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일암 가는 길(권혁재의 사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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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간사 작성일2005.11.23 조회3,775회 댓글0건본문
불일암은 승주 조계산 송광사의 산속에 자리 잡은 단아한 암자입니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계신 법정스님께서 74년부터 손수 가꾸신 절집입니다.
삼나무 숲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들면서부터 그 소담한 정취에 마음을 뺏깁니다.
길인 듯 아닌 듯,
숲으로 난 흙 길은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좁습니다.
오시되 길 벗 없이 혼자 조용히 오라는 듯합니다.
인적 없는 산길,
제 발자국 소리마저 이곳에선 소음입니다.
750보쯤 걷자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1.jpg">
그 간결함에 저절로 미소가 번집니다.
걷되 말없이 걸어라는 뜻인가요?
예전 어떤 처사 한분이 이 이정표를 보고 혼자 생각을 했답니다.
큰스님께서 사람 오는 것을 반겨하시지 않으니,
아마 골탕 먹이려고 화살표를 거꾸로 그려 놓으셨으리라.
다른 길로 간 그 처사는 길을 잃어 무척이나 고생을 했답니다.
이정표를 지나 250보쯤 걸으면 대나무 숲길이 나옵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2.jpg">
예전 어느 휴대폰 CF 생각나시죠?
잠시 꺼 두셔도 좋다는 카피가 마음에 들었던 광고.
이 길에선 굳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여기서 부터 휴대폰은 통화불능입니다.
댓잎을 스치는 바람소리에 마음마저 가라 앉습니다.
길섶으로 놓인 통나무.
예서 쉬면서 내안의 나를 한번쯤 돌아보라는 듯합니다.
세상사에 켜켜이 쌓인 마음속 오니가 씻은 듯 사라집니다.
향을 싼 종이에서 향내 나듯 대숲을 휘돌아 불어오는 바람에선 푸른 향내가 납니다.
대숲길을 걸어 오시는 먹물옷의 스님일행(사진에선 흐르는 듯 표현 되었습니다)
바로 법정 스님 일행 이십니다.
고작 일년에 한 두번 들리시는 스님이십니다만
이번 여행에서 우연히 뵙고 인사올렸습니다.
비오는 산사, 따뜻한 차 한잔, 그리고 법정스님의 청아한 말씀.
가슴에 묻어 두고 헤아려 볼 아름다운 기억하나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진 찰영에 몰두할 즈음, 큰스님 지나시며 한 던지시는 한 말씀.
'길 참 좋지요. 바람 소리까지 찍어 보세요'
말씀에서 대나무 바람소리가 나는 듯 합니다.
150보 길이의 대숲 끝부분,
길상사 주지 스님이신 덕조 스님과 7분의 상좌 스님들이 손수 만든 나무계단이 있습니다.
막내 상좌인 혜산스님이 놓으셨다는 첫 계단에 버섯이 꽃처럼 피었습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3.jpg">
[Canon] Canon EOS-1Ds Mark II (1/15)s iso400 F6.3
사람들의 오가는 발길에도 채이지 않고 곱게 자란 자태가 무엇보다 아름답습니다.
아마 이길을 걷는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그 만큼 단아하단 뜻이겠죠.
어지럽게 정신없이 사는 속세에 피어났다면 어림도 없었을 겁니다.
대나무 숲길이 끝나고 왼쪽으로 돌면 대나무를 이어 만든 사립문이 정겹게 나타납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4.jpg">
여느 절집의 화려한 문과 사뭇 다릅니다.
문 앞으로 살포시 놓여 있는 돌다리도 살갑습니다.
그 뒤로 이어진 산죽 길. 대낮인데도 한줌 빛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산죽터널 너머 상사화 몇 그루, 바람에 하늘거립니다.
바로 불일암입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5.jpg">
[Canon] Canon EOS-1Ds Mark II (1/40)s iso100 F5.6
강원 방학이라 잠시 다니러 오신 스님 한 분.
꽃구경에 사진 찍히는 줄 도 모르십니다.
그 모습이 정겨워 허락도 없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부디 너그럽게 용서 하시길......
암자 앞마당은 채마밭입니다. 오이며, 더덕, 토마토가 조금씩 심어져 있습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6.jpg">
[Canon] Canon EOS-1Ds Mark II (1/200)s iso400 F8.0
대나무 숲속에 마련된 해우소입니다.
대 숲의 바람을 마주하여 앉아서 볼 일을 보게 되면 정말 근심걱정 사라지게 됩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7.jpg">
해우소 안이 궁금하시죠?
많이 망설였습니다.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진다는 해우소 안에서 사진을 찍을까 말까 근심하던 사진쟁이는.
'스님께서도 용서하시리라' 혼자 마음 결정을 해버렸습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8.jpg">
나무 창살 틈으로 불어 오는 바람의 시원함.
시원하다 못해 정겹기까지 합니다.
그 어떤 문명의 창조물로도 이런 느낌을 줄 수 없습니다.
요사채 옆으로 난 돌담길을 따라가면 김장독 두 개가 이끼에 묻힌 듯
소탈하게 머릴 내밀고 있습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9.jpg">
스님의 살림살이가 그 만큼 질박하다 여겨집니다.
두 장독 사이에 며느리밥풀꽃이 피었습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10.jpg">
밥풀 두 개를 입에 문 모습이 왠지 아련합니다.
하필이면 장독 옆에 피었을까요?
큰 스님께서 기거하셨던 본채 처마에 달린 풍경입니다.
여느 절의 화려한 풍경과 다리 투박합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11.jpg">
본채 담벼락엔 나무를 대충 꿰맞춰 만든 의자가 주인을 기다리는 듯 그렇게 기대서 있습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12.jpg">
오솔길이며 채마밭, 해우소, 장독대, 풍경, 나무의자 어느 것하나 넘침이 없이 소박합니다.
허나 법정스님은 이마저도 넘친다며 강원도 산골로 떠나셨습니다.
속세에 살며,
사소한 것 하나에도 욕심내며 아둥바둥 살아가는 제 스스로 돌이켜 볼 수 있는
귀한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아 오는 길 내내 따라오는 오솔길 하나.
차마 떨치지 못했습니다.
펌/한마음회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계신 법정스님께서 74년부터 손수 가꾸신 절집입니다.
삼나무 숲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들면서부터 그 소담한 정취에 마음을 뺏깁니다.
길인 듯 아닌 듯,
숲으로 난 흙 길은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좁습니다.
오시되 길 벗 없이 혼자 조용히 오라는 듯합니다.
인적 없는 산길,
제 발자국 소리마저 이곳에선 소음입니다.
750보쯤 걷자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1.jpg">
그 간결함에 저절로 미소가 번집니다.
걷되 말없이 걸어라는 뜻인가요?
예전 어떤 처사 한분이 이 이정표를 보고 혼자 생각을 했답니다.
큰스님께서 사람 오는 것을 반겨하시지 않으니,
아마 골탕 먹이려고 화살표를 거꾸로 그려 놓으셨으리라.
다른 길로 간 그 처사는 길을 잃어 무척이나 고생을 했답니다.
이정표를 지나 250보쯤 걸으면 대나무 숲길이 나옵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2.jpg">
예전 어느 휴대폰 CF 생각나시죠?
잠시 꺼 두셔도 좋다는 카피가 마음에 들었던 광고.
이 길에선 굳이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여기서 부터 휴대폰은 통화불능입니다.
댓잎을 스치는 바람소리에 마음마저 가라 앉습니다.
길섶으로 놓인 통나무.
예서 쉬면서 내안의 나를 한번쯤 돌아보라는 듯합니다.
세상사에 켜켜이 쌓인 마음속 오니가 씻은 듯 사라집니다.
향을 싼 종이에서 향내 나듯 대숲을 휘돌아 불어오는 바람에선 푸른 향내가 납니다.
대숲길을 걸어 오시는 먹물옷의 스님일행(사진에선 흐르는 듯 표현 되었습니다)
바로 법정 스님 일행 이십니다.
고작 일년에 한 두번 들리시는 스님이십니다만
이번 여행에서 우연히 뵙고 인사올렸습니다.
비오는 산사, 따뜻한 차 한잔, 그리고 법정스님의 청아한 말씀.
가슴에 묻어 두고 헤아려 볼 아름다운 기억하나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진 찰영에 몰두할 즈음, 큰스님 지나시며 한 던지시는 한 말씀.
'길 참 좋지요. 바람 소리까지 찍어 보세요'
말씀에서 대나무 바람소리가 나는 듯 합니다.
150보 길이의 대숲 끝부분,
길상사 주지 스님이신 덕조 스님과 7분의 상좌 스님들이 손수 만든 나무계단이 있습니다.
막내 상좌인 혜산스님이 놓으셨다는 첫 계단에 버섯이 꽃처럼 피었습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3.jpg">
[Canon] Canon EOS-1Ds Mark II (1/15)s iso400 F6.3
사람들의 오가는 발길에도 채이지 않고 곱게 자란 자태가 무엇보다 아름답습니다.
아마 이길을 걷는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그 만큼 단아하단 뜻이겠죠.
어지럽게 정신없이 사는 속세에 피어났다면 어림도 없었을 겁니다.
대나무 숲길이 끝나고 왼쪽으로 돌면 대나무를 이어 만든 사립문이 정겹게 나타납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4.jpg">
여느 절집의 화려한 문과 사뭇 다릅니다.
문 앞으로 살포시 놓여 있는 돌다리도 살갑습니다.
그 뒤로 이어진 산죽 길. 대낮인데도 한줌 빛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산죽터널 너머 상사화 몇 그루, 바람에 하늘거립니다.
바로 불일암입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5.jpg">
[Canon] Canon EOS-1Ds Mark II (1/40)s iso100 F5.6
강원 방학이라 잠시 다니러 오신 스님 한 분.
꽃구경에 사진 찍히는 줄 도 모르십니다.
그 모습이 정겨워 허락도 없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부디 너그럽게 용서 하시길......
암자 앞마당은 채마밭입니다. 오이며, 더덕, 토마토가 조금씩 심어져 있습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6.jpg">
[Canon] Canon EOS-1Ds Mark II (1/200)s iso400 F8.0
대나무 숲속에 마련된 해우소입니다.
대 숲의 바람을 마주하여 앉아서 볼 일을 보게 되면 정말 근심걱정 사라지게 됩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7.jpg">
해우소 안이 궁금하시죠?
많이 망설였습니다.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진다는 해우소 안에서 사진을 찍을까 말까 근심하던 사진쟁이는.
'스님께서도 용서하시리라' 혼자 마음 결정을 해버렸습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8.jpg">
나무 창살 틈으로 불어 오는 바람의 시원함.
시원하다 못해 정겹기까지 합니다.
그 어떤 문명의 창조물로도 이런 느낌을 줄 수 없습니다.
요사채 옆으로 난 돌담길을 따라가면 김장독 두 개가 이끼에 묻힌 듯
소탈하게 머릴 내밀고 있습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9.jpg">
스님의 살림살이가 그 만큼 질박하다 여겨집니다.
두 장독 사이에 며느리밥풀꽃이 피었습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10.jpg">
밥풀 두 개를 입에 문 모습이 왠지 아련합니다.
하필이면 장독 옆에 피었을까요?
큰 스님께서 기거하셨던 본채 처마에 달린 풍경입니다.
여느 절의 화려한 풍경과 다리 투박합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11.jpg">
본채 담벼락엔 나무를 대충 꿰맞춰 만든 의자가 주인을 기다리는 듯 그렇게 기대서 있습니다.
<img src="C:\Documents and Settings\pc1\My Documents\My Pictures\For web\불일암12.jpg">
오솔길이며 채마밭, 해우소, 장독대, 풍경, 나무의자 어느 것하나 넘침이 없이 소박합니다.
허나 법정스님은 이마저도 넘친다며 강원도 산골로 떠나셨습니다.
속세에 살며,
사소한 것 하나에도 욕심내며 아둥바둥 살아가는 제 스스로 돌이켜 볼 수 있는
귀한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아 오는 길 내내 따라오는 오솔길 하나.
차마 떨치지 못했습니다.
펌/한마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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