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을 떠나 보내며 / 법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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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제철 작성일2009.02.26 조회3,010회 댓글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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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style="WIDTH: 688px; BORDER-COLLAPSE: collapse; HEIGHT: 1039px" cellSpacing=1 cellPadding=30 width=688 bgColor=#e8e8e8>
<TBODY>
<TR>
<TD style="BORDER-RIGHT: #8e8e8e 2px solid; BORDER-TOP: #8e8e8e 2px solid; BORDER-LEFT: #8e8e8e 2px solid; BORDER-BOTTOM: #8e8e8e 2px solid" width="100%">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o:p></o:p>
<P class=MsoNormal style="MARGIN: 0cm 0cm 0pt; LAYOUT-GRID-MODE: char; TEXT-INDENT: 10pt; LINE-HEIGHT: 140%; TEXT-AUTOSPACE: ideograph-numeric; TEXT-ALIGN: center; mso-pagination: widow-orphan; mso-char-indent-count: 1.0" align=center><?xml:namespace prefix = st1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smarttags" /><st1:PersonName w:st="on">김수환</st1:PersonName> 추기경을 떠나 보내며 / 법정<o:p></o:p>
<P class=MsoNormal style="MARGIN: 6pt 0cm 0pt; LAYOUT-GRID-MODE: char; TEXT-INDENT: 10pt; LINE-HEIGHT: 140%; TEXT-AUTOSPACE: ideograph-numeric; TEXT-ALIGN: center; mso-pagination: widow-orphan; mso-char-indent-count: 1.0" align=center><o:p> </o:p>
<P class=MsoNormal style="MARGIN: 6pt 0cm 0pt; LAYOUT-GRID-MODE: char; TEXT-INDENT: 10pt; LINE-HEIGHT: 140%; TEXT-AUTOSPACE: ideograph-numeric; TEXT-ALIGN: left; mso-pagination: widow-orphan; mso-char-indent-count: 1.0" align=left>겨울을 나기 위해 잠시 남쪽 섬에 머물다가 강원도 오두막이 그리워 다시 산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며칠 세상과 단절되어 지내다가, 어제서야 슬픈 소식을 듣고 갑자기 가슴이 먹먹하고 망연자실해졌다.<o:p></o:p>
<P class=MsoNormal style="MARGIN: 6pt 0cm 0pt; LAYOUT-GRID-MODE: char; TEXT-INDENT: 10pt; LINE-HEIGHT: 140%; TEXT-AUTOSPACE: ideograph-numeric; TEXT-ALIGN: left; mso-pagination: widow-orphan; mso-char-indent-count: 1.0" align=left>추기경님이 작년 여름부터 병상에 누워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나 또한 병중이라 찾아 뵙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기도를 올리며 인편으로 안부를 주고 받았었다. 그런데 이토록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나시다니!<o:p></o:p>
<P class=MsoNormal style="MARGIN: 6pt 0cm 0pt; LAYOUT-GRID-MODE: char; TEXT-INDENT: 10pt; LINE-HEIGHT: 140%; TEXT-AUTOSPACE: ideograph-numeric; TEXT-ALIGN: left; mso-pagination: widow-orphan; mso-char-indent-count: 1.0" align=left>십여 년 전 성북동 길상사가 개원하던 날, 그분은 흔쾌히 나의 초청을 받아들여 힘든 걸음을 하시고, 또 법당 안에서 축사까지 해주셨다. 그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첫 만남의 자리에서도 농담과 유머로써 종교간의 벽, 개인간의 거리를 금방 허물어뜨렸다. 그 인간애와 감사함이 늘 내 마음속에 일렁이고 있다. 그리고 또 어느 해인가는 부처님오신날이 되었는데, 소식도 없이 갑자기 절 마당 안으로 걸어 들어오셨다. 나와 나란히 앉아 연등 아래서 함께 음악회를 즐기기도 했었다. <o:p></o:p>
<P class=MsoNormal style="MARGIN: 6pt 0cm 0pt; LAYOUT-GRID-MODE: char; TEXT-INDENT: 10pt; LINE-HEIGHT: 140%; TEXT-AUTOSPACE: ideograph-numeric; TEXT-ALIGN: left; mso-pagination: widow-orphan; mso-char-indent-count: 1.0" align=left>인간의 추구는 영적인 온전함에 있다. 우리가 늘 기도하고 참회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깨어지고 부서진 영혼을 다시 온전한 하나로 회복시키는 것, 그것이 종교의 역할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개인의 영역을 넘어 사회와 국가 전체, 전 인류 공동체로 확대된다. 우리가 만든 벽은 우리를 가둔다. <st1:PersonName w:st="on">김수환</st1:PersonName> 추기경님은 자신 안에서나 공동체 안에서나 그 벽을 허무는 데 일생을 바치신 분으로 내게 다가온다.<o:p></o:p>
<P class=MsoNormal style="MARGIN: 6pt 0cm 0pt; LAYOUT-GRID-MODE: char; TEXT-INDENT: 10pt; LINE-HEIGHT: 140%; TEXT-AUTOSPACE: ideograph-numeric; TEXT-ALIGN: left; mso-pagination: widow-orphan; mso-char-indent-count: 1.0" align=left>그분은 십자가의 성 요한이 말한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하며,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를 삶 속에 그대로 옮기신 분이다. 나와 만난 자리에서 그분은 "다시 태어나면 추기경 같은 직책은 맡고 싶지 않다. 그냥 평신도로서 살아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하심(下心)',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의 실천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o:p></o:p>
<P class=MsoNormal style="MARGIN: 6pt 0cm 0pt; LAYOUT-GRID-MODE: char; TEXT-INDENT: 10pt; LINE-HEIGHT: 140%; TEXT-AUTOSPACE: ideograph-numeric; TEXT-ALIGN: left; mso-pagination: widow-orphan; mso-char-indent-count: 1.0" align=left>하느님을 말하는 이가 있고, 하느님을 느끼게 하는 이가 있다. 하느님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지만, 그 존재로써 지금 우리가 하느님과 함께 있음을 영혼으로 감지하게 하는 이가 있다. 우리는 지금 그러한 이를 잃은 슬픔에 젖어 있다. 그 빈자리가 너무나 크다.<o:p></o:p>
<P class=MsoNormal style="MARGIN: 6pt 0cm 0pt; LAYOUT-GRID-MODE: char; TEXT-INDENT: 10pt; LINE-HEIGHT: 140%; TEXT-AUTOSPACE: ideograph-numeric; TEXT-ALIGN: left; mso-pagination: widow-orphan; mso-char-indent-count: 1.0" align=left>그분이 그토록 사랑한 이 나라, 이 아름다운 터전에 아직도 개인 간, 종파 간, 정당 간에 미움과 싸움이 끊이지 않고 폭력과 살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러진다. 이러한 성인이 이 땅에 계시다가 떠났는데도 아직 하느님의 나라는 먼 것인가.<o:p></o:p>
<P class=MsoNormal style="MARGIN: 6pt 0cm 0pt; LAYOUT-GRID-MODE: char; TEXT-INDENT: 10pt; LINE-HEIGHT: 140%; TEXT-AUTOSPACE: ideograph-numeric; TEXT-ALIGN: left; mso-pagination: widow-orphan; mso-char-indent-count: 1.0" align=left>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단순함에 이른 그분이 생애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준 가르침도 그것이다. 더 단순해지고, 더 온전해지라. 사랑은 단순한 것이다. 단순함과 순수함을 잃어버릴 때 사랑은 불가능하다.<o:p></o:p>
<P class=MsoNormal style="MARGIN: 6pt 0cm 0pt; LAYOUT-GRID-MODE: char; TEXT-INDENT: 10pt; LINE-HEIGHT: 140%; TEXT-AUTOSPACE: ideograph-numeric; TEXT-ALIGN: left; mso-pagination: widow-orphan; mso-char-indent-count: 1.0" align=left>그분이 더없이 존경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말씀이다. "사람은 결코 나면서부터 단순한 것은 아니다. 자기라는 미로 속에서 긴 여로를 지나온 후에야 비로소 단순한 빛 속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이고 하느님은 단순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하느님께 가까워지면 질수록 신앙과 희망과 사랑에 있어서 더욱더 단순하게 되어간다. 그래서 완전히 단순하게 될 때 사람은 하느님과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o:p></o:p>
<P class=MsoNormal style="MARGIN: 6pt 0cm 0pt; LAYOUT-GRID-MODE: char; TEXT-INDENT: 10pt; LINE-HEIGHT: 140%; TEXT-AUTOSPACE: ideograph-numeric; TEXT-ALIGN: left; mso-pagination: widow-orphan; mso-char-indent-count: 1.0" align=left>지금 <st1:PersonName w:st="on">김수환</st1:PersonName> 추기경님은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우리들 마음속에서는 오래도록 살아 계실 것이다. 위대한 존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그분의 평안을 빌기 전에, 그분이 이 무상한 육신을 벗은 후에도 우리의 영적 평안을 기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분은 지금 이 순간도 봄이 오는 이 대지의 숨결을 빌어 우리에게 귓속말로 말하고 있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그리고 용서하라."
<P class=MsoNormal style="MARGIN: 6pt 0cm 0pt; LAYOUT-GRID-MODE: char; TEXT-INDENT: 10pt; LINE-HEIGHT: 140%; TEXT-AUTOSPACE: ideograph-numeric; TEXT-ALIGN: left; mso-pagination: widow-orphan; mso-char-indent-count: 1.0" align=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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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A name=focus_link></A><A href="http://focus.chosun.com/people/peopleView.jsp?id=400">법정</A> 스님이 <A href="http://focus.chosun.com/people/peopleView.jsp?id=132">김수환</A> 추기경님을 추모하여 조선일보에 기고하신 글입니다. <o:p></o:p>
 생전의 추기경님과 각별한 인연을 가졌던 스님이 "신문·방송·전화가 없는 곳에 살고 있어 
 소식을 늦게 접했다" 며 뒤늦게 쓰셔서 장례일인 20일 아침에 실렸습니다.</TD></TR></TBODY></TABLE>

댓글목록

간사님의 댓글

간사 작성일 09-02-27 11:09

아름다운 글 입니다 _()_

강손주님의 댓글

강손주 작성일 09-03-02 09:40

선배님! 덕분에 법정스님의 글을 접합니다. 진리는 같은 모습임을 알겠습니다. 우리 대불 선배님들 향기도 무척 진합니다.
존경합니다.

신호철님의 댓글

신호철 작성일 09-03-03 16:53

윤제철 법무님! 회엄사 순례법회에서 회향하는 버스에서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가장 존경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말씀 "사람은 완전히 단순하게 될때 하느님과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라는 법정스님의 추모사를 읽고 "사람은 본래부터 청정한 자성을 찾을 때(自性自如)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되고 부처가 되는 것이다" 라고 설하신 부처님의 말씀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군요.
왕오천축국전에 대한 윤법무님의 글을 어떻게 찾는지 다시 한번 알려주세요.

윤제철님의 댓글

윤제철 작성일 09-03-03 21:50

왕오천축국전은 얼마 동안 준비를 해서 이 <자유게시판>에 올리겠습니다.

zkicpgqtp님의 댓글

zkicpgqtp 작성일 09-06-0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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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mhhv님의 댓글

aumhhv 작성일 09-06-2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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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kzqy님의 댓글

abkzqy 작성일 09-07-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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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xeh님의 댓글

findxeh 작성일 09-08-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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