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내 자식만 합격시켜달라는 기도 들어줄까...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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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경희 작성일2011.11.10 조회3,178회 댓글0건본문
이도흠 정의평화불교연대 사무총장
“어느 부처님이 옆집 자식은 대학에 떨어뜨리고 내 자식만 합격시켜달라는 기도를 들어주겠습니까.”
정의평화불교연대 초대 사무총장을 맡은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53)를 8일 서울 견지동 조계사 인근에서 만났다. 회장들이 있는데 자신이 나서기가 마땅치않다며 인터뷰를 사양하던 그는 정작 입을 열자 거침 없이 말을 쏟아냈다.
먼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코 앞에 두고 문전성시를 이루는 입시기도객으로 제철 만난 사찰들의 아픈데를 찌르고 나섰다.
그는 지난달 29일 출범한 정의평화불교연대(불교연대) 준비위원장을 맡아 출진을 채비했다. 불교연대 창립 발기인엔 공동회장을 맡은 우희종 서울대 교수와 이은봉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최연 불교사회연구원장을 비롯 박경준 동국대 교수와 조준호 고려대교수, 유정길 에코붓다 대표 등 재가자 뿐 아니라 금강·미산·본각·법인·지관·진화 스님 등 40~50대 주요 스님들도 함께 했다.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의장이기도 한 이 총장은 늦깎이 불자다. 향가를 전공한 그는 향가를 통해 통일신라시대 불교 세계를 접했을 뿐이다. 10년 전 그의 <화쟁기호학 이론과 실제>란 책에 관심을 기울여 그를 의상과 만해연구원의 연구원으로 부른 만해사상실천선양가인 오현 스님(설악산 신흥사 조실)과의 만남이 불교계에 인연이 닿은 계기가 되었다.
대학 때까지 마르크스에 경도됐던 그가 원효에 심취하고 불교의 깊은 매력에 빠져든 것은 사실이지만, ‘맹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불교계의 구태의연한 문제점을 질타하며 불교를 새롭게 할 ‘불교유신론’을 제창한 만해 한용운처럼 그는 ‘불교계 현실’에 많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교리는 중생구제와 대승을 말하면서 소승불교만큼도 중생 구제엔 관심이 없는게 한국불교였지요.“
그는 “1700년 역사를 가진 불교가 100여년 된 기독교에 밀린 것은 중생 구제를 소홀히 한 탓”이라고 본다.
“중생구제 대신 호국불교를 한다는데, 정확히 말하면 나라를 위하는 호국불교가 아니라 소수 권력승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권을 지원하는 호권불교였지요”
그는 “아이러니하게 불교가 권력을 쫓을수록 권력이 불교를 우습게 여기기에 권력과 종교는 서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한국 불교’ 비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기독교는 현대과학과 자본주의를 현실적으로 수용한 지 오래인데, 불교는 아직도 중세의 주술적 사고에 빠져있다. 무지한 중생은 혹세무민할 수 있지만, 깨어있는 지성들은 수용하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그는 “문수 스님이 자기 몸을 불살러 불교계를 깨우고, 구제역 발생 이래 천만이 넘는 생명을 포크레인으로 구덩이에 넣어 죽이기만 하는데도, 포크레인 앞에 눕는 불자도 한명 없었고, 그렇다고 그게 문제라고 불교적 논리로 설명하고 대안을 내놓는 불자 한 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한탄한다. 그는 이를 “불자들이 시대의 문제와 중생의 고통에 대해 고뇌하지 않고 있다는 징표”라고 꼬집었다.
원효 사상에 귀의한 그는 “화해를 설정하되,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고 이것과 맞서러 싸우면서 화해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최치원이 함양의 태수로 갔을 때 상습침수를 막기 위해 첫해는 일단 둑을 쌓아 막았지만, 상림숲을 조성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지요. 일단 둑을 막은게 쟁(爭)이라면 상림 조성은 화(和)인 셈이지요.”
그처럼 단기적 처방은 물론 불교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 능히 출가자이고 불자라고 할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10일 수능이 끝나면 불교연대 회원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가난한 불자들을 위한 논술교실’을 열고, 앞으로 불교의 진리를 사회적 실천과 대안 마련으로 이어가기 위한 씽크 탱크도 만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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