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촛불로 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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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경희..퍼옴 작성일2008.07.10 조회3,076회 댓글1건본문
촛불은 촛불로 꺼야 한다.
[스폐셜 인터뷰]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스님
불교환경연대 대표이자 서울 수유리 화계사의 주지인 수경 스님. 그는 세 걸음 걷고 한번 절하는 ‘삼보일배’라는 새로운 시위 문화를 이 땅에 탄생시킨 주인공으로 우리나라 환경 운동을 이끄는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다. 또 불교 개혁 운동에 앞장서는 개혁가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다른 종교인들과 함께 4대강을 걸으며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순례 행진을 주도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백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7월4일 진행된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위한 시국법회'에서는 추진위원장을 맡아 법회 전반을 이끌었다.
7월3일 화계사에서 스님을 만났다. 오랜 세월을 선방에서 수행했던 스님은 형형한 눈빛과 꼿꼿한 자세로 취재진을 맞았다. 비 갠 뒤의 하늘은 청명했고 녹음은 한껏 짙었다. 방 안으로 흘러드는 신선한 바람을 타고 낮지만 강단 있는 스님의 목소리가 몸속으로 흘러들었다. 시계가 없는 방에서는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인터뷰를 끝내고 시계를 보니 1시간40분이 지나 있었다.
*요즘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나.
답답하다. 대통령이 여러 사람 고생시킨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정직하지 못하다. 순수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순수하게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정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오만하다.
* 왜 정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나.
기자회견을 보면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차라리 육두문자를 쓰는 것이 더 진실하지···. 대통령이 되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멋있게 하려고 했는데 생각대로 안 된다, 이제 3개월 밖에 안 되었다, 이렇게 하면 감당이 안 되니 시간을 달라, 이런 식으로 솔직하게 말을 해야지. 대통령이 무슨 만물박사, 전지전능한 신처럼 국민의 눈에 비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정직해야 한다.
*‘오만’은 또 뭔가.
국민을 섬기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부담스러운 내용을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아이들의 순수한 외침도 배후세력이니 뭐니 해가지고 매도해버리지를 않나···. 촛불의 진정성을 매도하는 것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인 당략이 있는 것도 아닌 맑은 정신에서 나온 것인데 정반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내가 최고라는 아집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정 운영을 기능적으로, 사업한다는 생각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 대통령이 철학이 없다고 보는 것인가.
부부 관계나 친구 관계도 진실해야 한다. 정직해야 서로 신뢰한다. 신뢰가 한번 깨지면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통령과 국민 간에는)신뢰가 완전히 파탄났다.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무너졌다. 동력을 상실했다. 진보 대 보수의 갈등으로 구도를 잡아가는 것은 극복해야 할 갈등을 더 키우는 것이다. 검찰·경찰을 통해서 국정을 운영하려고 하는 발상 자체가 얼마나 허약한가. 자신이 없는 것이다.
대통령은 큰 방향을 설정하고 부처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조정하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일선 경찰서를 왜 가나. 시스템을 무력화시켰다. 내가 하라는대로 하라고 하니까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다. 왜 대통령이 국민과 싸우는가. 대통령의 자질에 근본적으로 의문이 든다는 말이 국민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대통령을 뽑은 것은 국민들이다.
그래서 공업(共業·공동의 업)이다. 경제, 경제 하면서 성장·개발이라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이제 이것이 행복한 삶을 가져다 줄 것인가를 성찰할 때가 되었다. 우리가 뽑아놓고 나가라고 하면 되겠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 이 고통을 같이 감당해야 한다. 다만 고통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역할을 국민들이 해야 한다. 촛불이 그것이다.
* 촛불집회 현장에 여러 번 모습을 보였다.
옛날 방식과 달랐다. 새롭더라. 희망을 보았다. 우리는 스스로가 만든 구조 속에 함몰되어 살아간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살필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질주한다. 이럴 때 어린 아이들이 이것은 아니라고 말한 것이 촛불이다. 한 아이에게 ‘왜 나왔느냐’라고 물으니 ‘어른들이 우리가 안 나오게 해야 할 것 아닌가. 옳지 않다는 것을 어른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나왔다’라고 말하더라.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 정부는 엄정하게 사법 처리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의식은 저만큼 앞에 가 있다. 보수도 진보도 싫다, 좌우가 뭐가 필요하냐는 것이다.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이 관점에서 세상을 보면 좌우, 진보·보수 다 웃긴다는 것 이다. 세계화되었고 우주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 어린 것들이 무엇을 아느냐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순수한 것보다 더 훌륭하고 가치 있는 것은 없다. 반면 집권 세력은 스스로 채운 족쇄 속에서 다 지난 인식을 자기들 방식대로 끌어안고 있다. 1970년대 인식이다.
* 종교계가 참여하면서 촛불집회가 다시 살아났다.
순수한 불씨가 사회, 나라, 개인이 방향을 설정하는데 중요한 가치로 승화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동안 관망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공안정국 형식으로 민심을 매도하고 폭도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는 데 종교인들이 공감했다.
* 종교인들의 참여는 촛불 정국에서 분수령이 될 것 같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종교인들이 정부나 대통령이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하면 정말 어려워진다. 촛불은 절대 물로 끄지 못한다. 검·경으로도 끌 수 없다. 촛불은 촛불로 꺼야 한다. 정부가 촛불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가운데 문화로 승화시켜야 한다. 촛불을 정부가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해결하고 논의가 필요한 것은 대책위원회 등을 만들어 함께 논의해 풀어나가면 된다. 화해·상생해서 생명 평화의 촛불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고통 분담도 요구할 수 있고 이 어려운 난국을 헤쳐갈 수 있다. 대통령으로서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 진실 된 마음으로 앞으로 잘하겠다고 가슴으로 말하면 퇴진하라는 얘기가 왜 나오겠나. 오히려 국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격려하는 손뼉을 칠 것이다.
* 7월5일 이후에도 정부의 ‘엄정 처리’식 대응에 변화가 없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
그러면 불행해진다. 어려워진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된다. 국민들과 함께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그런 자세로 돌아가지 않으면 종교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나부터도 그렇다. 생명 가치가 존중되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종교인들이 불씨 역할을 할 것이다.
*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해 국민들이 고생하는 측면이 있다.
기존 사고방식 갖고는 안 된다. 촛불에서 배워야 한다. 정치인들도 사심을 버리고 이 땅에 태어나 살아온 부분에 대해 공동선을 이루는데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정치권이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민심을 정확히 읽고 응답하는 것이 모두가 사는 길이다.
* 특히 제1 야당 민주당이 길을 잃었다.
한나라당보다 꼴이 더 웃기다. 보수화되어 있고 방향 감각을 잃었다. 욕심 다 버리고 우리가 잘못했다고 나갔어야 했다. 사실이 그렇다. 민주당이 잘못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탄생한 것 아닌가. 참회를 해야 할 판에 한나라당에 손가락질하기 바쁘니···. 한나라당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해야 한다. 대안 세력이 없다는 것, 완충 세력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앞으로 대안 세력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다.
* 불교계는 종교 편향 문제도 제기하고 있는데.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지 장로대통령이냐고들 한다. 촛불보다 종교 갈등은 더 위험하다. 왜 그런 식으로 일을 만들어 가는지 이해가 안 간다. 도대체 그 사고 체계를 알 수가 없다. 물론 불교계도 문제가 있다.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 그런다고 개신교 나라가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개신교 신자는 오히려 줄고 있다.
* 그럼 불교계는 무엇을 해야 하나.
수행 체계를 확립하고 사회적인 역할을 통해 부처님 말씀이 전달될 수 있도록 포교 전략을 세워야 한다. 촛불은 국민들이 만들어놓은 야단법석이다. 지혜로운 이는 누구나 와서 설파하라는 것이다. 남북문제, 환경 문제, 인권 문제 등을 젊은 세대와 소통·공감하는 식으로 풀어내지 않으면 불교는 망한다.
* 촛불 집회 과정에서 언론 문제도 화제였다.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다 열려 있기 때문에 특정 집단에서 여론을 주도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조선·동아·중앙일보 등이 기존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정론지로서의 역할을 포기한다면 앞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 대통령을 지금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할 것인가.
환골탈태해야 한다. 정직해야 한다. 모두를 다 포용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갈라놓고 마음에 드는 사람만 부르면 안 된다라고 말하고 싶다. 안타깝다. 대통령은 기회를 몇 번 놓쳤다. 하심(下心·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임)하는 것이 세상을 얻는 것이다. 민심· 천심을 얻지 않으면 설 자리가 어디 있나. 지금이 그 형국이다.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이 기사는 시사저널 977호에 실린 수경스님 특별 인터뷰입니다. 전문 게재를 허락해주신 시사저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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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님의 댓글
간사 작성일어제 종교편향 연석회의에 참여했었습니다.. 전 노무현 정부때는 5년동안 16건정도의 종교편향 사건이 있었는데 지금 이명박 정부 150여일정도에 벌써 19건이라고 하더군요 확실히 많아졌긴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