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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명철 작성일2009.12.26 조회3,302회 댓글1건본문
누가 구당에게 돌을 던지는가!
번호 작성자 이상호 작성일 2009/04/27 10:16 조회 3340
지난 1년 반동안 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모든 패륜에 그저 눈감고 지내왔다. 어차피 '인간적 가치'와 '윤리적 자원'과 같은 얘기들은 지난 계절에 나부끼던 잎새 처럼 이미 땅에 떨어진지 오래였으니 말이다. 어느새 나는 하루하루 변해가는 날씨와 또는 계절 이야기 보다는, 먼 하늘 아래 기다리고 있을 꿈이나 이녘의 희망 따위를 마음에 품고자 생각하였다. 그러나 물론 현실은 쉽지 않았다. 비겁하다 발등을 찍으며 술잔에 비추인 낯선 얼굴을 바라보며 비틀거리던 날들이 적지 않았었다.
오랜 모멸과 손찌검, 발차기를 당하며 구석에 웅크린 채로 나는 앉아있었다. 뭐라 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 조차 없었던 이 땅의 팍팍한 기후탓이기도 하였다. 목숨을 내놓지 않으면 자존을 지킬 수 없는 세상에서 어쩌면 침묵은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었다. 시대를 닮은 자폐인가? 사람들은 저 마다 마치 전문가 연하며 자신만의 아성을 지키려 머리털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년 반동안의 나의 모습이기도 하였다.
나는 그 시간 동안 무려 20번에 가까운 월급을 받아 축내왔으며, 표절하지 않은게 유일한 자랑거리인 박사논문을 패스했고, 8%의 인세를 탐해 중고생을 위한 언론학 교과서 비슷한 책을 한 권 뚝딱 썼고, 아름다운 여배우와 호호 할아버지 사이의 대화를 적은 이야기 책을 만들기도 하였다. 그게 다다. 언론인으로서 책임 방기를 만회해보려고 짐짓 머리를 뜯으며 써내려간 우리 시대의 반성문들이라 자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곳에도 나의 핍진한 반성은 없었나 보다. 한줄 고백도 나는 이 홈페이지에 올리지 못하였으니 말이다.
그럼 지금 나는 왜 이곳에 글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조금전 밤 10시를 훌쩍 넘긴 시각. 나는 올해 95살 잡수신 구당 김남수 옹으로부터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경찰 조사를 받고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셨다는 것이었다. 좀 처럼 활기를 잃는 법이 없는 구당 선생의 목소리는 병석의 노인처럼 몹시도 지쳐있었다.
나는.. 나의 온갖 가식과 알량한 양식 따위는 잠시 내려두고 아주 순수하게 분노하기로 작심하였다. 어차피 그게 나의 혈통이니까. 나의 분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42살이라는 무거운 나이에 좀 젊잖은 언론인인 양 위선을 떨어보기로 했던 나의 힘겨운 다짐과 노회한 전략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그리하여 이 홈피는 다시 날선 '고발뉴스'의 전쟁터로 돌아가게 될것이다. 내가 말하는 '전쟁'이란 지난 날의 내 기자생활이 늘 그러하였듯,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쓰는 진짜 승부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밥그릇을 앞세운 잡소리 정도로는 아예 대적을 말아주길 바란다.
구당 김남수 선생은 대한민국 만8천명 한의사님들의 오랜 공적이셨다. 구당 선생은 일찌기 한의사님들에게 찍힐 짓만 골라서 해오셨다. 무언가 제 이득을 생각했다면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을 하신거다. 공부잘해 한의대를 졸업, 한분한분이 '가문의 영광'이신 그 분들을 감히 '의사의 도'를 망각한 '약장사'로 고발하는데 앞장서 오셨으니 말이다. 참으로 큰일날 일을 하신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구당 선생의 고발은 사회적 울림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한의사 집단의 국민 우민화 전략으로 한의학의 가치 전도 현실의 심각성을 잘 알지 못했던 국민들은 '중금속 한약'과 '맹물 보약', '가짜 국산 한약' 등 '한약 사기' 시리즈를 목도하며 급기야 구당 선생의 진심어린 '고언'의 참뜻을 알게 된 것이다.
한의학 고서 마다 일막일장에 규정하고 있는게 바로 침뜸의 중요성과 뛰어난 효능이다. 특히 뜸은 값이 저렴하면서도 부작용이 없고 누구나 집에서 치료할 수 있으며, 특히 현대 의학이 포기한 난치병에 아주 치료효과가 좋다. 이건 내가 직접 취재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니, 나의 알량한 이름을 걸고 자신한다.
그런데 한의사님들은 국민건강을 위해 너무도 중요한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침뜸연구와 임상에 몰두하기 보다는 당장 눈앞의 큰 이문을 남길 수 있는 한약 장사에 몰두해왔다. 구당 선생은 일찌기 돈 벌이를 뒤로하고 한의사들의 장사속을 고발하는 동시에, 한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 탓에 점차 잊혀져가는 침뜸의 명맥을 잇기 위해 사재를 털어 대중교육을 시작하였다.
한의사님들은 겸허한 반성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들은 '사는 길' 대신, 매양 비극의 주인공들이 그랬던 것 처럼 '죽는 길'을 선택했다. 옳은 말 하는 의인을 해치는, 이른바 '구당 죽이기'에 눈의 핏대를 세워가며 나선 것이다. 그리고 구당 선생은 수 많은 검경의 고강도 조사를 버텨오셨고, 오늘밤 또 밤늦은 시간까지 침침한 조사실에서 취조를 받다 오신 것이다.
역대 한의사 협회 회장 선거의 주요 선거 공약이 '구당 타도'였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알고 계실까 모르겠다. 국민여러분들이 모르는 사이에, 국민여러분들이 지켜주지 못한 사이에, 바로 당신들을 위해 헌신해오신 구당 선생 죽이기가 조직적으로 진행되어 왔음을 나는 고발한다.
구당 선생은 매년 십만명이 넘는 돈없고 아픈 노인들을 상대로 침뜸 봉사를 해오셨다. 선행을 도저히 '봐줄 재간이 없었던' 한의사님들은 수십번에 걸쳐 구당 선생을 고발했다. 자신들의 한약 장사에 방해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학력고사 고득점 출신 한의사님들은 그래도 구당 선생의 희생적 봉사 활동이 잦아들지 않자, 이번에는 그야말로 노벨상감 아이디어를 낸다. 구당 선생이 '침사' 면허를 가지고 있는 점을 착안해, '뜸사' 면허는 없이 침뜸 치료를 했다는 이유로 고발조치한 것이다. 이 얼마나 노벨 '패륜상' 감인가!
세상에 이런 개뼈다귀 같은 일이 또 있을까? 구당 선생은 80년을 침과 뜸만으로 환자를 치료해온 분이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는 말은 있지만, 침뜸의 대가에게 자신들 처럼 한의대를 나오지 않았으니 뜸에 손을 대지 말라고 고발질을 해대는 저들을 보며 나는 분노를 넘어 처연해짐을 느꼈다. 정작 자신들은 돈벌이에 정신이 팔려 돈 안되는 뜸보급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말이다.
구당은 중국과 일본의 침구의사들이 숭상하는 세계침구학계의 최고 권위자이며 국내 침구학의 이론과 뼈대를 세우신 분이기도 하다. 구당의 의학사적 의미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침과 뜸이 본디 하나인 것을 저들은 배웠으면서도 왜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침사 면허를 가지고 뜸을 놓는 것이 당연한 것은, 신라호텔 주방장이면 라면 정도는 눈감고 끓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통 한의학은 이미 수천년 이전 부터 침과 뜸을 하나의 체계로 분류해 왔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침뜸 명의 허임 선생이 일찌기 <침구경험방>에서 침과 뜸의 복합진료를 시행한 것도 의학적 상식이다. 하지만 자신들은 정작 한의학의 정신이 부여한 침뜸의 소중한 사명을 어기고 돈벌이를 좇아 중국산 한약 장사에 눈이 먼 것이 아니란 말인가.
한의학의 큰 스승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가르침을 구하기는 커녕, 침뜸의 대강만을 교과서로 일별한 뒤 한의사님들은 서둘러 한의원 간판을 내걸고 있다. 침뜸 공부에 매진하기 보다는 사기꾼을 연상시키는 수염을 기르거나 도포 비슷한 가운을 걸치고 똥폼을 잡으며 오늘도 한의학의 큰 스승을 경찰에 밀고하는 등 제 얼굴에 침뱆기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정녕 국민들이 모르는줄 오판하고 있는 것이다. 보라! 급감하는 한약 이용률을! 한의대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되는 의료시장의 냉엄한 현실을! 이 모든 현실이 자신들의 잘못 보다는, 구당 선생의 대국민 이간질 때문이라고 한의사님들께서는 지금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한의학의 바이블 <황제내경>의 원칙으로 돌아가라는 구당 선생의 고언을 일찌기 받아들였던들 다가올 파국은 피할 수 있었으련만.
서설이 길어졌다.
한의사님들의 구당 선생 죽이기는 이후로도 계속됐다. 지난해 들어 한의사님들의 '고발질'은 극에 달했다. 노구의 구당 선생은 침구원 문을 닫고 전국의 검찰과 경찰, 법원을 오가며 조사받는 날이 부쩍 늘었다. 젊은 사람들도 지치게 만드는 검경의 조사를 일상적으로 받아내셨다. 건강한 사람도 금새 허리가 아파지는 조사실의 접이식 의자에 무릎을 조아리고 앉아계신 구당 선생의 모습을 생각하면 금새라도 송구스러움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선생께서는 취조를 받고 나오실 때마다 부쩍 기력을 잃으셨다. 몇일씩 앓아 눕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이젠 봉사도 환자도 싫다고 하시지만, 이틀도 되지 않아 어느새 다시 침통을 챙겨 길을 떠나는 분이 구당 선생이시다. 구당 선생은 가을이 되자 그나마 최소한의 환자도 진료할 수 없게 되었다. 한의사님들이 60년이 넘도록 유지해온 구당 선생의 침구사 자격을 고발을 통해 끝내 정지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더 이상 합법적인 봉사가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구당은 포기하지 않으셨다. 거대한 체육관에 보란듯이 수천명의 환자들을 모아놓고 무료진료를 계속하셨다. '차라리 나를 가두라'며 시청앞에서 기자회견도 하셨다. 연세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수여받은 나로서는 한의사님들은 일찌기 구경도 못해봤을 세계의 다양한 사회운동가들에 대한 연구서를 탐독하였는 바, 구당 선생과 같이 보편적 인류애에 입각한 철저한 운동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틴 루터 킹이나 마하트마 간디는 제 인종, 제 민족 만을 위해 투쟁했고, 체 게베라는 인류를 위한다고는 했으나 너무 일찍 죽었다. 전 인류를 위해 개인을 버리고 저토록 오랜 시간을 일관되게 걸어온 운동가를 나는 본 적이 없다. 또한 당분간 없을 것이라 믿는다. 이미 역사로 우뚝서신 구당 선생을 따라 걷고자 하는 마음은 정의감과 인류애, 역사의식을 가진 동시대인이라면 갖춰야할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구당의 봉사는 계속되고 있다. 환자가 고통받고 있는데, '차라리 나를 구속하라'며 구당 선생은 스스로 종아리를 걷고 있다. 간디의 비폭력을 넘어서 아예 자신을 때리는 원수 마저 치료해준다. 이쯤 되면 악마라도 매질을 거둘만 한데, 생채기가 터져 피가 줄줄 흐르는데도 우리의 한의사님들의 채찍질을 계속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저들을 저토록 화나게 한 것일까? 게다가 저들은 구당에게 불명예의 면류관 마저 씌우려하고 있다. 저들은 지금 저희가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아.. 나로서는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국민여러분 제발.. 말려주세요. 구당 할아버지 저러다 돌아가시면 우리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됩니다. 제발 두손 모아 빕니다. 마지막 기회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구당 선생님을 제발 살려주십시오.
핍박받는 구당을 지켜보며 고발이 기자의 소명이라 믿는 저로서는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한의사님들의 그 모든 패륜적 행적을 기록하는 수 밖에요. 가슴을 치며 때로는 눈물을 훔치며 적었습니다. 오직 현명하신 국민들께서 지켜주실 것으로 믿으며 저는 만8천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한의사님들을 고발하고 침뜸을 알리고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적어온 취재노트를 가감없이 공개할 것임을 밝혀둡니다.
이미 대한한의사협회는 이같은 저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 구당 선생에 이어 저같은 사람을 '공적 2호'로 규정해주시는 영예를 베푼 바 있습니다. 한의사 집단은 국민건강을 위한 침뜸의 중요성을 취재해온 제가 '구당 선생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거짓을 보도하는 기자'라며 음해성 성명을 공표하기도 했으며, 문화방송 수뇌부로 하여금 제게 중징계를 내리도록 압력을 행사한 바도 있습니다.
한의사님들은 저를 잘못봤습니다. 뇌물을 받을거면 삼성X파일은 왜 보도했겠습니까. 죽음이 두려웠으면 왜 수도 없이 나랏님의 심기를 건드렸겠습니까.
저는 한의사님들의 소원대로 삼성X파일 보도 이후 또 한번의 감봉조치를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한의사협회는 그따위 저열한 방법으로 제게 침묵을 강제할 수 있을 거라 믿은 것일까요? 천만에요. 부당하고 부정한 강요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저들은 제 꿈이 언론재단의 자랑스런 순교자가 되는 것임을 알지 못합니다.
저는 고발합니다.
오늘밤(4/27) 중랑경찰서는 구당 김남수 선생에 대한 패륜에 가까운 짓을 저질렀습니다. 내일 모레 백세를 앞두고 있는 구당 선생을 불러 밤 10시가 다 되도록 고강도 조사를 벌인 것입니다. 죄목은 '치료를 원하는 환자에게 무료로 의료 봉사를 하였고, 침뜸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침뜸을 가르쳤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번에도 경찰 수사의 배후에는 한의사 협회가 있었겠지요? 자신을 중범죄인 취급하는 수사관에게 구당은 자신은 아픈 사람을 치료한 죄밖에 없으니 그게 죄가 되면 '어서 쳐넣어달라'고 했답니다.
구당 선생은 전화에서 예의 '바보'같은 말씀을 하셔서 또 다시 저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조사를 받고 나오는데 수사관 눈이 다 빨개졌더라구. 그래서
침뜸 얘기를 해줬어. 뜸 좀 꼭 떠야겠다구. 늦게까지 조사하게
해서 미안하다라구 말했지."
조사를 받고 나오며 눈이 빨개진 수사관의 건강을 걱정하며 오히려 미안해하는 '바보'가 구당 선생입니다. 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구당은 모든 아픈 자들을 위한 살아있는 성자였습니다. 몇해전 박노해 시인이 구당에게 바친 헌시는 시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였던 것인줄 저는 나중에서야 알았답니다.
"...
그는 첨단 장비를 들지 않았다네
가늘고 순한 오래된 침 하나라네
그는 비밀스런 영약을 들지 않았다네
이 땅의 가장 흔한 마른 쑥 한 톨이라네
그는 값비싼 면허장을 들지 않았다네
그대 자신이 의사고 병원이라고 임명해 준다네
오늘은 누가 힘든가
오늘은 누가 아픈가
느린 걸음으로 찾아 다니며
따뜻한 빈 손으로 어루만지는 사람
그대 부디 건강하라
그대 어서 푸르러라
그대 첫마음의 등불을 밝혀 들고
앞이 안 보이는 이 병든 세상에
생명 평화 나눔의 침뜸이 되라고
내 아픈 자리마다 작은 생명불을 놓으시네
작고 강인한 은빛 침을 놓으시네
내가 잊고 달려온 지혜를 일깨우시네
오늘은 누가 힘든가
오늘은 누가 아픈가
느린 걸음으로 찾아 오시는
오, 우리들 살림의 손길이여
우리들 나눔의 성자여"
구당은 이제 곧 미국으로 이사를 가십니다. 이 땅에서는 더 이상 아무도 치료해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환자를 볼 수 없는 것 만큼 구당에게 큰 고통은 없습니다. 한국의 한의사들이 내쫓고, 양의사들이 비웃는 사이, 미국의 의사들이 구당에게 함께 암환자 치료를 하자고 제안해왔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미국은 현대 의학의 '본가'입니다. 작은집에서 머슴살이에 왕따까지 당하고 있는 사이에 본가에서 구당을 초청을 해온 것이지요.
구당 선생이 올초 미국 현지 병원 임상에서 암환자 치료에 큰 효과를 보여주셨고, 이에 깜짝 놀란 미국의 의사들이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아예 구당 병원을 지었습니다. 가을이면 암치료 결과를 미국 의학계에 보고하게 될 것입니다. 그 결과 미국 정부의 엄청난 연구비가 지원되면 그야말로 대대적인 연구와 임상이 이뤄질 것이구요. 세계의 의학도들은 이제 미국으로 건너가 구당의 침뜸의학을 비싼 돈을 주고 배워야 할 것입니다. 각종 난치병 환자들은 저마다 앞다퉈 미국으로 미국으로 줄을 잇겠지요?
저는 작심하였습니다. 지난 6년간 고발기자로서 저는 구당의 일거수 일투족을 취재하였습니다. 최대한 객관성을 가지고 살펴보았지요. 하지만 구당은 믿기 어려울 만큼 완벽한 인간, 완성된 의료인이었습니다. 그가 50년 동안 거주한 청량리의 17.5평 짜리 연립주택에서 저는 구당의 침뜸 정신을 목격하였습니다. 그에게 침뜸은 종교였으며 인류는 곧 하늘이었습니다.
그에게서 직접 침뜸도 배워 보았고, 수 많은 침뜸의 치료효능도 직접 취재하였습니다. 그 결과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구당이 왜 저토록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왔는지를 말입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 침뜸 대중화가 너무도 절박하기에 이를 알리기 위해 싸울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천형처럼 저 또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것이야 말로 이땅의 기자가 써야할 너무도 시급한 기사임을 저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몇일전 국회에서 침뜸 대중화를 위한 개혁법안이 결국 미상정되고 말았습니다. 국민들은 아무도 이를 알지 못하십니다. 국회의원님들에 대한 기대를 끄고 산지 오래지만 정말 그들은 '돼지 인플루엔자' 만도 못한 인간들이었습니다.
이땅의 국회의원님들을 저는 고발합니다.
자신들은 국회의원 회관에서 오랜 기간 '독점적으로' 구당의 침뜸 치료를 그것도 '공짜로' 누려왔으면서도 이를 일반 국민들에게 나누는 일에는 저토록 인색한 겁니다. 개헌 저지선에 달하는 2/3의 18대 국회의원이 재선을 노리고 지역구 유권자들 위해 구당 선생에게 치료 부탁을 했으면서도, 정작 전체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간단한 법안 하나 처리 하는데도 한의사님들의 눈치를 보느라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자식이 부모님께 뜸을 떠드리고 내 아내와 내 자식을 보살펴도 현재의 의료법은 여러분을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침뜸 보다는 보약 팔기에 여념이 없는 우리의 한의사님들만을 봉으로 만들어주는 끔찍한 나라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자님들은 한의사님들의 집단 행동과 보복이 두려워 국민들께 이러한 사실을 고해 바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국민의 건강과 생명 만큼 또 언론이 추구해야할 중대한 가치가 무엇이 있단 말입니까.
고발뉴스는 계속될 것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삼성X파일 보도는 여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저는 일어설 것입니다. 긴 취재는 끝이 났고, 첫 기사의 출고 버튼은 막 눌러졌습니다. 국민여러분, 시대의 의인 구당을 버리시렵니까!
번호 작성자 이상호 작성일 2009/04/27 10:16 조회 3340
지난 1년 반동안 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모든 패륜에 그저 눈감고 지내왔다. 어차피 '인간적 가치'와 '윤리적 자원'과 같은 얘기들은 지난 계절에 나부끼던 잎새 처럼 이미 땅에 떨어진지 오래였으니 말이다. 어느새 나는 하루하루 변해가는 날씨와 또는 계절 이야기 보다는, 먼 하늘 아래 기다리고 있을 꿈이나 이녘의 희망 따위를 마음에 품고자 생각하였다. 그러나 물론 현실은 쉽지 않았다. 비겁하다 발등을 찍으며 술잔에 비추인 낯선 얼굴을 바라보며 비틀거리던 날들이 적지 않았었다.
오랜 모멸과 손찌검, 발차기를 당하며 구석에 웅크린 채로 나는 앉아있었다. 뭐라 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 조차 없었던 이 땅의 팍팍한 기후탓이기도 하였다. 목숨을 내놓지 않으면 자존을 지킬 수 없는 세상에서 어쩌면 침묵은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었다. 시대를 닮은 자폐인가? 사람들은 저 마다 마치 전문가 연하며 자신만의 아성을 지키려 머리털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년 반동안의 나의 모습이기도 하였다.
나는 그 시간 동안 무려 20번에 가까운 월급을 받아 축내왔으며, 표절하지 않은게 유일한 자랑거리인 박사논문을 패스했고, 8%의 인세를 탐해 중고생을 위한 언론학 교과서 비슷한 책을 한 권 뚝딱 썼고, 아름다운 여배우와 호호 할아버지 사이의 대화를 적은 이야기 책을 만들기도 하였다. 그게 다다. 언론인으로서 책임 방기를 만회해보려고 짐짓 머리를 뜯으며 써내려간 우리 시대의 반성문들이라 자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곳에도 나의 핍진한 반성은 없었나 보다. 한줄 고백도 나는 이 홈페이지에 올리지 못하였으니 말이다.
그럼 지금 나는 왜 이곳에 글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조금전 밤 10시를 훌쩍 넘긴 시각. 나는 올해 95살 잡수신 구당 김남수 옹으로부터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경찰 조사를 받고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오셨다는 것이었다. 좀 처럼 활기를 잃는 법이 없는 구당 선생의 목소리는 병석의 노인처럼 몹시도 지쳐있었다.
나는.. 나의 온갖 가식과 알량한 양식 따위는 잠시 내려두고 아주 순수하게 분노하기로 작심하였다. 어차피 그게 나의 혈통이니까. 나의 분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42살이라는 무거운 나이에 좀 젊잖은 언론인인 양 위선을 떨어보기로 했던 나의 힘겨운 다짐과 노회한 전략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그리하여 이 홈피는 다시 날선 '고발뉴스'의 전쟁터로 돌아가게 될것이다. 내가 말하는 '전쟁'이란 지난 날의 내 기자생활이 늘 그러하였듯,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쓰는 진짜 승부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밥그릇을 앞세운 잡소리 정도로는 아예 대적을 말아주길 바란다.
구당 김남수 선생은 대한민국 만8천명 한의사님들의 오랜 공적이셨다. 구당 선생은 일찌기 한의사님들에게 찍힐 짓만 골라서 해오셨다. 무언가 제 이득을 생각했다면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을 하신거다. 공부잘해 한의대를 졸업, 한분한분이 '가문의 영광'이신 그 분들을 감히 '의사의 도'를 망각한 '약장사'로 고발하는데 앞장서 오셨으니 말이다. 참으로 큰일날 일을 하신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구당 선생의 고발은 사회적 울림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한의사 집단의 국민 우민화 전략으로 한의학의 가치 전도 현실의 심각성을 잘 알지 못했던 국민들은 '중금속 한약'과 '맹물 보약', '가짜 국산 한약' 등 '한약 사기' 시리즈를 목도하며 급기야 구당 선생의 진심어린 '고언'의 참뜻을 알게 된 것이다.
한의학 고서 마다 일막일장에 규정하고 있는게 바로 침뜸의 중요성과 뛰어난 효능이다. 특히 뜸은 값이 저렴하면서도 부작용이 없고 누구나 집에서 치료할 수 있으며, 특히 현대 의학이 포기한 난치병에 아주 치료효과가 좋다. 이건 내가 직접 취재를 통해 확인한 내용이니, 나의 알량한 이름을 걸고 자신한다.
그런데 한의사님들은 국민건강을 위해 너무도 중요한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침뜸연구와 임상에 몰두하기 보다는 당장 눈앞의 큰 이문을 남길 수 있는 한약 장사에 몰두해왔다. 구당 선생은 일찌기 돈 벌이를 뒤로하고 한의사들의 장사속을 고발하는 동시에, 한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 탓에 점차 잊혀져가는 침뜸의 명맥을 잇기 위해 사재를 털어 대중교육을 시작하였다.
한의사님들은 겸허한 반성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들은 '사는 길' 대신, 매양 비극의 주인공들이 그랬던 것 처럼 '죽는 길'을 선택했다. 옳은 말 하는 의인을 해치는, 이른바 '구당 죽이기'에 눈의 핏대를 세워가며 나선 것이다. 그리고 구당 선생은 수 많은 검경의 고강도 조사를 버텨오셨고, 오늘밤 또 밤늦은 시간까지 침침한 조사실에서 취조를 받다 오신 것이다.
역대 한의사 협회 회장 선거의 주요 선거 공약이 '구당 타도'였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알고 계실까 모르겠다. 국민여러분들이 모르는 사이에, 국민여러분들이 지켜주지 못한 사이에, 바로 당신들을 위해 헌신해오신 구당 선생 죽이기가 조직적으로 진행되어 왔음을 나는 고발한다.
구당 선생은 매년 십만명이 넘는 돈없고 아픈 노인들을 상대로 침뜸 봉사를 해오셨다. 선행을 도저히 '봐줄 재간이 없었던' 한의사님들은 수십번에 걸쳐 구당 선생을 고발했다. 자신들의 한약 장사에 방해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학력고사 고득점 출신 한의사님들은 그래도 구당 선생의 희생적 봉사 활동이 잦아들지 않자, 이번에는 그야말로 노벨상감 아이디어를 낸다. 구당 선생이 '침사' 면허를 가지고 있는 점을 착안해, '뜸사' 면허는 없이 침뜸 치료를 했다는 이유로 고발조치한 것이다. 이 얼마나 노벨 '패륜상' 감인가!
세상에 이런 개뼈다귀 같은 일이 또 있을까? 구당 선생은 80년을 침과 뜸만으로 환자를 치료해온 분이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는 말은 있지만, 침뜸의 대가에게 자신들 처럼 한의대를 나오지 않았으니 뜸에 손을 대지 말라고 고발질을 해대는 저들을 보며 나는 분노를 넘어 처연해짐을 느꼈다. 정작 자신들은 돈벌이에 정신이 팔려 돈 안되는 뜸보급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말이다.
구당은 중국과 일본의 침구의사들이 숭상하는 세계침구학계의 최고 권위자이며 국내 침구학의 이론과 뼈대를 세우신 분이기도 하다. 구당의 의학사적 의미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침과 뜸이 본디 하나인 것을 저들은 배웠으면서도 왜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침사 면허를 가지고 뜸을 놓는 것이 당연한 것은, 신라호텔 주방장이면 라면 정도는 눈감고 끓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통 한의학은 이미 수천년 이전 부터 침과 뜸을 하나의 체계로 분류해 왔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침뜸 명의 허임 선생이 일찌기 <침구경험방>에서 침과 뜸의 복합진료를 시행한 것도 의학적 상식이다. 하지만 자신들은 정작 한의학의 정신이 부여한 침뜸의 소중한 사명을 어기고 돈벌이를 좇아 중국산 한약 장사에 눈이 먼 것이 아니란 말인가.
한의학의 큰 스승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가르침을 구하기는 커녕, 침뜸의 대강만을 교과서로 일별한 뒤 한의사님들은 서둘러 한의원 간판을 내걸고 있다. 침뜸 공부에 매진하기 보다는 사기꾼을 연상시키는 수염을 기르거나 도포 비슷한 가운을 걸치고 똥폼을 잡으며 오늘도 한의학의 큰 스승을 경찰에 밀고하는 등 제 얼굴에 침뱆기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정녕 국민들이 모르는줄 오판하고 있는 것이다. 보라! 급감하는 한약 이용률을! 한의대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되는 의료시장의 냉엄한 현실을! 이 모든 현실이 자신들의 잘못 보다는, 구당 선생의 대국민 이간질 때문이라고 한의사님들께서는 지금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한의학의 바이블 <황제내경>의 원칙으로 돌아가라는 구당 선생의 고언을 일찌기 받아들였던들 다가올 파국은 피할 수 있었으련만.
서설이 길어졌다.
한의사님들의 구당 선생 죽이기는 이후로도 계속됐다. 지난해 들어 한의사님들의 '고발질'은 극에 달했다. 노구의 구당 선생은 침구원 문을 닫고 전국의 검찰과 경찰, 법원을 오가며 조사받는 날이 부쩍 늘었다. 젊은 사람들도 지치게 만드는 검경의 조사를 일상적으로 받아내셨다. 건강한 사람도 금새 허리가 아파지는 조사실의 접이식 의자에 무릎을 조아리고 앉아계신 구당 선생의 모습을 생각하면 금새라도 송구스러움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선생께서는 취조를 받고 나오실 때마다 부쩍 기력을 잃으셨다. 몇일씩 앓아 눕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이젠 봉사도 환자도 싫다고 하시지만, 이틀도 되지 않아 어느새 다시 침통을 챙겨 길을 떠나는 분이 구당 선생이시다. 구당 선생은 가을이 되자 그나마 최소한의 환자도 진료할 수 없게 되었다. 한의사님들이 60년이 넘도록 유지해온 구당 선생의 침구사 자격을 고발을 통해 끝내 정지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더 이상 합법적인 봉사가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구당은 포기하지 않으셨다. 거대한 체육관에 보란듯이 수천명의 환자들을 모아놓고 무료진료를 계속하셨다. '차라리 나를 가두라'며 시청앞에서 기자회견도 하셨다. 연세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수여받은 나로서는 한의사님들은 일찌기 구경도 못해봤을 세계의 다양한 사회운동가들에 대한 연구서를 탐독하였는 바, 구당 선생과 같이 보편적 인류애에 입각한 철저한 운동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틴 루터 킹이나 마하트마 간디는 제 인종, 제 민족 만을 위해 투쟁했고, 체 게베라는 인류를 위한다고는 했으나 너무 일찍 죽었다. 전 인류를 위해 개인을 버리고 저토록 오랜 시간을 일관되게 걸어온 운동가를 나는 본 적이 없다. 또한 당분간 없을 것이라 믿는다. 이미 역사로 우뚝서신 구당 선생을 따라 걷고자 하는 마음은 정의감과 인류애, 역사의식을 가진 동시대인이라면 갖춰야할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구당의 봉사는 계속되고 있다. 환자가 고통받고 있는데, '차라리 나를 구속하라'며 구당 선생은 스스로 종아리를 걷고 있다. 간디의 비폭력을 넘어서 아예 자신을 때리는 원수 마저 치료해준다. 이쯤 되면 악마라도 매질을 거둘만 한데, 생채기가 터져 피가 줄줄 흐르는데도 우리의 한의사님들의 채찍질을 계속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저들을 저토록 화나게 한 것일까? 게다가 저들은 구당에게 불명예의 면류관 마저 씌우려하고 있다. 저들은 지금 저희가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아.. 나로서는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국민여러분 제발.. 말려주세요. 구당 할아버지 저러다 돌아가시면 우리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됩니다. 제발 두손 모아 빕니다. 마지막 기회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구당 선생님을 제발 살려주십시오.
핍박받는 구당을 지켜보며 고발이 기자의 소명이라 믿는 저로서는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한의사님들의 그 모든 패륜적 행적을 기록하는 수 밖에요. 가슴을 치며 때로는 눈물을 훔치며 적었습니다. 오직 현명하신 국민들께서 지켜주실 것으로 믿으며 저는 만8천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한의사님들을 고발하고 침뜸을 알리고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적어온 취재노트를 가감없이 공개할 것임을 밝혀둡니다.
이미 대한한의사협회는 이같은 저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 구당 선생에 이어 저같은 사람을 '공적 2호'로 규정해주시는 영예를 베푼 바 있습니다. 한의사 집단은 국민건강을 위한 침뜸의 중요성을 취재해온 제가 '구당 선생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거짓을 보도하는 기자'라며 음해성 성명을 공표하기도 했으며, 문화방송 수뇌부로 하여금 제게 중징계를 내리도록 압력을 행사한 바도 있습니다.
한의사님들은 저를 잘못봤습니다. 뇌물을 받을거면 삼성X파일은 왜 보도했겠습니까. 죽음이 두려웠으면 왜 수도 없이 나랏님의 심기를 건드렸겠습니까.
저는 한의사님들의 소원대로 삼성X파일 보도 이후 또 한번의 감봉조치를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한의사협회는 그따위 저열한 방법으로 제게 침묵을 강제할 수 있을 거라 믿은 것일까요? 천만에요. 부당하고 부정한 강요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저들은 제 꿈이 언론재단의 자랑스런 순교자가 되는 것임을 알지 못합니다.
저는 고발합니다.
오늘밤(4/27) 중랑경찰서는 구당 김남수 선생에 대한 패륜에 가까운 짓을 저질렀습니다. 내일 모레 백세를 앞두고 있는 구당 선생을 불러 밤 10시가 다 되도록 고강도 조사를 벌인 것입니다. 죄목은 '치료를 원하는 환자에게 무료로 의료 봉사를 하였고, 침뜸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침뜸을 가르쳤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번에도 경찰 수사의 배후에는 한의사 협회가 있었겠지요? 자신을 중범죄인 취급하는 수사관에게 구당은 자신은 아픈 사람을 치료한 죄밖에 없으니 그게 죄가 되면 '어서 쳐넣어달라'고 했답니다.
구당 선생은 전화에서 예의 '바보'같은 말씀을 하셔서 또 다시 저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조사를 받고 나오는데 수사관 눈이 다 빨개졌더라구. 그래서
침뜸 얘기를 해줬어. 뜸 좀 꼭 떠야겠다구. 늦게까지 조사하게
해서 미안하다라구 말했지."
조사를 받고 나오며 눈이 빨개진 수사관의 건강을 걱정하며 오히려 미안해하는 '바보'가 구당 선생입니다. 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구당은 모든 아픈 자들을 위한 살아있는 성자였습니다. 몇해전 박노해 시인이 구당에게 바친 헌시는 시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였던 것인줄 저는 나중에서야 알았답니다.
"...
그는 첨단 장비를 들지 않았다네
가늘고 순한 오래된 침 하나라네
그는 비밀스런 영약을 들지 않았다네
이 땅의 가장 흔한 마른 쑥 한 톨이라네
그는 값비싼 면허장을 들지 않았다네
그대 자신이 의사고 병원이라고 임명해 준다네
오늘은 누가 힘든가
오늘은 누가 아픈가
느린 걸음으로 찾아 다니며
따뜻한 빈 손으로 어루만지는 사람
그대 부디 건강하라
그대 어서 푸르러라
그대 첫마음의 등불을 밝혀 들고
앞이 안 보이는 이 병든 세상에
생명 평화 나눔의 침뜸이 되라고
내 아픈 자리마다 작은 생명불을 놓으시네
작고 강인한 은빛 침을 놓으시네
내가 잊고 달려온 지혜를 일깨우시네
오늘은 누가 힘든가
오늘은 누가 아픈가
느린 걸음으로 찾아 오시는
오, 우리들 살림의 손길이여
우리들 나눔의 성자여"
구당은 이제 곧 미국으로 이사를 가십니다. 이 땅에서는 더 이상 아무도 치료해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환자를 볼 수 없는 것 만큼 구당에게 큰 고통은 없습니다. 한국의 한의사들이 내쫓고, 양의사들이 비웃는 사이, 미국의 의사들이 구당에게 함께 암환자 치료를 하자고 제안해왔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미국은 현대 의학의 '본가'입니다. 작은집에서 머슴살이에 왕따까지 당하고 있는 사이에 본가에서 구당을 초청을 해온 것이지요.
구당 선생이 올초 미국 현지 병원 임상에서 암환자 치료에 큰 효과를 보여주셨고, 이에 깜짝 놀란 미국의 의사들이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아예 구당 병원을 지었습니다. 가을이면 암치료 결과를 미국 의학계에 보고하게 될 것입니다. 그 결과 미국 정부의 엄청난 연구비가 지원되면 그야말로 대대적인 연구와 임상이 이뤄질 것이구요. 세계의 의학도들은 이제 미국으로 건너가 구당의 침뜸의학을 비싼 돈을 주고 배워야 할 것입니다. 각종 난치병 환자들은 저마다 앞다퉈 미국으로 미국으로 줄을 잇겠지요?
저는 작심하였습니다. 지난 6년간 고발기자로서 저는 구당의 일거수 일투족을 취재하였습니다. 최대한 객관성을 가지고 살펴보았지요. 하지만 구당은 믿기 어려울 만큼 완벽한 인간, 완성된 의료인이었습니다. 그가 50년 동안 거주한 청량리의 17.5평 짜리 연립주택에서 저는 구당의 침뜸 정신을 목격하였습니다. 그에게 침뜸은 종교였으며 인류는 곧 하늘이었습니다.
그에게서 직접 침뜸도 배워 보았고, 수 많은 침뜸의 치료효능도 직접 취재하였습니다. 그 결과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구당이 왜 저토록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왔는지를 말입니다. 국민 건강을 위해 침뜸 대중화가 너무도 절박하기에 이를 알리기 위해 싸울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천형처럼 저 또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것이야 말로 이땅의 기자가 써야할 너무도 시급한 기사임을 저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몇일전 국회에서 침뜸 대중화를 위한 개혁법안이 결국 미상정되고 말았습니다. 국민들은 아무도 이를 알지 못하십니다. 국회의원님들에 대한 기대를 끄고 산지 오래지만 정말 그들은 '돼지 인플루엔자' 만도 못한 인간들이었습니다.
이땅의 국회의원님들을 저는 고발합니다.
자신들은 국회의원 회관에서 오랜 기간 '독점적으로' 구당의 침뜸 치료를 그것도 '공짜로' 누려왔으면서도 이를 일반 국민들에게 나누는 일에는 저토록 인색한 겁니다. 개헌 저지선에 달하는 2/3의 18대 국회의원이 재선을 노리고 지역구 유권자들 위해 구당 선생에게 치료 부탁을 했으면서도, 정작 전체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간단한 법안 하나 처리 하는데도 한의사님들의 눈치를 보느라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자식이 부모님께 뜸을 떠드리고 내 아내와 내 자식을 보살펴도 현재의 의료법은 여러분을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침뜸 보다는 보약 팔기에 여념이 없는 우리의 한의사님들만을 봉으로 만들어주는 끔찍한 나라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자님들은 한의사님들의 집단 행동과 보복이 두려워 국민들께 이러한 사실을 고해 바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국민의 건강과 생명 만큼 또 언론이 추구해야할 중대한 가치가 무엇이 있단 말입니까.
고발뉴스는 계속될 것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삼성X파일 보도는 여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저는 일어설 것입니다. 긴 취재는 끝이 났고, 첫 기사의 출고 버튼은 막 눌러졌습니다. 국민여러분, 시대의 의인 구당을 버리시렵니까!
댓글목록
강손주님의 댓글
강손주 작성일
그래도 세상이 앞으로 나아가는것은
님들 같은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가까이 대불동문회 후배도
구당선생님께 배워
아내의 말기암을 집에서 뜸으로 치료하는
사례를 보았습니다.
병원에서 포기한 아내는 지금 직장에
다시 복직 했다죠
세상이 다 버린줄 알았던 정의를 다시 보여주고
일깨워 주신 기자님께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가슴 한곳이 아려오네요......