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칼국수? 동문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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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안소식 작성일2011.04.22 조회3,036회 댓글0건본문
[더 나은 미래] 시민의 사랑이 끓인 칼국수…
희망의 한 그릇 '후루룩~'천안 글·사진=최세미 더나은미래 기자 smchoi@chosun.com
시민공모주로 만든 식당 '희망칼국수'
천안시민의 돈 모아 만든 착한기업 '동행'의 첫 식당
직원 월급 10% 제외 판매 수익금 전액 기부
올가을 2호점도 오픈 예정… 벌써 1500만원 이상 모여
지난 2월 문을 열었다는 '희망칼국수'는 평일 점심시간에도 손님으로 북적였다. 점심시간이 다 끝나도록 스무 명씩 늘어선 줄이 좀처럼 줄어들 줄 몰랐다. 이 칼국수집은 요즘 천안의 새로운 '맛집'으로 뜨고 있다. 하루에 파는 칼국수만 400인분이다. 칼국수의 생명인 육수가 시원한 데다, 6500원짜리 칼국수정식 하나만 시켜도 만두나 보쌈이 줄줄이 코스로 나오는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했다.
그러나 희망칼국수는 단순한 '맛집'만은 아니다. 맛있다는 소문만 듣고 찾아온 손님들은 '희망칼국수의 수익금 전액은 지역사회와 공익활동에 사용됩니다'라고 적힌 현판을 보고 또 한 번 놀란다. 주부 이주현(38)씨는 "내가 먹는 칼국수 한 그릇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좋아서라도 앞으로 이 집을 자주 찾게 될 것 같다"며 웃었다.
▲ 시민공모주로 1억원을 모아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식당 '희망칼국수'를 차린 박노진 ㈜아름다운동행 대표는 앞으로 시민공모주 사업을 통해 장애인 택배 서비스, 이익 없는 빵집 등 새로운 공익사업을 해보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다.희망칼국수는 천안시민들이 한푼 두푼 돈을 모아 '시민공모주'로 만든 착한기업 ㈜아름다운동행이 차린 첫 번째 식당이다. 박노진 아름다운동행 대표는 "시민공모주로 회사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온 지 불과 2주 만에 1억원이 모여서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현재 이 회사의 주주는 천안 시민 70명이다. 주주들의 면면도 다채롭다. 부모님을 따라 저금통을 깬 중·고등학생, 아내와 상의해 적금 탄 돈을 냈다는 직장인, 한푼 두푼 모아온 모임 회비를 낸 친목회, 경쟁 관계인데도 선뜻 돈을 낸 이웃 식당 사장까지, 천안 곳곳에서 시민주주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나섰다.
"절반은 저도 아는 사람들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일반인이에요"라고 말하며 박 대표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지역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물어물어 찾아온 일반인들은 좋은 일에 쓰라며 기꺼이 돈을 내주었다. 노무사,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일하는 소액주주들의 네트워크가 모이니 식당 하나 차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가게 자리를 계약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메뉴를 개발해 오픈을 하기까지 한 달 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20년째 천안에 살고 있다는 박 대표는 "서울의 한 구보다 작은 천안이라 가능했던 일일 수도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두세 명만 건너도 서로 아는 소도시의 좁은 네트워크가 오히려 힘을 발휘했다"는 설명이었다.
70명이나 되는 주주들이 한 마디씩 보태니 솔직히 부담이 될 때도 있다. 얼굴도 모르는 주주들이 시시때때로 희망칼국수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는 희망칼국수 직원이 실수로 깍두기에 설탕 대신 소금을 넣은 적이 있었다. 그날은 어김없이 주주로부터 "깍두기가 짜다"는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박 대표는 "그래도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회사 목표를 이루려면 주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활짝 웃었다.
박 대표와 이사회는 시민공모주를 추진하면서 일부러 소액주주들만 받았다. 시민주주들은 1계좌당 100만원, 한 사람이 최대 5계좌 500만원만 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세운 회사일지라도 대주주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생각대로만 회사가 돌아가 초심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박 대표가 낸 출자금도 500만원뿐이다.
희망칼국수의 주주들에게는 사실상 '주주배당금'이라는 것도 없다. 수익의 10%가 주주배당금으로 되어 있지만 이마저도 주주들의 이름으로 지정한 단체에 기부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수익금의 40%는 지역사회의 소외계층을 위해 쓰이고, 40%는 2호점 개설 등 점포확대를 위한 적립금으로 쌓인다. 단, 10%만이 희망칼국수 직원들에게 돌아간다.
대신 희망칼국수가 주주들에게 한 약속은 '참여, 공개, 투명'의 원칙이었다. 주주들을 경영과정 전반에 가능한 한 많이 참여시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박 대표는 "지난주 토요일에도 주주들을 대상으로 저녁 술안주 메뉴 시식회를 가졌다"고 말하며 털털하게 웃었다. 주주들은 원한다면 비정기적으로 희망칼국수의 일일점장이 되어볼 수도 있다. 회사 홈페이지(dreamwith.net)의 '나눔보고서'라는 코너에도 매월 기부금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아름다운동행은 '충남사회적기업포럼'이라는 연구모임에서 출발했다. 충남사회적기업포럼은 사회적기업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기업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공부하는 모임이다. 이 모임의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아름다운동행을 설립하고, 희망칼국수를 개업했다. 그러나 희망칼국수는 여느 '사회적기업'과는 두 가지 면에서 다르다. 먼저, 사회적기업이 받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을 전혀 받지 않는다. 박 대표는 "정부나 지자체 등 외부지원을 받으면 간섭이 많아져서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경쟁력을 갖추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차이는 전문경영인이 운영한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 가운데는 전문성이나 노하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지만 희망칼국수는 음식점을 경영하는 박 대표가 직접 경영을 맡고 있어 어려움이 없었다. 박 대표는 월 매출 1억 4000만원이 넘는 천안의 퓨전한정식집 '마실'을 운영하면서 '공부하는 식당만이 살아남는다', '음식보다 마음을 팔아라' 등 인기 식당경영 전략서를 낸 외식산업 전문가다. 앞으로 희망칼국수 2호점, 3호점이 생기면 또 다른 전문경영인을 모셔올 예정이다.
희망칼국수 2호점은 올가을 오픈을 앞두고 있다. 벌써부터 예비 주주들이 줄을 서서 1500만원 이상이 모였다. 칼국수 한 그릇으로 지역을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희망칼국수의 꿈은 그렇게 뜨겁게 익어가고 있었다. 박 대표는 희망칼국수 성공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저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저희 손님들이 칼국수 한 그릇 먹는 것만으로도 좋은 일을 할 수 있구나 하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칼국수 자체가 서민의 음식, 부담 없는 음식이잖아요. 그런 칼국수 한 그릇 먹는 것으로 내 마음이 편하고,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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