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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손권찬 작성일2008.10.21 조회4,0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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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법주사의 초가을

먼 옛날 완주 땅에 한 소년이 살고 있었다. 소년은 소들이 풀을 뜯는 동안 친구들과 함께 냇가에 가서 개구리를 잡았다. 잡은 개구리를 버들가지에 꿰어놓고는 물놀이를 하다가 개구리를 깜박 잊고는 집으로 그냥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해에 소년이 소를 먹이러 다시 그곳으로 갔을 때, 바로 그 개구리가 버들가지에 꿰어진 채 살아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큰 슬픔을 깨달은 소년은 그리고 어느 날 홀연히 집을 나서 산으로 들어갔다.
이 이야기는 법주사를 중창한 신라 말 진표율사의 출가기를 각색해본 것이다.
'道不遠人 人遠道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은 도를 멀리하고
山非離俗 俗離山
산은 세속을 여의지 않는데 세속은 산을 여의려 하는구나'
이 시는 신라말 고운 최치원 선생이 속리산을 찾아왔다가 읊은 시이다. '속리산'이라는 지명이 이미 그 이전에 지어진 이름임을 짐작케 해준다.

(법주사)
법주사는 속리산의 자연과 풍수의 궁합에 잘 맞는 절집이다. 속인들도 함부로 집을 짓지 않는데, 스님이 절집을 아무데나 함부로 앉혔겠는가. 아무데나 지었다면 법(法)이 어찌 1천년이 지난 오늘까지 속리의 품속에 그대로 머물 수 있겠는가 싶다.
많은 발걸음들이 영일 없이 법주사를 찾지만, 사찰문화 체험은 사찰의 생태환경에 대한 이해가 병행되어야 비로소 효과가 배가된다.

(정이품송)
열두구비 말티고개를 넘으면 천연기념물 정이품송을 만난다. 수령 6백년의 정이품송도 한쪽 팔이 솔잎흑파리에 물어뜯긴 후, 노환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노신(老臣)의 기품은 여전하다. 정2품이라면 판서와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충청관찰사보다는 한끗이 높다.
정이품송과 형질이 비슷한 또 한 그루의 소나무가 보은군 서원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352호인 정부인송(正婦人松)이다. 전설에 따르면 두 나무가 부부라는 것이다.
산림청은 지난 2001년 삼척 준경묘의 금강송을 정이품송의 신부로 간택해서 튼실한 씨앗을 얻었다. 그 소식을 듣고는 서원리 사람들이 정부인송을 두고 어찌 다른 여자를 씨받이로 둘 수 있느냐며 일어났다. 그래서 산림청이 2002년 5월 8일에 정이품송과 정부인송의 혼례를 다시 치루어주었다. 현재 정부인송이 튼실한 솔방울을 달고 있다.
이렇게 해서 정이품송은 본의 아니게 처첩을 거느리게 되었는데, 어느 자식이 애비를 더 닮았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나무에게까지 벼슬을 내리고, 혼례를 치루어 주는 넉넉하고 풋풋한 우리네 정서가 마냥 살갑다.

(아미타내영도)
정이품송을 지나면 새로 심은 전나무 가로수들이 법주사 주차장까지 이어진다. 주차장에 내려 절로 들어가다보면 충주 달천의 상류인 속리천 물길이 다리 아래로 지나간다. 이 물길은 차안과 피안의 세계를 가른다.
피안의 다리를 건너면 멋진 소나무들이 무리지어 잔디밭 위에 서서 내방객들을 맞고 있다. 발걸음을 멈추고 다리 난간에 기대어 그 풍광을 보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아미타내영도(阿彌陀來迎圖)가 떠오른다. 아미타불과 8보살과 8비구가 사바에서 열심히 수행하여 극락으로 들어오는 중생을 반갑게 맞이하는 아미타내영도 !
소나무는 대중적 가치도 높지만, 조경수로도 품작이 다른 나무를 뛰어넘는다. 비싼 돈 들여서 이런저런 잡다한 관상수로 조경하지 않아도 소나무 하나만으로도 멋진 사찰조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잘 키운 소나무 하나 열 나무 안 부럽다'는 조경인들의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오리숲)
법주사의 오지랖인 오리숲은 전통 있는 숲이다. 사하촌(寺下村)에서 절까지 거리가 오리(五里)가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리숲에는 참나무를 중심으로 고로쇠나무, 국수나무, 까치박달, 단풍나무, 덜꿩나무, 돌배나무, 매화말발도리, 물푸레나무, 병꽃나무, 산딸나무, 산벚나무, 산철쭉, 산초나무, 생강나무, 싸리나무, 야광나무, 음나무, 조릿대, 진달래, 쪽동백나무, 풍개나무 등의 활엽수들이 노송들과 함께 터널을 이루고 있다. 활엽수들 사이로 이따금 노송도 기세등등하게 서 있다. 소나무와 활엽수의 싸움은 번번이 활엽수의 승리로 끝나지만, 소나무의 덩지가 우뚝나게 크면 활엽수도 자리를 비켜주게 되어 잇다.
특히 감탄스러운 것은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갈참나무 군락이다. 가히 나무들의 장로(長老)라 할만하다. 매표소에서 입구쪽 야영장으로 이어지는 숲길과 산기슭에도 많은 갈참 장로들이 있지만, 겨우 도토리 줍는 아줌마들의 눈에나 들어올 뿐, 관광객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러나, 개발과정에서 숲길의 절반이 뚝 잘려나가서 입구쪽 야영장에서 매표소까지는 오리숲의 원형을 찾아볼 수 없다. 오리숲은 다양성이 본래 면목인데, 전나무들로 단순림을 만들어 놓았다. 옛 사람은 '산천은 의구하되...'라고 노래했지만, 요즘 시대는 산천도 인걸도 의구한 게 없다.

(속리천)
오리숲 왼쪽으로는 속리천 맑은 물이 흐른다. <택리지>에서 '산 밑은 모두 돌로 된 골이 깊게 감싸고 돌아서, 여덟굽이·아홉돌림이라는 이름이 있다. 산이 이미 빼어난 돌이고, 샘물이 돌에서 나오는 까닭에 물이 맑고 차다'라고 찬탄한 그 개울이다.
속리천에는 버들치와 갈겨니를 비롯해서 맑은 물을 좋아하는 7종의 민물고기들이 서식하고 있다.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더 많은 종류들을 관찰된다.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도 이 물줄기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가끔 한낮에도 나와서 바위 위에 올라가 털을 말리거나 냄새가 특이한 똥을 싸놓고 간다고 한다.
그러나, 보 때문에 물흐름이 떨어지면서 강바닥[河床]은 모래가 깔리고, 가장자리로는 달뿌리풀만 무성하다. 달뿌리풀은 갈대와 흡사하지만, 물이 닿는 모래땅을 좋아하는 습성을 지녔다. 위쪽으로는 왕버들과 갯버들이 보이고, 물속에는 다슬기들이 기어다닌다.

(자연탐방로)
매표소를 지나면 숲 속에 자연학습 탐방로가 마련되어 있다. 학생들에게는 자연학습의 기회를, 관광객들에게 볼꺼리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적잖은 돈을 들여 조성한 것이다. 이런 저런 야생화를 심어놓고 어지러이 꽃이름표를 박아놓았지만, 9월 중순 현재 그 흔한 가을꽃 한 송이 보이지 않는다. 오리숲의 컴컴한 숲그늘 아래에서 무슨 꽃이 피겠는가. 핀 꽃이 없으니 열 사람 중 한 사람도 그 곳을 찾지 않는다. 유수의 사찰 들머리에는 이런 식으로 전시행정을 편 곳이 많다. 차라리 그냥 놔두었으면 그런 조건에 맞는 식생들이 펼쳐질 것이다.
그런 서툰 작위(作爲)만 들어낸다면 오리숲은 참 아름다운 길이다. 소나무와 전나무 등 키 큰 교목들이 만들어내는 직선미와 구불구불한 숲길이 만들어내는 곡선미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봉교)
'호서제일가람(湖西第一伽藍)'이라고 쓰인 법주사 일주문을 지나면 왼쪽에 속리산 사적비가 비각 속에 들어있다. 비각 앞에 또다른 2개의 비가 서 있는데, 키 작은 비가 봉교비(奉敎碑)이다. 봉교(奉敎)란 '왕이 내린 명령'을 말한다.
어떤 명령인고 하니, '禁遊客提雜役'이다. 즉, 속리산에 들어와 함부로 유흥하지 말고, 속리산 스님들에게 함부로 부역을 시키지 말라는 왕의 명령이다. 먹고 마시고 흔들고 노는 향락 취향의 관광에 대한 경고의 의미는 지금도 유효하다.

(전나무와 낙엽송)
봉교 주변으로 전나무들이 장승처럼 서서 숲을 이루고 있다. 전나무는 서늘하고 다습한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개울이 가까운 곳에 터를 잘 잡고 있다.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측근보다 직근이 약하기 때문에 바람 센 곳에서는 잘 넘어지는 편이다.
낙엽송은 일제 식민시대에 들어온 나무이다. 이름도 'Japanese larch'이다. 우리나라 침엽수 가운데 유일하게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진다.
수정교 주변의 나무들이 계곡 안쪽을 향해 모두 고개를 내밀고 있다. 조금이라도 햇볕을 더 받기 위함이다. 도로변의 가로수들이 안쪽으로 굽어서 터널을 이루는 것도 그 때문이다.

(속리산 구봉산)
법주사 경내에 들어서면 멀리 속리산 묘봉 줄기가 풍광 좋게 지나가고 있다. 속리산은 해발 1058미터의 천황봉을 비롯하여 비로봉, 문수봉, 관음봉 등등 아홉 개의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일명 구봉산이라고도 부른다.
감여가(堪輿家)는 속리산을 화성(火星)이라고 한다. 돌의 형세가 높고 크며, 겹쳐진 봉우리의 돌끝이 다보록하게 모여서 연꽃 봉오리를 꽂은 듯하고, 또 횃불을 멀리 세운 것 같기도 하다.

(법주사 주변)
경내에는 사철내내 솔향이 그득하다.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펴보면 온통 솔숲이다. 소나무들은 속리산 정상 주능선에서부터 바위가 노출된 능선들을 따라 물 흘러내리듯이 법주사까지 내려와 있다. 다른 나무들에 비해 우점도가 월등히 높아서 곳곳에 소나무 단순림이 자리하고 있다. 장대한 기품을 느끼게 하는 노송 군락지도 자리하고 있다.
법주사의 솔숲을 보면 중국 운문종의 동산선사라는 분이 떠오른다. 그는 절 뒷산에 1만주나 되는 소나무를 심어 후인들이 '육림선사'라고 불렀다. 그는 소나무 한 그루 심을 때마다 <금강경> 한편을 독송했다고 전해진다. 후학들은 그 뒷산을 만송령(萬松 )이라고 불렀다.
법주사 주변의 소나무는 식재된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자생이다. 법주사 대중들에겐 이보다 더 큰 은혜가 없을 것이다.

(천왕문 전나무)
전통적으로 우리네 절집은 수미산을 중심으로 한 불교의 우주관과 사각(四覺 : 不覺-相似覺-隨分覺-究竟覺)의 수행관에 입각한 조형적 체계에 따라 지어지고 배치되었다. 가람배치의 중심축에 따라 금강문-천왕문-팔상전-석등-대웅보전이 자리한다.
천왕문 앞에는 두 그루의 잘 자란 전나무가 우뚝 서 있다. 이런 풍경은 춘천 오봉산 청평사에서도 볼 수 있다. 이 두 그루의 전나무는 법주사 가람배치의 중심축과 절묘한 질서를 보여준다. 단 두 그루의 나무로 만들어 내는 사찰조경의 품격이 뛰어나다. 식생이 다양하고 숲이 울창하다고 해서 조경 가치가 높은 것이 아니다. 한 두 그루의 나무라도 주위의 전각들과 조화되면 멋진 조경을 이루어낸다.
천왕문의 아름다운 조화는 옆면에서도 드러난다. 천왕문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면 맞배지붕의 'ㅅ'자형 측면선이 뒷산의 ‘ㅅ’ 자형 능선과 닮은꼴의 비례를 이루고 있다. 그 자리에 찰작집을 앉혔더라면 그런 조화를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천왕문 뒤에 팔상전이 거대한 목탑으로 서 있다. 우리의 석탑과 목탑은 그 모양새가 나무를 닮았다. 팔상전은 잘 자란 한 그루의 후덕한 나무이다.

(대웅보전 앞 보리수)
대웅보전 계단에는 불교를 지켜주는 돌원숭이 두 마리가 조각되어 있다. 보전 안으로 들어 가면 수미산 꼭대기에 부처님이 앉아있다. 대웅보전은 최근에 보수공사를 시작해서 당분간은 친견키 어렵게 되었다.
대웅보전 앞에 잘 자란 나무 네 그루가 좌우 대칭을 이루며 서 있다. 표찰에 '염주나무'라고 되어 있지만, 학명으로는 달피나무이다. 열매를 실에 꿰어 염주를 만들기 때문에 흔히 '염주나무'라고도 부른다. 속리산의 달피나무는 쌍사자 석등 좌우에도 있고, 복천암 가는 길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통설에 따르면, 달피나무는 통일신라 때 스님들이 열매로 염주를 만들기 위해 처음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헌상으로는 <고려사> 명종조에 '11년 2월 정유일에 묘통사(妙通寺) 남쪽에 있는 보리수가 표범의 울음 소리와 같은 소리로 울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왕조실록> 태조 조에는 '왜구 때문에 통도사에 있던 부처의 두골사리(頭骨舍利)와 보리수 잎에 쓴 불경을 유후사 송림사에 갖다가 놓았는데...'라는 내용이 나온다.

(담쟁이 덩굴)
절에 와서는 담장도 볼꺼리 가운데 하나이다. 법주사에서는 부숴진 기와조각들을 주워 모아 황토에 섞어서 담장을 쌓은 곳이 많다. 폐자재의 재활용 측면에서 좋은 예가 된다.
가을이 되어 붉게 단풍든 담쟁이가 흙담장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담쟁이는 덩굴식물로, <조선왕조실록>에는 돌담에 붙어 자란다고 해서 '낙석(洛石)'이라고 했다. 더러는 가진 자에게 빌붙어 사는 소인배로 비유되지만, 흙담에 붙여놓으면 흙이 비바람에 씻기는 것도 막아주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은 조경수이다.

(열녀목)
밖으로 도로 나와 수정교를 건너면 왼쪽으로 복천암-중사자암-문장대 가는 길이 나 있다. 법주사의 산내암자들도 모두 이 길에 이어져 있다.
길가에 빗자루를 거꾸로 세워놓은 듯한 열녀목이 서 있다. 낯선 이름의 이 열녀목(Prunus salicina var. corumnaris UYEKI)은 과일나무인 자두나무와 사촌이다. 삼국시대에 과수용으로 중국에서 처음 종자를 들여와 심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렇다면 당시 사찰이나 사하촌에서 먼저 심었을 것으로 유추된다. 법주사를 비롯하여 여러 암자에서 관찰되는 열녀목도 모두 그 후계목일 것이며, 강원도와 충북지역에 자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열녀목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황금소나무)
지난 봄에 처음 발견되어 매스컴을 오르내렸던 황금소나무가 개울 건너 중턱에 있다. 주위의 다른 소나무와는 달리 잎 색깔이 밝은 녹황색을 띠고 있어서 눈에 쉽게 들어온다. 수령이 40년 된 황금소나무는 현재 높이 12미터에 지름이 18센티 되는 청년 소나무이다. 현재 임업연구원에서는 생물종 다양성 차원에서 증식을 시도하고 있다.
황금소나무는 지난 1987년 삼척에서 처음 한 그루가 발견된 후 지난해 원주에서 다시 한 그루가 발견된 희귀목이다. 삼척의 것은 관광객들의 등쌀에 말라죽은 지 이미 여러 해 된다. 다행히 법주사의 황금소나무는 관광객들의 접근이 어려운 개울 건너에 자리해 있다. 또, 삼척의 황금소나무와는 달리 홀로 있지않고, 주위의 다양한 나무들과 함께 어울려 숲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길가에 황금소나무 안내판이 있다. 어차피 언론에 보도된 이상 쉬쉬하며 숨기느니 차라리 널리 알려서 지키겠다는 발상이다. 일부에서는 경내로 나무를 옮기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위험 부담이 커서 자연 상태로 그대로 두기로 했다.

(저수지 산영)
조금 올라가면 내속리면 사람들의 상수원인 저수지가 나온다. 물 위로 몇 마리 흰뺨검둥오리와 원앙이 파선(波線)을 남기며 유영하고 있다. 물빛 고운 저수지 수면 위로 비친 산영(山影)은 그대로 한폭의 산수화이다. '물 건너 성긴 소나무에서 피리 소리가 난다' 두보(杜甫)의 시가 마음 속에 그림자처럼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산영이다.
옛 사람들은 숙세에 쌓아놓은 공덕이 없으면 무정물도 만나지 못하는 법이라고 가르쳐주고 갔다. 그 공덕이란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으로 살아온 공덕일 것이다.

(저수지 소나무)
저수지 건너로는 동암과 탈골암을 잇는 산줄기가 듬직하게 지나간다. 저수지 물 위로 비치는 소나무들이 마치 연병장에 나와 선 구리빛 병사들마냥 강건하다. 이 일대는 온통 청장년 소나무로 뒤덮혀 있다.
법주사와 속리산의 소나무는 중부내륙형 소나무 가운데 형질이 가장 우수하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왕실에서 점 찍고 금표(禁標)까지 박아놓았다. 금표는 세심정 가는 길에 지금도 박혀 있다.

(목욕소 주변 김의 털)
상수원 저수지를 지나면 오른쪽에 세조가 목욕했다는 목욕소가 있다. 몸에 고질병이 있어서라지만, 세조만큼 산천유람을 많이 다닌 임금도 없을 것이다.
길섶에는 김의털이 나 있다. 실낱처럼 가는 잎은 곧추서지 못하고 마치 할아버지 긴수염같이 땅표면에 누워있다. 건조한 땅을 좋아하지만, 숲속에서 자주 보인다.
여러 종류의 참나무를 비롯하여 비목, 당단풍, 쪽동백, 박달나무, 참느릅나무, 야광나무, 만주고로쇠나무, 느릅나무 등이 있다. 법주사에서 세심정에 이르는 산기륵에는 서어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명상의 숲길)
저수지를 지나 복천암으로 가는 길은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뜸한 아침이나 저녁나절이면 걷기에 호젓하다. 숲길을 걸으면서, 팔의 흔들림을 관(觀)하고, 내딛는 걸음걸이를 관하고, 발바닥에 느껴져 오는 감촉을 관하고, 시선의 방향과 위치를 관하고, 눈에 들어오는 사물들을 관하고, 콧속으로 들어오는 숲내음을 관하고, 귀에 들리는 물소리를 관하고, 입술을 스치는 바람결을 관하고, 들고나는 숨소리를 관하면서... 종내는 내 몸이 숲과 만나서 어떻게 하나로 어울어지는지를 관한다. 때로는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고 서서 내 몸이 어떻게 풀꽃이 되고, 나무가 되고, 물소리가 되고, 솔바람이 되는지를 살핀다. 이것만으로도 숲을 걷는 일은 참으로 즐겁다.

(속리산 조류)
왼쪽으로 탈골암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 있다. 물봉선, 삽주 등이 제철을 만나 만발했다. 때늦은 까치수영도 그들과 이웃하고 있다.
탁탁. 어디선가 나무 치는 소리가 공명처럼 들린다. 개울 건너 참나무에 오색딱다구리 한 마리가 붙어 있다.
발걸음 잦은 국립공원 치고 속리산의 조류는 비교적 다양한 편이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영역을 지켜가고 있다. 아랫쪽에서부터 올라오면서-
말티고개 넘어 마을 주변의 농경지와 시냇가, 속리산 주차장과 집단시설지구를 포함하는 열린공간에서는 왜가리·중대백로·할미새류·참새·붉은머리오목눈이·멧비둘기·딱새·까마귀·까치·원앙·흰뺨검둥오리 등이 관찰되고 이따금 황조롱이와 새매도 눈에 쉽사리 띈다.
오리숲과 계곡 숲으로 들어서면 박새·쇠박새·진박새·곤줄박이와 같은 박새류를 비롯하여 쇠딱다구리·오색딱다구리·어치·잣새 등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육식성 조류로는 천연기념물인 올빼미와 수리부엉이를 비롯하여 쇠부엉이·소쩍새·솔부엉이 등이 살고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여름철새로는 흰눈썹황금새·유리새·흰배지빠귀·호랑지빠귀·제비·붉은배새매·솔새·밀화부리·꾀꼬리·청호반새 등이 날아든다. 희귀종으로는 까막딱다구리가 있다.

(세심정)
이윽고 세심정(洗心亭)이다. 염치 없는 이들은 여기까지 승용차를 끌고 들어왔다. 세심정 주막거리에 막걸리에 취한 눈들이 대낮부터 비틀거린다. 마음을 씻는다는 세심정이 아니라, 세속이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세심정(世深亭)이다. 세심정 뿐만 아니다. 속리산은 이름과 달리 산속에 휴게소가 곳곳에 들어와 있어서 국립공원 명색에 흠이 되고 있다.

(식생)
세심정 삼거리에서 왼쪽으로는 복천암-문장대로 이어지는 용바위골이 나 있고, 오른쪽으로는 상환암을 지나 석문-배석대-천황봉으로 가는 길이 나 있다.
식생은 문장대쪽보다 천황봉쪽 계곡이 더 다양하다. 가는잎향유, 가는장구채, 금강제비꽃, 긴금강분취, 등대시호, 매화말발도리, 모데미풀, 속리기린초, 참꿩의다리, 큰위령선, 토현삼 등등의 초본류와 천연기념물인 망개나무를 비롯하여 녹다래나무, 사람주나무, 참갈퀴나무 등등의 목본들은 속리산의 식생을 다양하게 만들어 주는 고유종들이다.
얼마 전에 발견된 고란초 군락지도 천황봉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고란초는 환경부가 희귀멸종식물로 지정한 단엽식물(일엽초)이다. 제주도, 울릉도 등 제한된 청정지역에서만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양산 내원사를 비롯하여 전국의 산중사찰 주변에서도 자주 발견되고 있다.

(용바위골)
복천암은 용바위골로 접어든다. 오른쪽 개울가에 조릿대 군락이 이어지고, 잘 자란 풍계나무와 전나무들이 서 있다. 다람쥐도 개울을 건너다닌다.
용바위골은 개울이 작아서 갈수기에 자주 물길이 끊어진다. 다행히 가을비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시심마 다리 아래 물소리가 들린다. 버들치들이 살판이 났다. 습기가 숲속에 그득하니 마침 두꺼비도 한 마리 어슬렁거리며 나왔다.

(복천암 향나무)
수백년은 조이 먹었을 늙은 느티나무 두 그루가 복천암 산문을 지키고 있다. 직박구리와 함께 까치도 보인다. 까치가 예까지 올라와서 사는 것은 달가운 현상이 아니다.
복천암은 얼마 전에 불사를 마쳤다. 마치 새 단장하고 나와 앉은 색시같다. 복천암은 아미타불을 모시는 미타암이다. 마당에 향나무를 심은 것도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함일 것이다.
극락보전 주위로 꽃향유가 무리지어서 피었다. 꽃향유는 한해살이 풀로, 한쪽으로 치우쳐서 빽빽하게 피고 늦가을에 열매가 익는다. 천황봉 경사지에서는 가는꽃향유가 희귀종으로 자라고 있다.

(은점표범나비)
은점표범나비 한 마리가 승무(僧舞)를 추듯 날아와 살포시 내려앉는다. 날개 뒷면에 몇 개의 은백색 무늬가 있다고 해서 '은점'이라는 말이 붙었다. 이 나비의 생태주기는, 더운 여름에는 하안거를 하고 가을에 다시 나타난다. 늦가을이면 알에서 부화해 애벌레 상태로 동안거에 들어간다. 동안거가 끝나면 어른나비가 된다. 스님들의 안거 주기와 시기를 함께한는 나비이다.

(복천)
세조의 병을 낫게 했다는 복천은 극락보전 옆 절벽 아래에 있다. 대개의 암반수는 음수이다. 그래서 복천도 물빛이 좀 탁한 편이다. 복천이 흘러 아래쪽 바위틈에 작은 연못을 만들었다. 스님들이 풀어놓은 금붕어와 버들치 몇 마리가 유영을 하고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친구이다. 1급수 계류에 사는 버들치는 세간을 떠난 수행자요, 금붕어는 세간에서 올라온 보살님들에 비유될까...

(문장대 용화지구)
문장대까지는 2킬로미터 남짓, 돌계단이 많다. 돌계단길은 보폭이 기계적이기 때문에 바윗길을 오르는 것보다 힘들다. 문장대에 이르면 오른쪽으로는 천황봉에 이르고, 왼쪽으로는 묘봉에 이르는 주능선이 이어져 있다.
속리산의 정상은 천황봉이지만, 산사람들은 문장대에 더 익숙해져 있다. 천황봉은 토양이 깊은 육봉인데 비해 문장대는 암봉으로 절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장대-문수봉-신선대-경업대-천황봉을 잇는 주능선은 암봉과 절벽으로 이루어 있지만, 비교적 평탄한 편이다. 경업대를 지나 천황봉이 가까워지면서 숲이 점점 울울창창해진다.
바위 능선은 식물들이 살아가기에는 그리 좋은 환경이라할 수 없다. 표토층이 얕기 때문에 비바람과 등산객들로 인해 토양의 유실이 심하여 희귀종이나 위기종의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식물들은 살아남기가 어렵다. 그리고, 일단 사라지고나면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는 복원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산오이풀이나 산구절초도 매우 염려스런 식물 가운데 들어있다.

(속리산 야생동물)
등산객들이 계절 없이 넘나드는데도 속리산에는 야생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다. 가끔 등산객들의 눈에도 산양, 사향노루, 삵, 멧돼지 등이 들어온다. 산양과 사향노루는 문장대와 천황봉을 잇는 바위 많은 8부 능선 주변에 배설물을 남기고 있다. 삵은 계곡을 끼고 있는 산림지대에 서 관찰된다. 같은 육식동물인 담비·너구리·오소리 등은 천황봉 6부 능선께서 발관된다. 야행성이라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하늘다람쥐도 속리산의 식솔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밀렵꾼들이 몰래 놓아둔 독극물이나 덫이 이따금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용화)
속리산은 돌이 많은 화산(火山)이다. 화강암을 기반으로 변성퇴적암이 섞여 있어 화강암 부분은 날카롭게 솟아오르고 변성퇴적암 부분은 깊게 패여 높고 깊은 봉우리와 계곡을 만들어 내고 있다.
관음봉-묘봉에서 청화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줄기를 따라가다보면 온천개발 문제로 씨끌벙했던 용화지구가 왼쪽으로 내려다 보인다. 1996년부터 공사에 들어갔던 온천개발은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7년만에 막을 내렸지만, 그 바람에 산천만 수십만평 작살이 났다. 언젠가는 해꽂이를 당한 자연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다.

////부산지부 박순남님께서 올린글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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