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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경옥 작성일2009.05.13 조회3,233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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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의 2 대의 전화기

내게는  핸드폰 두 대가 있다.

한 대는 내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나라에 계신 시어머니 것이다.

내가 시부모님께 핸드폰을 사 드린 건 2 년 전 두 분의 결혼기념일에 커플 핸드폰을 사드렸다.

문자기능을 알려드리자 두 분은 며칠 동안 끙끙 대시더니 서로 문자도 나누시게 되었다.

그러던 올 3월 시어머님이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셔서 유품 가운데 핸드폰을 내가 보관하게 되었다.

그러고 한 달 정도 지날 무렵 아버님이 아파트 경비 일을 보시러 나간 후 “띵 똥” 하고

문자멧세지가 들어 왔다. 어머님 것이었다.


“여보 오늘 야간 조니까 저녁 어멈이랑 맛있게 드시구려.”

순간 난 너무 놀랐다.

혹시 어머니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치매증상이 오신게 아닌가 하는 불길함이 몰려왔다.

그 날 밤 또 문자가 날아왔다.

“여보, 날 추운데 이불 덮고 잘 자구려. 사랑하오.”

남편과 나는 문자를 보며 눈물을 흘렸고 남편은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아버님은 그 후

“김 여사 비 오는데 우산 가지고 마중 가려는데 몇 시에 갈까요?

아니지 내가 미친것 같소, 보고 싶네!”

라는 문자를 끝으로 한동안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셨다.


그 얼마 후 내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에미야 오늘 월급날인데 필요 한 거 있니? 있으면 문자 보내 거라.”

난 뛰는 가슴을 진정 시키며

“네, 아버님 동태 두 마리만 사 오세요.”

하고 답장을 보냈다.


그 날 저녁 우리 식구는 아버님이 사 오신 동태로 매운탕을 끓인 후 소주 한잔과 함께

아버님이 하시는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아직도 네 어미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 그냥 네 어미랑 했던 대로 문자를

보낸 거란다. 답장이 안 오더라. 그제야 네 어미가 돌아가신걸 알았다. 모두들 내가 이상해 진 것 같아 내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던 것도 안다. 미안하다.”

그 날 이후 아버님은 다시 어머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지 않으신다.

하지만 요새는 내게 문자를 보내신다.

지금 나도 아버님께 문자를 보낸다.

“아버님 빨래하려고 하는데  아버님 속옷은 어디다 숨겨 두셨어요?”

(모바일의 추억 수기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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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원유자님의 댓글

원유자 작성일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같이 여행을 가자니 웬수고 두고가지니 걸리는 것이 은퇴한 남편이라는데. 행복한 고부,용서하고 측은하게 여기는 대불동부부가 되는 운동도 아주 중요합니다.

강손주님의 댓글

강손주 작성일

매일 저녁 자녀들 전화 기다리느라
마을 회관에도 못 가시는 우리 어머니
" 니 전화 해 줘서 고맙데이."
전화를 끊고 나면 찡해 옵니다.

남편과 함께 한 세월보다
더 긴 시간을 함께 보낸 아흔 셋의 우리아버님.
몇칠 전 20년 동안 드린 용돈으로
저축한 통장을 도장과 함께 아들 녀석에게 주라십니다.
도로 아버님 머리 맡에 갖다 놓았지만
왠지 가슴이 찡해 옵니다.

smallpond님의 댓글

smallpond 작성일


정말 눈물이 도는군요.

사람이 사람에 대해 정을 느끼는 것이
이렇게 애절한지요.

혼자 계신지 34년의 어머니
자식에다 손자들의 뒷바라지에
몸도 썩고 마음도 상처가 가득하지만
오늘 아침 식탁에서
손자 찬그릇의 고기 두점을
살짝 아들 접시에 옮김니다.

요즘들어 부쩍 판단력도 흐려지고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인지
짜증도 늘으셨는데.

오늘은 아무 말도 말고
그냥 웃기만이라도 할렵니다.

송충근님의 댓글

송충근 작성일

지난해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저는 밤늦게 아내 몰래 시골집에 매일 전화를 했습니다.어머님이 살아계실때 처럼 말입니다.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고 어머님의 말씀은 없더군요 요즘도 가끔 전화를 해보고 싶지만 그리하지 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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