며 몸을 엎드려 대지를 만나면서 수많은 거리를 걸어왔고, 앞으로 그보다 몇 배의 거리를 나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순례단에게는 하루의 순례길, 한걸음의 발걸음이 전부입니다. 단 한 번의 발걸음이 오체투지 기도순례의 전부입니다.
오늘 순례길 남원 대복사 마당에서 출발준비로 시작되었습니다. 6시 아침 식사 이후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오늘은 비가 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금새 출발준비를 하고 순례길을 나섰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수경스님이 순례단의 화제였습니다. 수경스님은 밤 사이 삭발을 하여 진행팀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또한 수경스님과 과거부터 인연이 있는 문수보살님은 6시를 조금 넘긴 이른 새벽에 음료수를 준비하여 대복사로 찾아왔습니다. “스님. 제가 준 것이니 맛있죠?”, “맛있네요.” 서로 더 말이 없습니다. 그저 같이 바라보고 걸으며 서로의 건강을 기원할 뿐입니다.
오늘 순례길은 어제와 같이 남원시 관내 19번 국도 경로상에 있는 ‘척문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요천교’와 ‘고죽로터리’를 거쳐 17번 국도에 진입하였고, 오후에는 고죽동의 고래를 거쳐 ‘율지천이 17번 국도와 만나는 ’광치로터리‘까지 진행하였습니다. 모두 19번 국도와 17번 국도가 만나는 지점으로 대형 컨테이너 트럭들이 굉음을 내고 다니며, 신호등 하나 없어 차량의 속도가 매우 빠른 직선의 도로입니다. 오늘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은 아침부터 차량에서 날리는 먼지에 연신 고통스러운 기침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문규현 신부님은 휴식시간에 죽비로 시간을 알려주는 지관 스님의 머리를 차가운 수건으로 식혀드리는 배려를 합니다.
오늘 이곳 남원에서는 오후 순례길이 마무리되어가던 5시경 비가 내렸습니다. 요 몇일 불볕 같은 가을 더위를 이야기하였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 구름 낀 날씨에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왔고 하루 일정을 마무리할 즈음에는 비를 맞으며 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라지만 여전히 순례자는 온 몸이 땀으로 범벅입니다. 이제 17일차에 이른 순례길에서 두 분 성직자는 그렇게 하루 하루 땀으로 범벅이면서도 낮은 곳으로 임하며 함께 나눌 새로운 희망을 기도하며 앞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순례는 광치로터리에서 마무리되었으며, 순례단은 남원 도통동 성당의 도움으로 성당에 숙박장소를 마련하였습니다. 순례단은 내일(21일) 하루 휴식을 취한 후 22일(월)에 다시 순례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오늘 순례길에는 오체투지로 하루 순례에 나선 참가자들이 많았습니다. 광주 가톨릭대학교의 학생들과 부산 지역 아고라 모임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오체투지로 순례에 참여하였고, 그 중에는 하루 종일 오체투지를 진행한 분들도 계십니다. 종일 오체투지로 참가한 몇몇 분은 일정이 끝나갈 무렵 매우 피곤한 모습을 보였지만, 대부분 무탈하게 하루 일정을 마치었습니다.
순례에 참여하는 분들은 순례를 통해 무엇을 주장하기보다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볼 시간을 가진다고 합니다. 지난 추석 이전에 가족과 함께 목포에서 와서 순례에 참여하였던 이윤선 님은 오늘은 혼자 참여하였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오체투지로 일정을 참여하신 이윤선님은 “저 두 분들을 통해 개인적 성찰이 더불어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빠르게 달리는 차와 오체투지 하는 두 분이 대비될 때 나름대로의 영감이 생겼습니다. 결국 저의 성찰도 이 기회를 통해 얻는 것 같습니다. 길에 대한 성찰이 상당히 많은 것을 주는 것 같아요 . 어찌 보면 길 없는 길 위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생명, 평화, 사람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여러 명의 카톨릭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오체투지로 오후 일정을 참여한 두성균 님은 “오체투지를 함께 따라한 이유는 그동안 너무 남일 처럼 살아 온 것 같습니다. 잠깐이나마 신부님께 힘을 실어 드리고 싶어 오체투지를 했다.”고 하셨습니다. 오체투지로 오후 일정을 진행하였는데, 직접 체험한 결과 “하면할수록 힘이 드네요. 하지만 땅에 몸을 붙일수록 마음이 편안해 졌습니다. 특별히 해법이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비효과(카오스이론)처럼 그래도 작은 몸짓이 세상에 영향을 주리라 생각한다.”고 하셨습니다.
아빠와 함께 참여한 꼬마 참가자는 딱 5번만 하기로 했다며, 이후 과자를 들고 다니며 참가자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했고, 우리 시대를 밝혔던 촛불의 마음을 담아 부산지역 아고라 모임에서도 오후 순례 일정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오늘로 17일째에 순례길에 이른 문규현 신부님은 휴식시간에도 끊임없이 메모를 하며, 수경스님은 여전히 염불을 독송하여 하루 일정을 진행합니다. 오늘도 두 분 모두 오전 일정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고통과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입니다. 오전과 오후 순례 중간의 휴식시간에는 흥건히 땀으로 젓은 상의를 탈의하여 말려야 할 지경입니다.
그러나 오늘도 두 순례자는 매번의 출발에 앞서 서로 작은 소리로 ‘힘들지 않은지, 기운내서 함께 가자’고 서로를 격려합니다. 하지만 순례 시작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소리는 신음소리로 바뀝니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신음소리가 들리고 불거진 얼굴에는 땀이 범벅입니다. 오전 일정 마지막 구간에서는 휴식 이후 첫 발걸음을 뛰자마자 ‘헉헉(문규현 신부) 소리와 아이고(수경 스님)’ 소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이 비움의 과정이라 하시며 더욱 정성스럽게 발걸음을 내딛고, 함께 참여한 모두와 더불어 사는 삶을 기원하고 희망합니다.
그렇게 오체투지는 순례자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한 걸음은 한 걸음 대지와 호흡하는 과정입니다. 머리는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 두발로 대지를 향해 걸으며, 어머니 땅 대지에 한없는 존경을 바치고 모든 것을 귀의하는 과정입니다.
오체투지 순례는 그렇게 매일 매일이 하루 같고, 하루 하루가 단 한순간의 과정처럼 진행입니다. 매일같이 약 25~30번의 출발과 휴식을 반복하고, 매번 세 발걸음과 오체투지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 과정은 우리 사회의 아픔을 되돌아보는 묵언의 수행과정이며, 참회의 과정이며, 기도의 과정이며, 염원의 과정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를 되돌아보며
단순 반복적으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순례단에는 매일 단 하나의 동작을 매 시간 반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체투지 순례를 수행하는 두 분 성직자뿐만이 아닙니다.
순례단에서 ‘아름다운 청년들’ 혹은 ‘촛불청년들’이라 불리는 진행팀원과 고향을 떠나 이국에서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평화운동가,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청년 등 다양한 분들이 서로 역할을 바꾸어가며 하루 종일 도로에서 교통 지시봉을 들고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차량으로부터 순례단과 참가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하루 순례길 참가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교통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들은 쉬지 않고 도로에서 달려오는 차량을 마주서고 있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도로에 앉아 작은 돌을 골라내던 참가자도 있었습니다. 오체투지 순례길에서 차도에 놓인 작은 돌들이 몸에 피멍을 들게 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순례단보다 앞서 나가며 차도에 있는 돌과 쇠붙이 등 다양한 이물질을 찾아 제거합니다. 주말을 이용하여 참가한 전재우 님은 오늘 하루 종일 순례길에 앞서 작은 돌들을 정리하였습니다.
외부의 시선으로 살기도 바쁜 시간에 뭐하는 짓인가 하겠지만, 단순한 행동의 반복을 통하는 시간이지만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내 안에 놓인 평화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이분들을 보며 하루 순례에 참여하신 분들이 ‘기계로 해도 저렇게 하지 못하겠다’ 할 정도로 단순 반복 과정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분들의 노고에 의해 순례길은 무사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순례단을 이끄는 보이지 않는 정성입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기도 순례는 남에게 무엇인가를 주장하거나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합니다. 밖으로 무엇을 보이고 장식하기보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되돌아보는 과정입니다. 오체투지 순례 자체가 두 성직자만의 순례 과정이 아니라, 하루 하루 참여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현장에 있지 않지만 마음의 울림을 함께 해주는 모든 분들이 순례를 만들어갑니다.
순례에 처음 오신 분도 여러 번 오신분도 있습니다. 순례에 참여하는 이유 역시 다양합니다.고흥에서 오신 김정 님은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 정책이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며, “(순례)에는 개인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돌보는 데 소홀히 한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목포에서 오신 이윤선 님은 “일전에 참여했는데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정지훈(서울 카페 액션대로망)님은 “소식을 접하니 너무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았다. 뒤따라가면 그래도 힘이 되실 것 같아 왔다.”고 합니다. 김정 님은 “오체투지가 굉장히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서 걱정도 많이 했는데 순례 출발 전 두 분이 유쾌하고 장난스럽게 행동하시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막상 시작할 때는 머리가 복잡했지만 계속 걸으면서 제가 낮추지 않아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굅? 하셨습니다.
순천에서 친구들과 함께 참여한 대학생 김혜민 님은 “방송을 보니 뭔가 보여주는 것 같고 상징적인 순례로 생각을 했었는데 직접 보니 자기수양의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인 것 같아요. 그동안 내 것만 생각하다가 다른 이외의 것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서울에서 오신 정지훈 님은 “직접 뵈니 슬프네요. 자기 몸을 불사르시는 이유는 그래도 세상에 무엇이 중요한가, 무엇인 행복의 길인가 깨우쳐 주기 위해 몸소 실천하신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우리라는 생각을 못하고 자기 안에 갖혀 있는 이기주의가 문제입니다. 좀 어렵게 살더라도 나누면서 사는 것이 이 세상을 순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들이 다양한 시각과 의미를 가지고 자신을 찾아가는 순례를 진행합니다. 더불어 가는 사회를 꿈꾸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는 것은 비단 이들만의 염원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와 함께 마음으로 울림을 함께 해주는 모든 사라들의 염원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송희철, 정재권, 유병희(서울) / 김형근 (평화동 성당) / 박장건(구미) / 전재우 / 김정(고흥) / 이선진, 김혜민(순천대) 등 3명 / 이삼형, 김규화(전주) / 이윤선(목포) / 김광철(구례 수평교회) / 전미숙(남원) / 전준형(전북전주교구사제단) / 임종오(공무원노조남원시지부) / 이성채(남원) / 김범뇽(남원) / 임종은(남원) / 송찬연(서울) / 두성균 외 7명(광주카톨릭대학교) / 한근춘, 방현 (수원대학교) / 정지훈 외 3명(서울 카페 액션대로망) / 양해석(남원불교대학) / 강석훈(임실) / 부산지역 아고라 모임 등이 함께 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9월 21일(일) : 휴식
● 9월 22일(월) : 광치동 광치로터리(태양원룸 인근. 시작) - 춘향터널(경유) - 오리정 휴게소(종료. 예정)
● 9월 23일(화) : 오리정 휴게소(시작) - 17번 국도(경유) - 대정리 분두고개(종료 예정)
● 9월 24일(수) : 대정리 분듀고개(시작) - 오수관광농원(경유) - 의견공원 앞(종료 예정)
● 9월 25일(목) : 의견공원 앞(시작) - 오수휴게소(경유) - 군평리 SK 주유소(종료 예정)
● 9월 26일(금) : 군평리 SK 주유소(시작) - 봉천역 인근 17번 국도(경유) - 봉강리 보건진료소 앞(종료 예정)
● 9월 27일(토) : 봉강리 보건진료소 앞(시작) - 월평로터리(경유) - 임실제일교회 앞(종료 예정)
● 9월 28일(일) : 휴식 예정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남원 도통동 성당에서 식사와 숙박장소를 제공해주셨습니다.
- 공무원노조 남원시지부에서 생수와 얼음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부산아고라에서 생필품과 마음을 모아 후원해 주셨습니다.
- 남원 원각사에서 음료수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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