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옥선생 정년퇴임 기념문집을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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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연호 작성일2011.01.07 조회3,274회 댓글4건본문
2010년의 끝자락인 12월 30일 날, 모처럼 여유롭게 대구 부산 진주를 2박 3일 동안 돌며 대불련 동문 법우들을 만나서 오랜만의 회포를 풀고 생업인 나의 처소로 돌아와 보니, 그사이 배달되어온 수북한 우편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중에 묵직하게 잡히는 이자옥 누님의 문집이 먼저 반가웠습니다. 대충 손과 발을 닦고서 창가엔 휘날리는 눈발, 난로 위엔 주전자 물 끓는 풍경아래에서 펼쳐보았습니다.
사실 문집이라 하면 미리 무겁게 느껴져 부담이 되지요. 그러나 존경하는 누님 법우의 저서라 주저 없이 표지를 감상하고, 감사의 말, 그리고 시와 기행문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대개 이 책을 다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는 앞쪽 두 세장만 보면 결정이 되지요. 아 그런데 이자옥 누님의 글은 첫 장부터 빨려 들기 시작했습니다. 시 한편 한편에서 인생과 사물에의 관조를, 부처님의 인연을, 편지글에서는 자식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제자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법우의 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후편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기행문 역시 너무 맛이 있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함께 여행하는 듯한 사실적인 생동감과 함께 신비가 보였고 지난 역사에 대한 정확한 설명 속에 상상과 추리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그곳에 살고 있는 인류에 대한 정과 삶의 소중함을 차근차근하게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그 매끄러운 문장력과 압축된 언어, 재치와 여운, 동경, 상상력 직접그린 삽화 하나하나가 앙상블을 이루는 그야말로 이자옥의 여정과 삶의 치열함이 분만한 놀라운 하나의 사건이 되는 문집이었습니다. 그동안 자옥 누님의 줄기찬 부처님을 향한 깊은 신심과 사유 그리고 방정한 자세에 감추어져 있었던 내공이 이 문집 속에 다 녹아들어 스며 나고 있었습니다. 눈 밝은 우리 집 보살도 보이차를 마셔가며 보고서 그동안 읽은 기행문 중에서 최고의 맛이 난다고 아 글은 이렇게 써야해. 하는 의미 있는 말을 거듭했습니다. 후렴이 여러 편의 기행문을 쓴 저로선 듣기 좀 그랬습니다.
허나 하나 아쉬운 것은 2005년 이 후배와 인도 아잔타 석굴 앞에서 기막힌 해후의 장면과 이 후배가 누님께 베푼 애오라지 대불련 동문의 정을 담아 누님 긴 여정에 ‘짜이’ 라도 한 잔 사드시고 여독을 푸시라며 500루피를 드린 내용이 들어가도 좋았을 인도 성지순례기는 왜 빠졌는지 유감이라면 그게 유감인기라.
혹 이자옥 정년퇴임 문집을 받았거나 못 받은 분은 빌려서라도 일독을 하시면 행복이 무엇인지를 더더욱 느끼게 할 것 입니더.
병인 섣달 제천 목청관에서 대불련동문 김연호 식.
댓글목록
이성균(부경대75)님의 댓글
이성균(부경대75) 작성일
연호 형님!!, 역시 부지런하시고 대단하십니다.
전, 워낙에 게을러서 누님의 문집을 대충만 보고 감탄하고 아직 진수는 맛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빨리 진수를 같이 맛보렵니다.
강손주님의 댓글
강손주 작성일
김연호 선배님의 말씀에 100% 동감합니다.
저도 읽고서 바로 전화 드릴려고 헨드폰을 찾았더니 저장이 되어 있지않아 죄송했습니다. 우선 문학적인 저의 좁은 소견으로
시는 함축된 언어로 모든걸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임에도 너무나 쉽게 눈에 본듯 지난온 선배님의 삶이, 사랑이 다 표현된것을 보고 부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행운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전에 장문의 편지글을 받는 행운이 있어
"어쩜 이런 간결한 문체가 있을까?"생각했었는데
이 후 국어 선생님이시걸 알았습니다.
책장을 놓으면서
선배님께서는 <구도자>시구나
삶을 가꾸고 사랑을 승화하시고
자식과 제자들에게는 참다운 스승이시구나
수행에 있어 근기가 부족해서 출가수행자가
못된 우리들은 다른 모습의 수행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자옥 선배님께서는 그 길을 잘 걸어 오셨고
마지막 수행의 길에서는 님의 사랑과
해후하실거라 믿습니다.
선배님 감사드립니다.
조득환님의 댓글
조득환 작성일김연호선배님!저는 열린법회에 다녀 오면서 심부름으로 이자옥선배님의 정년퇴임기념문집을 살짝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지요.선배님의 신심과 구도열정을 새기며 귀가하였지요.돌아오는 대경동문회 신년교례법회에 임진규선배님께(사전에 전화를 올렸슴) 전달하면서 고백하려고 했습니다.이자옥선배님께서 더욱더 법력이 승화되시고,대불동과 중생을위해 회향하시길 발원...나무 불 법 승
백필현님의 댓글
백필현 작성일
혹시,,이자옥 선생님 국어 교사분 아니신지요..
제가 1971부터74년도에,,서울 종로 소재 대동중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하실때 제자였는데,,,
다들 당시 제자들이 선생님 안부를 뭍곤 합니다..
혹시 연락처아시면 메일 부탁 드립니다...백필현입니다 bph554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