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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서예의 정서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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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연호 작성일2011.02.22 조회3,339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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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서예의 정서가 있다면.    김연호 (수의사)

 혹한이 끝을 보이지 않던 지난 1월의 어느 날, 하루라는 송두리 째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나의 직업이지만 집을 나섰다.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되고 있는 창암 이삼만의 ‘물처럼 바람처럼’ 서예전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맹추위 속에서도 예술의 전당 주차장은 만원이었고 미술전과 음악당 앞에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하였다. 허나 서예박물관 주변은 휑한 가운데 냉기만 감돌고 있었다. 나는 오매불망 하던 창암 이삼만 서예전시장에 들어섰다. 매스컴의 지대한 관심과는 그저 무관한 양 그 넓은 전시장의 여러 코너는 몇 사람의 귀한 관람객으로 인기척을 느낄 뿐 고도와 같은 썰렁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도 잠시, 일순간에 눈길을 사로잡는 그 넓은 벽면과 진열장을 가득 메운 창암의 예심이 묻혀낸 먹빛들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서력 1770-1847년, 78세의 일생을 전설처럼 살다간 전주인 이삼만 선생. 별로 알려진 바 없는 그분의 삶에 저렇게 많은 몇 백 점의 유묵이 발굴되다니 이는 우리 서예 사에 하나의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해서와 행서, 초서, 예서가 총 망라된 필첩과 두루마리 편액 등 240 년만의 나들이, 이삼만 종합 전, 그 앞에 선 나는 꼭 꿈결만 같았다. 비록 서예에 아둔한 편이지만 무언가 감각적으로 느끼어져오는 ‘물처럼 바람처럼’ 이란 역사의 묵향, 그 도와 예의 극치가 뿜어내는 신비의 유연함과 시원스러움이 온 몸과 마음을 씻어주는 듯했다. 과연 붓글씨 연습에 벼루 바닥이 3개나 구멍이 났다는 전설이 현실로 다가오는 먹빛의 향연이었다. 도대체 기백 년이 지난 인물의 유작을 저렇게도 많게 시리 어디에서 어떻게 발굴하고, 난해한 초서들의 해석을 저렇게도 맛깔스럽게 달았을까 싶었다. 추사보다 6년이 앞선 인물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평가는 그저 서당 훈장과 서예지도 선생으로 조금 알려져 왔을 정도이고 보면 그렇다. 그러나 선생의 지극한 서예 외길인생이었기에 그 먹빛은 우리 역사의 수많은 수난을 빗겨 깊숙이 비장케 해온 생명력이 되어준 것이 아니랴. 당대 아니 그 전후 우리의 역사 인물 중에 저렇게 창암 선생 보다  많은 작품을 남겨 오신 분이 몇 분이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게 했다.
 지금부터 30여 년 전, 난 어느 골동상인의 손에 있던 창암 이삼만의 서첩 한권을 구입하기 위하여 여러 날을 공을 들인 적이 있었다. 어렵사리 나의 수중에 들어온 것을 두고서 이만큼 훌륭한 각 체의 서첩은 또 없을 것이라고 애지중지 하다가, 후에 영원하게 보관될 국립청주박물관에 기증품으로 보내게 된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서정주 시인은 그의 시 ‘질마재 신화’에서 ‘이삼만이란 신’ 이라고 언급할 만큼 잔잔하게  선생을 모셔온 호남인들의 숨은 뜻이 ‘물처럼 바람처럼’ 이란 훌륭한 전시회를 낳게 한 것이 아니랴 싶었다.
 이 찬연한 전시회를 기획 연출한 서예박물관 이동국 학예실장과 이소연 큐레이터와의 다담자리에서였다. 두 분의 모습에선 훌륭한 전시회의 보람이 흠뻑 묻어나기 보다는 너무도 지쳐있고 낙망해 보였다. 어느 하나 소홀함이 없이 성공적으로 펼쳐 보인 전시회에 관람객이 없다는 데에서 오는 엄동설한만큼의 썰렁한 기분인 두 분의 모습에서 나 역시 가슴이 편치 않았다. 자칫 잊혀 질 뻔했던 예인의 작품을 전국 곳곳에서 찾아내 전시하고 책으로 엮어 역사의 향기를 다시 배어나게 한다는 그 자체가 곧 애국인데...... 그런데도 우리 국민은 관심이 없어 찾는 이가 극소수이다 보니 예술의전당 서예관은 퇴출이 거론 되고 있다고 한다. 지지난해 열린 그 지난한 과정을 넘어 마련된 감동의 안중근의사 서예전도 헤아릴 수없는 큰 애국이었는데도 역시 관람객이 없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엔 서예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어지간한 가정에는 서예작품이 한두 점씩 걸려 있을 정도로 우리 문화 속에 그 정서는 깊숙하다. 그런데도 붓글씨의 기교만 있고 예와 안목의 미는 실종되었는지 전시장을 찾는 이가 없는 현실이다. 우리의 풍요로운 삶이란 멋을 동경하는 생활 속에서 그 촉촉함이 묻어나는 것이고 보면, 쉽게 눈으로만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잔잔한 미적 느낌이 없다면 어찌 그 정서가 배태됨이 있겠는가.
 오늘날은 아무리 지고지순한 행사라 하더라도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퇴출되는 경제적 시장의 논리가 지배적이다. 허나 서예박물관의 역사발굴이 곁들여진 훌륭한 전시와 그곳에서 한결 배어나는 애국심은 제쳐 두고서 인기라는 잣대만으로 유지냐 퇴출이냐를 가늠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이에 앞서 무엇이든 관심과 사랑이 생명의 불꽃이 되어 진다는 사실 앞에 우리는 숙연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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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성균(부경대75)님의 댓글

이성균(부경대75) 작성일

세상사 일들이 그렇게 돌아들 가는것 같습니다. 세상에 꼭 착하다고 정직하다고 잘살고 행복한 인생은 아니듯 세상만사 돌아가는것 자체가 그렇고 그래서 기대와 생각에 비해서 아쉬움과 허탈감이 들때도 참~~ 많지요??

이종택님의 댓글

이종택 작성일

서예를 비롯하여 향기있는 옛것들에 대해서 오늘을 사는 이들이 그저 인터넷이나 할 줄 아는 그런 정보시대에 살다보니 깊은 맛을 아는 그런 서예에는 침잠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세는 그렇게 되는대도 님과같이 깊은 생각을 하는 분이 계시니 마음 한켠으로는 따뜻함이 묻어납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올려주시니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노력들로 인해서 우리는 다시 서예에 다시한번 생각도 할 수 있고 그런 일로 인해서 우리의 미래 삶이 조금더 더 풍요로워 질 것입니다.

조득환님의 댓글

조득환 작성일

먼저 창암 이삼만 선생님의 작품사진이 함께 올려 졌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선배님의 애뜻한 서예의 정서에서 우리들 현실을 반조해 보며 미래지향적인 방향 모색이 되지요.온고이지신에서 우리들 현재와 미래의 지혜를 배우는 추세이오니,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도록 지속적인 방편/홍보 등 함께 이끌어 내야지요.우리 조상들의 세계적인 문화와 정신을 입증하는 문화재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우리 한국를 주시하는 흐름에 많은 분들이 동참하시길 발원...나무 불 법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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