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에 오르다(김명인)...퍼옴
페이지 정보
작성자 홍경희 작성일2009.03.07 조회4,114회 댓글3건본문
화엄에 오르다(김명인)
어제 하루는 화엄 경내에서 쉬었으나
꿈이 들끓어 노고단을 오르는 아침 길이 마냥
바위를 뚫는
천공 같다, 돌다리 두드리며 잠긴
山門을 밀치고 올라서면 저 천연한
수목 속에서도 안 보이는
하늘의 雲板을 힘겹게 미는 바람소리 들린다
간밤에는 비가 왔으나, 아직 안개가
앞선 사람의 자취를 지운다, 마음이 九折羊腸인 듯
길을 뚫는다는 것은
그렇다, 언제나 처음인 막막한 저 낯선 흡입
묵묵히 앞사람의 행로를 따라가지만
찾아내는 것은 이미 그의 뒷모습이 아니다
그럼에도 무엇이 이 산을 힘들게 오르게 하는가
길은, 누군들에게 물음이
아니랴, 저기 산모롱이 이정표를 돌아
의문부호로 꼬부라져 羽化登仙해 버린 듯 앞선 일행은
꼬리가 없다, 떨어져도 떠도는 산울림처럼
이 허방 허우적거리며 여기까지 좇아와서도
나는 정작 내 발의 티눈에 새삼스럽게 혼자 아픈가
길섶 풀물에 든
낡은 經소리 한 구절 내내 떨쳐 버리지 못해
시큰대는 발자국마다 마음 질척거리는데
화엄은 화음 속에 얼굴을 감추고 하루종일
굴참나무 잔가지에 얹히는 經典을 들어 나를 후려친다
―김명인, 華嚴에 오르다
댓글목록
윤제철님의 댓글
윤제철 작성일詩가 참 좋다. 화엄사에 다녀온 후라서 더 감동적이다.
강손주님의 댓글
강손주 작성일지리산은 저와 인연이 깊습니다.두달 전까지만해도 제 명의의 조그맣고 아담한 별장이 하나 있었으며 바로 10분거리를 두고 막내동생의 그림같은 하얀집이 천왕봉을 마주하는 언덕위에 지금도 자리 하고 있습니다. 한달에 한 두번은 쉬고 왔었는데 지리산은 어머니 품속 같습니다. 들어서는 순간 잡념이 없어지고 갈때마다 새롭고 더 없이 편안해서 남편이랑 저는 <지리산공화국>이라고 말합니다. 지리산과 한번 친해 보세요.모두가 느낄 것입니다. 두달 전까지 찾았던 저의 공간은 옛 <군자사> 절터가 대신합니다. 함양군청 문화관광과에서 문헌을 참고하여 그렇게도 찾았지만 못찾은 군자사 절터를 <명당>터라 해서 구입하고 기초공사 하던중 나온 기와장을 전문자가 분석하고는 옛 <군자사>절터라 했습니다.조선시대 문인들이 군자사를 시작으로 문수암,상무주암,보리암향하는 지리산기행문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저는 그 군자사 옛 터에다 대불 선배님들 심신이 지칠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꿈을 꾸고 있습니다.
smallpond님의 댓글
smallpond 작성일
마음은 구름 위에서 춤추고 있는데
내발은 티눈에 버거워 비틀거린다.
그러나 죄많은 내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오르고자하는 내 마음이야
나무랄 수가 없어 울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