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에 읽는 "여행자를 위한 서시"/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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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제철 작성일2013.01.01 조회3,676회 댓글1건본문
여행자를 위한 서시
- 류시화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순간 속에 자신을 유폐시키던 일도 이제 그만
종이 꽃처럼 부서지는 환영에 자신을 묶는 일도 이제는 그만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
그대의 영혼은 아직 투명하고
사랑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상처 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게 길을 물어야 하리.
길은 또 다른 길을 가리키고,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여인숙이 되리라.
별들이 구멍 뚫린 담요 속으로 그대를 들여다 보리라.
그대는 잠들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꿈을 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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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손주님의 댓글
강손주 작성일
수행자의 삶을 살고 픈 새해입니다.
좀 더 정진하여 구도자의 모습이고 싶습니다.
모두가 외면하고 몰라라 해도 좋습니다.
그져 맑은 영혼을 가진 도반들과
심금을 울리는 이러한 움악과
내가 읽을 한 권의 경전이면 충분합니다.
발은 땅을 딛고 살아 가지만
마음만은 천상에 머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