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련이 지향하는 것은 파랑새 기질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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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인하대교수) 작성일-0001.11.30 조회4,075회 댓글2건본문
요즘은 논문을 끝내고 여유가 있어 런던대학교 근처의 ‘숫돌서점(Waterstone's : 사진)’에 가끔 들러 관심 있는 책들을 살피면서, 그 동안 수집한 우언들도 읽어보고 있는데, 오늘은 그 가운데 재미있는 작품 하나를 여기에 실어 봅니다.
아득한 옛날 세상이 만들어지고 얼마 안 되었을 때, 파랑새는 새 중에 가장 조용하고 겸손한 새였다. 그는 평범한 회색 옷을 입고 있어서 좀처럼 남의 눈에 띄지도 않았다. 그에게는 특별한 이름도 없었고 누구와도 싸우지도 않았으며, 화려하고 비싼 옷을 입고 있는 다른 새들을 부러워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자기에게 맡겨진 일만 묵묵히 하고 있을 뿐이었다. 자연의 여신은 세상을 만드는데 바빠서 모든 새들과 짐승들을 제대로 돌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새들은 제각기 자기를 스스로 보호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새들이 처음에 살고 있던 곳이 너무 비좁아지자 독수리 왕이 새들을 이끌고 자연의 여신이 마련해준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이때 파랑새도 같이 따라갔다. 새로 이사한 곳은 대단히 아름답고 먹을 곳도 많았다. 그러나 겨울이 눈과 얼음을 가져오자, 모든 새들이 예전에 살고 있던 곳으로 피신하게 되었다. 새들은 비좁고 누추해도 그곳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연의 여신이 찾아와 머지않아 겨울이 밀려나고 봄이 찾아와 새로운 생명과 아름다움을 되찾게 해줄 것이라면서, 새들도 그곳으로 이사할 채비를 하는 게 좋겠다고 일러주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겨우내 그곳에서 추위를 견디며 살고 있던 생물들에게 봄이 온다는 소식을 전해줄 전령이 있어야 하는데, 누가 그 일을 맡아주겠느냐?”
그러자 모든 새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하나 둘 꽁무니를 뺐다. 추위를 무릅쓰고 그 먼 길을 날아간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일 뿐만 아니라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파랑새는 자기보다 훨씬 몸집도 크고 평소에 힘자랑을 하던 새들 중에서 틀림없이 하나쯤은 자원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아무도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파랑새는 같은 새로서 여간 부끄럽지 않았다. 그래서 파랑새는 자연의 여신 앞으로 나아가서
“제가 가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자연의 여신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너는 너무 작아서 안 된다. 너는 그곳에 도달하기 전에 틀림없이 얼어 죽을 것이다.”
파랑새는 자연의 신에게 간청했다.
“제발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만약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으면 도중에 되돌아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 너를 보낸다면 무슨 대가를 바라느냐?”
“저는 바라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저 봄이 온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려줄 수 있다는 기쁨이면 충분합니다.”
이 말에 흡족해진 자연의 여신은 그 자리에서 파랑새를 봄의 전령으로 임명하고 떠나보냈다. 파랑새에겐 그것은 여간 힘겨운 여행이 아니었다. 특히 추위에 익숙하지 않은 그는 얼어 죽을 뻔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봄이 머지않으며 자기는 그 봄의 전령이라고 생각하며 힘을 냈다. 그는 피로를 풀기 위해 잠시 쉴 때마다 휘파람을 불면서 봄이 온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러면 용기가 솟아났다. 밤에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나무의 구멍 속에 몸을 숨겼다. 이를 통해 앞으로 자기도 이렇게 나무 속에 집을 지으면 좋겠다는 지혜를 터득하기도 했다.
파랑새는 날아가는 곳마다 기쁨을 퍼뜨려놓았다. 그래서 봄이 북쪽을 향해 여행하는 길목에서 숲과 초원의 생물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들은 이미 파랑새로부터 모두 봄이 온다는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봄은 자연의 여신에게 파랑새가 참으로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파랑새는 임무를 마친 다음에 나무 속에 집을 짓고 그 속에서 조용히 살았다. 그는 자기가 특별히 뽐낼 만한 큰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연의 여신이 부탁한 일을 최선을 다해 끝냈으며, 많은 생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것이 마냥 기쁘기만 했기 때문이었다. 다음해에도 파랑새는 또 봄의 전령을 자청했는데, 그 때 자연의 여신이 이렇게 말했다.
“파랑새야, 나는 너를 정식으로 봄의 전령으로 임명하겠다. 이 명예로운 직책은 너의 자손 대대로 계승되도록 할 것이며, 너는 모든 새 중에 가장 사랑받는 새가 될 것이다. 그리고 너는 나의 공식 전령인만큼 앞으로는 밝은 옷을 입게 될 것인데, 너는 특히 진실하고 성실하므로 옷 색깔은 하늘의 색깔을 닮은 파란색이 될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자연의 여신이 파랑새에게 손을 대자마자 지금까지 추한 회색이었던 옷이 가장 아름다운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자락서당에서 옮김)
아득한 옛날 세상이 만들어지고 얼마 안 되었을 때, 파랑새는 새 중에 가장 조용하고 겸손한 새였다. 그는 평범한 회색 옷을 입고 있어서 좀처럼 남의 눈에 띄지도 않았다. 그에게는 특별한 이름도 없었고 누구와도 싸우지도 않았으며, 화려하고 비싼 옷을 입고 있는 다른 새들을 부러워하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자기에게 맡겨진 일만 묵묵히 하고 있을 뿐이었다. 자연의 여신은 세상을 만드는데 바빠서 모든 새들과 짐승들을 제대로 돌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새들은 제각기 자기를 스스로 보호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새들이 처음에 살고 있던 곳이 너무 비좁아지자 독수리 왕이 새들을 이끌고 자연의 여신이 마련해준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이때 파랑새도 같이 따라갔다. 새로 이사한 곳은 대단히 아름답고 먹을 곳도 많았다. 그러나 겨울이 눈과 얼음을 가져오자, 모든 새들이 예전에 살고 있던 곳으로 피신하게 되었다. 새들은 비좁고 누추해도 그곳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연의 여신이 찾아와 머지않아 겨울이 밀려나고 봄이 찾아와 새로운 생명과 아름다움을 되찾게 해줄 것이라면서, 새들도 그곳으로 이사할 채비를 하는 게 좋겠다고 일러주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겨우내 그곳에서 추위를 견디며 살고 있던 생물들에게 봄이 온다는 소식을 전해줄 전령이 있어야 하는데, 누가 그 일을 맡아주겠느냐?”
그러자 모든 새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하나 둘 꽁무니를 뺐다. 추위를 무릅쓰고 그 먼 길을 날아간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일 뿐만 아니라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파랑새는 자기보다 훨씬 몸집도 크고 평소에 힘자랑을 하던 새들 중에서 틀림없이 하나쯤은 자원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아무도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파랑새는 같은 새로서 여간 부끄럽지 않았다. 그래서 파랑새는 자연의 여신 앞으로 나아가서
“제가 가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자연의 여신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너는 너무 작아서 안 된다. 너는 그곳에 도달하기 전에 틀림없이 얼어 죽을 것이다.”
파랑새는 자연의 신에게 간청했다.
“제발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만약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으면 도중에 되돌아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 너를 보낸다면 무슨 대가를 바라느냐?”
“저는 바라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저 봄이 온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려줄 수 있다는 기쁨이면 충분합니다.”
이 말에 흡족해진 자연의 여신은 그 자리에서 파랑새를 봄의 전령으로 임명하고 떠나보냈다. 파랑새에겐 그것은 여간 힘겨운 여행이 아니었다. 특히 추위에 익숙하지 않은 그는 얼어 죽을 뻔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봄이 머지않으며 자기는 그 봄의 전령이라고 생각하며 힘을 냈다. 그는 피로를 풀기 위해 잠시 쉴 때마다 휘파람을 불면서 봄이 온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러면 용기가 솟아났다. 밤에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나무의 구멍 속에 몸을 숨겼다. 이를 통해 앞으로 자기도 이렇게 나무 속에 집을 지으면 좋겠다는 지혜를 터득하기도 했다.
파랑새는 날아가는 곳마다 기쁨을 퍼뜨려놓았다. 그래서 봄이 북쪽을 향해 여행하는 길목에서 숲과 초원의 생물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들은 이미 파랑새로부터 모두 봄이 온다는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봄은 자연의 여신에게 파랑새가 참으로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파랑새는 임무를 마친 다음에 나무 속에 집을 짓고 그 속에서 조용히 살았다. 그는 자기가 특별히 뽐낼 만한 큰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연의 여신이 부탁한 일을 최선을 다해 끝냈으며, 많은 생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것이 마냥 기쁘기만 했기 때문이었다. 다음해에도 파랑새는 또 봄의 전령을 자청했는데, 그 때 자연의 여신이 이렇게 말했다.
“파랑새야, 나는 너를 정식으로 봄의 전령으로 임명하겠다. 이 명예로운 직책은 너의 자손 대대로 계승되도록 할 것이며, 너는 모든 새 중에 가장 사랑받는 새가 될 것이다. 그리고 너는 나의 공식 전령인만큼 앞으로는 밝은 옷을 입게 될 것인데, 너는 특히 진실하고 성실하므로 옷 색깔은 하늘의 색깔을 닮은 파란색이 될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자연의 여신이 파랑새에게 손을 대자마자 지금까지 추한 회색이었던 옷이 가장 아름다운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자락서당에서 옮김)
댓글목록
강손주님의 댓글
강손주 작성일
어제 모임에서 명예회장님께서 "불교 하는 사람들은 달라야 하지 않는냐?" 바쁘게 돌아가는 제 삶에서 좋은 기운 찾아 잠시라도 쉬었다가는 안식처 같습니다. 진흙 속에 연꽃 처럼 자비실천 하시는 선배님들! 멀리서 보내는 글 속에서도 삶의 기품과
깊이를 봅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홍경희님의 댓글
홍경희 작성일아! .............파.......랑.......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