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에 오르다(김명인)...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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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경희 작성일2009.03.07 조회4,107회 댓글3건본문
화엄에 오르다(김명인)
어제 하루는 화엄 경내에서 쉬었으나
꿈이 들끓어 노고단을 오르는 아침 길이 마냥
바위를 뚫는
천공 같다, 돌다리 두드리며 잠긴
山門을 밀치고 올라서면 저 천연한
수목 속에서도 안 보이는
하늘의 雲板을 힘겹게 미는 바람소리 들린다
간밤에는 비가 왔으나, 아직 안개가
앞선 사람의 자취를 지운다, 마음이 九折羊腸인 듯
길을 뚫는다는 것은
그렇다, 언제나 처음인 막막한 저 낯선 흡입
묵묵히 앞사람의 행로를 따라가지만
찾아내는 것은 이미 그의 뒷모습이 아니다
그럼에도 무엇이 이 산을 힘들게 오르게 하는가
길은, 누군들에게 물음이
아니랴, 저기 산모롱이 이정표를 돌아
의문부호로 꼬부라져 羽化登仙해 버린 듯 앞선 일행은
꼬리가 없다, 떨어져도 떠도는 산울림처럼
이 허방 허우적거리며 여기까지 좇아와서도
나는 정작 내 발의 티눈에 새삼스럽게 혼자 아픈가
길섶 풀물에 든
낡은 經소리 한 구절 내내 떨쳐 버리지 못해
시큰대는 발자국마다 마음 질척거리는데
화엄은 화음 속에 얼굴을 감추고 하루종일
굴참나무 잔가지에 얹히는 經典을 들어 나를 후려친다
―김명인, 華嚴에 오르다
댓글목록
윤제철님의 댓글
윤제철 작성일詩가 참 좋다. 화엄사에 다녀온 후라서 더 감동적이다.
강손주님의 댓글
강손주 작성일지리산은 저와 인연이 깊습니다.두달 전까지만해도 제 명의의 조그맣고 아담한 별장이 하나 있었으며 바로 10분거리를 두고 막내동생의 그림같은 하얀집이 천왕봉을 마주하는 언덕위에 지금도 자리 하고 있습니다. 한달에 한 두번은 쉬고 왔었는데 지리산은 어머니 품속 같습니다. 들어서는 순간 잡념이 없어지고 갈때마다 새롭고 더 없이 편안해서 남편이랑 저는 <지리산공화국>이라고 말합니다. 지리산과 한번 친해 보세요.모두가 느낄 것입니다. 두달 전까지 찾았던 저의 공간은 옛 <군자사> 절터가 대신합니다. 함양군청 문화관광과에서 문헌을 참고하여 그렇게도 찾았지만 못찾은 군자사 절터를 <명당>터라 해서 구입하고 기초공사 하던중 나온 기와장을 전문자가 분석하고는 옛 <군자사>절터라 했습니다.조선시대 문인들이 군자사를 시작으로 문수암,상무주암,보리암향하는 지리산기행문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저는 그 군자사 옛 터에다 대불 선배님들 심신이 지칠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꿈을 꾸고 있습니다.
smallpond님의 댓글
smallpond 작성일
마음은 구름 위에서 춤추고 있는데
내발은 티눈에 버거워 비틀거린다.
그러나 죄많은 내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오르고자하는 내 마음이야
나무랄 수가 없어 울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