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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랄지언정 넘치지 않겠습니다 ....인테넷 신문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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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혜장 작성일2010.04.05 조회3,113회 댓글1건

본문

                 
 
 
모자랄지언정 넘치지 않겠습니다 
  - 법정, 《무소유》 
 
 
 
 
 2010년 04월 04일 (일) 15:01:49 들돌 philipol@hanmail.net 
 
 
교만이 하늘까지 뻗쳐있었다고 해도 할말이 없습니다.
꼭 책으로 읽어야만 무소유를 알게 되는 건 아닐 것이라고
그토록 오랜 세월 만인이 가슴에 담았다는 당신의 귀한 글을 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신의 글보다 당신의 말씀을 먼저 들었습니다.
그것도 입김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아주 추운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당신을 향한 제 흠모가 싹이 트고 잎으로 자랐습니다.
저는 그 잎이 나무가 될 만한 시간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어쩌다 풍문으로 듣는 걱정스러운 이야기들은
애써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제 바람이 커졌을 때 이뤄지는 게 없었던 안타까운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저는 당신께서 겪고 있는 괴로운 날들이 대수롭지 않은 척,
그에 대한 제 바람은 별로 크지 않은 척 시치미를 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부인하고 부정해도 그 바람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끝내 바람과 불안이 함께 자라던 어느 날 날벼락 같은 전언을 들었습니다.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 합장할 수도 없는 죄 많은 몸이라
당신 떠나시는 길에 따라 나설 생각은 처음부터 접어두었습니다.
당신께서도 떠나시는 길이 번거롭지 않기를 바라셨다지요.
대신 당신의 말씀으로 남을 책들을 천천히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할 때도 그랬던 것처럼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수선을 피울 일이 아니라 여기고 있었는데
어느 날, 당신의 책을 더는 사볼 수 없게 되었다는 느닷없는 소식을 들었고
무소유는 끝내 혼자만의 생각으로 정리해야 하는가 보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우연한 인연을 따라 《무소유》 한 권이 제게 전달되었습니다.
책방에서는 이미 동이 나버렸다는데 제가 받은 그 책은 새 책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언젠가 아내와 함께 아침운동을 하는 분에게 책 선물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이 자기 책 중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한 권을 골라 제게 보낸 것이라 했습니다.
책을 받아놓고 보니 인연은 어디서고 잘 익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50 페이지 남짓한 작은 책을 아주 무겁고 느리게 읽었습니다.
속셈으로 따져보니 글로 쓴 것은 얼추 사십 년이 가까워지고 있었고
책으로 만들어진 시기만 따져봐도 서른 다섯 한창 나이가 된 책이었습니다.
강산이 변한 것이 몇 번이고
시절과 세대의 입맛이 바뀐 것이 또한 여러 차례였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세대와 계층을 가리잖고 독자들의 애호를 받은 까닭을 알 것 같았습니다.
글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
당신의 삶이 글과 다르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무소유’라는 말에 대해
다른 누구보다도 당신 자신이 무섭게 성찰하며 살았다는 것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
우리들의 소유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한다. 그래서 자기의 분수까지도 돌볼 새 없이 들뜬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빈손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 이 육신마저 버리고 홀홀히 떠나갈 것이다. 하고 많은 물량일지라도 우리를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
- 「무소유」중에서, 27쪽
 
잘 읽은 책은 주인에게 돌려보낼 생각입니다.
저 또한 책에 대한 욕심이 남다른 것을 늘 마음에 걸려 하며 살았던 터라
아무리 선의와 고마움으로 전달된 책일지라도 주인에게 돌려보낼 생각입니다.
책장이 넘치도록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자랑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행함이 없는 앎이란 자만과 교만의 경계를 넘을 수 없는 것도 알겠습니다.
갖는 것도 갖지 않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우선은 가질 만큼만 갖겠습니다.
차라리 모자랄지언정 절대 넘치게 갖지 않겠습니다.
긴가민가할 때마다 빛나는 당신의 눈을 떠올리겠습니다.
휘적휘적 빛 고운 산길을 넘어가던 당신의 가벼운 걸음을 떠올리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제 마음은 밤처럼 고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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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손주님의 댓글

강손주 작성일

지혜장선배님!
전 당신이 누군지 모릅니다. 제가 나머지 인생을 대불동에 회향 하려고 하는 것은 가까이에 또는 알지 못하는 곳에 있는 향기때문입니다.
저는 법정 스님을 한번도 뵌 적이 없습니다. 떠난 뒷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어린왕자>를 또 읽었습니다.길상사도 송광사도 가보지 못했지만 대불동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로 인해 위안은 삼았습니다. <무소유>얼마나 행복할까요? 저에게는 그행복이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놓아버렸던 꿈을 다시 꾸게 된것도
새벽부터 일어나 늦은 밤까지 쉼없이 일하는것도
아직도 일을 놓지 못하는 것도
모두 대불동때문입니다.
이렇듯 향기로운 분들이 숨어서 곳곳에 계시는데.....
무너지면 안되잖아요.
<행함이 없는 앎이란 자만과 교만의 경계를 넘을 수 없는 것>
선배님의 말씀처럼 머리속의 많은 생각보다
실천이 앞서는 후배가 되겠습니다.
우선은
<더 많은 장학금이 모금되길 기대합니다>
그래서 앞장서 하시는 큰 스님과 선배님들께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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